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공유-이민정 불협화음 극복한 코믹연기

 

 

 

사고탓에 30살 서윤재(공유 분)의 몸에서 살고 있는 18살 강경준(신원호)은 서윤재의 몸이 도통 적응되지 않습니다. 물론 서윤재의 약혼녀 길다란(이민정 분) 역시 적응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코믹연기를 처음 접한 시청자들 역시 적응이 쉽지는 않았을 듯합니다.

 

 

사실 첫회는 다소 어색한 면이 있었습니다. 영화 시라노연애조작단으로 대표되는 이민정의 속깊고 분위기 있는 이미지는, 코맹맹이 소리로 닭살 애교를 연발하는 길다란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보였지요, 더구나 첫회에선 분위기를 잡는 두 남자 사이에서 홀로 극악의 애교를 날리며 애쓰는 모습이 불협화음처럼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예비신랑과의 전화통화 한번에 몸이 배배 꼬이고, 혀가 짧아지는 애교쟁이 길다란을 소화하는 이민정의 모습은, 그녀의 열정적인 노력과 달리 안쓰러움을 야기할 정도였지요. 첫회 말미에 약혼자의 사고소식에 절망하는 길다란의 눈물 젖은 모습에선 익숙했던 이민정 본연의 이미지가 살짝 되살아났을뿐입니다.

 

하지만, 2회에서 30살의 몸으로 18살을 연기해내야 하는 공유와 이런 공유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그가 벌이는 사고를 수습해야하는 이민정은 찰떡궁합의 코믹연기를 선보이며, 홍자매표의 코믹드라마를 살리기 시작했습니다.

공유는, 철없으면서도 한국정서에 익숙치 않는 18세 유학생 강경준의 모습을 매우 섬세하고 보여주고 있지요. 갑작스레 처해진 어른의 현실에 당황해 하다가도 길다란에게 장난기를 발동시키거나 때로 투정을 부리기도 하면서 기묘한 연인 분위기를 이끌고 있습니다. 길다란의 가족을 만나 어설픈 인사를 나누는 모습, 길다란의 아버지 앞에서 내키는 대로 말하는 화법, 어른 취급해주는 예비장인에게 환하게 즐거워하는 모습까지.. 18살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치기 어린 행동이 웃음을 유발했지요. 특히 '약혼자의 몸이니 아껴달라'며 조심스레 예비신랑의 팔뚝을 쓰다듬는 길다란과 이런 그녀의 모습에 비뚤어지는 30살 얼굴에 18살 청년의 표정은 이들의 로맨스 코드를 예측불허로 만듭니다.

어쨌든, 나름 선생님의 약혼자 노릇을 해주려는 18살 제자와 이런 제자를 다잡아주면서도 옥신각신 다투는 이들의 이야기가 흥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이민정과 마찬가지로 공유에게도 코믹연기는 쉽지 않은 도전인데요, 그동안 드라마 커피프린스와 영화 김종욱찾기, 도가니까지 한동안 코믹연기와 거리를 두었던 공유도 이미지 변신에 나선 셈인데요, 과감히 망가지고 있는 나선 두 남녀의 도전이 첫회에서의 어색함을 딛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인상입니다.

사랑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철없고 쑥맥같던 길다란의 눈빛이 깊어졌습니다. 18살 영혼이 깃든 약혼자가 좌충우돌하며 사람들에게 덜떨어졌다는 소리를 듣자 그녀의 고민은 깊어질밖에요, 그러는 와중에 길다란은 약혼자의 심상치 않은 비밀에 접근해 가는데요..

30대 최강 스펙의 소아청소년과 의사와 18세 질풍노도의 사춘기 소년의 활기 넘치는 사랑 길다란은 누구의 사랑을 선택할까요,  첫회의 낯설음을 딛고 서서히 홍자매 특유의 달달한 로맥틱 코미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