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쇼 김정란, 배우의 품격 돋보였던 한마디

 

 

 

'스타보다는 배우의 길을 가야겠다' 무명은 아니었지만 20년의 연기경력이 무색할만큼 대중에게 크게 각인되지는 못했던 배우 김정란인데요, 그리고 그 긴세월을 뒤고 하고 최근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통해 스타의 반열에 올랐지요.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선, 강남 한 구획의 빌딩 전부를 소유한 재력가로서 가질만큼 가진 도도한 여자이자 세상에 거칠 것 없는 대범하고 시크한 여장부캐릭터를 그려냈는데요, 그런 화끈한 캐릭터를 통해 청담마녀라는 별칭까지 얻었습니다.

 

 

고쇼에 등장한 김정란의 첫인상은 박민숙의 캐릭터 그대로였습니다. 똑 부러지는 어투와 고고한 듯 자신감 넘치는 태도가 여전했지요, 청담마녀다운 기품있는 자태에 애교스러움과 다정함을 곁들여 인간미까지 돋보였지요. 똑똑하고 냉정해보이는 말투에 은근히 푼수끼를 얹은 편안한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MC 고현정과는 대학동기로 대학부터 연기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을 이야기할때도 삶에 대한 자기 확신이 엿보였습니다. 91년 KBS공채 출신으로 92년에는 대학생들의 로망을 담은 '내일은 사랑'에서도 비중있는 역할을 맡으며 꽤 잘나가는 신인이었습니다. 당시 그녀의 역할인 황진선은 똑부러지다 못해 얄미워보이기까지하는 캐릭터였는데요, 지금의 똑부러지는 성격 그대로의 모습이었지만, 순하고 착한 주인공과 대비되어 호감을 사지는 못했었습니다.

 

그때를 회상하던 김정란은, 여배우 외모에 관대하지 않던 시절에 겪었던 다짐을 고백했지요, 개성보다는 인형같은 외모가 주목받던 현실 속에서 주연의 꿈을 접고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연기의 폭을 넓히고자, 배우들이 꺼리던 단막극에 주로 출연했었는데요, 당시 한 피디가 지나가며 '아 단막극 전문배우'라고 던진 한마디가 큰 상처가 됐다고 합니다. 그 순간 든 생각이, 자신은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남들 눈에는 '어쭙잖은 걸로 보일수도 있겠다'는 느낌이었다지요. 하지만 그녀는 이를 계기로 더욱 오기를 가지게 됐다고 했습니다. 이런 김정란의 고백에 스튜디오는 순간 숙연해지기까지 했습니다.

 

자신의 얼굴이 유독 화면에 잘 안받는 게 컴플렉스라는 그녀에게 대학동기이자 배우인 고현정은 감정과 연기에 신경쓰다보니 예쁘게 보이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놓았는데요, 김정란은 연기를 할때 거울을 보지 않는다는 소신을 밝혔지요. 거울을 보고 연기를 하다보면 예뻐보이려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외모에 얽매이다보면 배우로서 중요한 걸 놓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조언을 내놓았지요.

늘 외모위주로 모니터링을 하고, 연기연습을 할 때조차 거울을 보며 예쁜 표정을 만들고자 애쓰고 심지어 우는 장면에서도 예쁘게 보이고자 노력하는 숱한 여배우들이 되짚어봐야할 조언이 아닐까 싶습니다.

 

 

20년의 연기경력에 드디어 자신의 몸에 딱맞는 색깔을 찾아 청담마녀로서 대중에게 확실하게 어필한 김정란의 매력이 드디어 제때에 맞은 것처럼, 예쁜 이미지를 찾는 연기 대신 캐릭터에 녹아드는 연기를 추구한 것이 그녀의 연기비법이겠지요. 덕분에 신사의 품격 속 그녀의 캐릭터는 비중이 크지 않은 조연임에도 시청자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