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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나는가수다2 국카스텐, 좀더 오만해져라

 


나는가수다2가 모처럼 부활포를 쏘아 올렸습니다. 그동안 차갑게 식어버렸던 나가수에 대한 설레임과 애정이 다시 회복될 조짐인데요, 시즌1에서 임재범이라는 가수를 통해 최전성기를 맞았듯 이번 부활의 중심에는 국카스텐이 있습니다.

국카스텐이 보여준 5분의 무대가 주는 파급력이 대단합니다.
이 청년들은 지상파의 첫무대를 자신들이 추구했던 그대로의 음악으로 도전했습니다. 사이키델릭 록 풍의 몽환적인 기타사운드와 가슴을 뒤흔드는 화끈한 드럼 비트, 그리고 격렬한 몸짓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열어젖혔지요. 보컬 하현우의 얼굴에는 그 어떤 긴장감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뻔뻔스러울만치 노래의 감성을 연출해 냈지요. 때론 한잔 술을 걸친 듯 흐느적 거리다기도 기세좋게 취기를 부리듯 샤우팅을 날리는 모습은, 원곡 '한잔의 추억'을 '한잔의 현실'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나가수의 첫 신고식을 치르는 가수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이들의 무대엔 여유가 넘쳤고, 표정엔 자신감이 가득했습니다. 술 한잔 나눠 마시자는 원곡의 풍류는 강렬한 강렬한 록의 비트 속에서 새롭게 재해석됐지요.

 

 

이들의 무대에는 스스로에 대한 긍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바로 오랜 무명의 시절과 배고픔 속에서도 지켜낸 자신들만의 음악이 있기 때문이지요, 반찬이 없어 밥에 소금을 뿌려먹고 라면 한봉지를 나눠 먹기도 했었다던 이들은, 하지만 쟁쟁한 선배들과 지상파의 카메라 앞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자신들만의 개성있는 모습을 강렬하게 보여줬습니다.

 

후렴구 '마시자'를 고음으로 끌어올려 클라이막스를 이끌어낸 하현우는 잠시 숨을 골랐는데요, 이때 좀 놀아온 음악꾼의 재기발랄한 표정이 작렬했지요, 그리곤 일어서라는 가벼운 손동작과 함께 '여러분...같이 한번 불러봐요'라며 태연히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영혼을 자유케 하는 록의 매력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진 미친듯한 샤우팅과 정신을 뒤흔드는 현란한 록의 비트 속에서 관중과 시청자 그리고 동료가수들은 짜릿한 흥분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무대를 마치고 나오는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많은 가수들이 무대에서의 아쉬웠던 점을 표하거나 긴장감을 내려놓으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것과 달리 이들은 별 친분도 없는 MC 박명수를 와락 껴안으며 아이같은 웃음을 지었습니다. 이들에겐 무대자체가 행복이고 흥분이었나봅니다.

 

재밌고 신나고 가슴이 터질것 같다며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청년, 한방이 아니고 몇방이 있다며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이들에겐 남들이 인정하건 말건 스스로 진득하게 걸어온 자신들만의 음악세계가 선명했지요.

이를 저는 '오만'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고 자신만의 길을 추구하는 장인과도 같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긍지겠지요. 이런 오만이 있기에 이들은, 그 무대가 지상파 프로그램이건 별볼일 없는 소박한 자리이건 상관없이 한결같은 열정으로 노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무대 밖에서도 당당했습니다. 사전인터뷰에서건 선배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건 보컬 하현우는 특유의 입담으로 술술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냈는데요, 경연 녹화가 끝난 직후 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서도, 하현우는 '1등 두번하면 나가는 거에요?' '그리고 연말에 다시.. 제가 그러고 싶어가지고..'라고 말하기도 했고, 스스로 상위권에 들것 같다고 생각하느냐는 MC의 질문에 당당히 수긍하기도 했습니다. 무대에서의 모습과 같았지요. 그런데 하룻밤새에 이들의 모습이 바뀌었습니다.

 

 

이번 나가수2는 사전 녹화분이었고, 최종 문자투표결과는 일요일 저녁에 따로 생방송으로 진행했는데요, 다소 지루하게 늘어진 어제 순위발표의 순간에서 국카스텐은 전날과 달리 극도로 겸손해진 모습을 보여줬지요. '너무 떨리고요, 어떻게 될지 전혀 감이 안 오네요, 너무 긴장이 되서...어휴..' 결과가 발표되자 연신 90도로 인사하기도 했고, 1위 소감 역시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잔뜩 수그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작년 나가수가 '신들의 경연'으로 불리우면서부터 나가수에 임하는 가수들은 무대를 신성시해야 하는 부담을 짊어져야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가수들이 나가수라는 타이틀 앞에서 납작 엎드렸고 몸을 사리기도 했었지요. 헌데 이번 경연에서 국카스텐의 무대가 신선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타성에 맞선 의외의 섭외 이상으로 이들이 보여준 자유로움과 당당한 오만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겸손한 모습을 연출해야 했던 이들의 모습이 오히려 아쉽습니다. 지상파를 통해 당당히 스스로를 드러낸 국카스텐, 이들이 처음 모습 그대로 더욱 오만한 채로 남아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무대 밖에서건 안에서건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