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6 11:23

회사사람들과 술먹고 학교앞 친구집에서 잤다.
 

아침 출근길, 버스 정류장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는 멋진 숙녀가 있었다.
새침선배였다.

반갑게 인사했다.
이제는 진한 화장과 정장으로 더욱 미모가 눈부셨다.

 

화를 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하고 싶었다.
 

'점점 더 이뻐지기만 해요?'

 

과거에 느꼈던 감정은 쉬 잊혀지지 않는다.
누나라는 호칭을 쓰긴 싫었다.

호칭없이도 대화엔 큰 지장이 없다.

 

건네받은 명함엔 사회초년생인 내겐 아직 먼 '대리'직급이 적혀 있었다.

 

한달 정도가 지났다.

칙칙한 사무실 창가에 드는 고운 햇살이 떠나온 캠퍼스 마냥 낯설었다.

 

수화기를 집어들자 오래된 긴장이 살아났다.
그래도 진지하게 분위기 잡기엔 부자연스러울 것 같았다.
 

'밥 한끼 쏴요.'

 

새침선배의 회사 앞에서 가볍게 저녁을 얻어 먹고 헤어졌다.
집에 가면서 오래된 감정과 기억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난 이제 학생이 아니다.

 

일주일정도 지나 또 전화했다.
그냥 하고 싶었다.

 

반가워 했으나, 오늘은 너무 피곤하니 월요일에 보자고 했다.

주말내내 새침선배 생각을 했다.

문득, 그날은 자신의 옷차림이나 스타일이 맘에 안들어서 만남을 연기한 것이 아닐까 하는 과도한 상상에 이르렀다.
설레였다.

 

그렇게 가끔 연락하고 만났다.
가끔 새침선배의 눈빛과 침묵에, 별 과도한 상상을 했고, 혼자 웃었다.

 

어느 저녁,
회사 앞에서 기다리는데 음성메세지가 왔다. 일때문에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했다.

역시 과도한 상상이 이어졌다.
일부러 애태우게 하려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 유치해서 웃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야릇한 기분은 어쩔 수 없나보다.

 

정말 애타게 오래 기다렸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크게 한턱 내겠다고 했다.
낯선 향수 냄새가 신선했다.

 

스카이라운지에 갔다.

창너머 한강에 드리워진 도시의 네온사인이 밤의 깊이를 더했다.

나 자신 양복을 입고, 단아한 정장 차림의 새침선배와 마주하며 스스로 성숙을 요구했는지 모르겠다.
서로 말이 없었다.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에서 지난 시절 초라한 동아리방의 낡은 조명빛을 생각했던 거 같기도 했다.

 

첼로 독주곡'사랑의 인사'가 흘러나왔다.
황홀했던 시절을 함께 했던 노래다.
새침선배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린 어떤 관계지?'

언젠가 받았던 질문이다.
당시엔 대답이 요구되지 않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아직 감당할 수 없는 질문이다.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이런 말이 생각납니다.
 꽃은 존재만으로도 아름다우며 우리는 그 향기에 감사해야 한다고...'

 

결국 반작용하듯 일전에 읽었던 이문열을 인용해 버렸다.
내 무책임이 미안했지만, 분위기를 헤치지 않아 다행이였다.

 

쓸쓸한 눈길을 한강에 던지며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 이야기를 했다.
결혼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고 한다.

자신은 사회와 직장에서의 성취를 소중히 하는데, 남자와 시댁의 분위기는 다른 느낌이라는 것이다.

 

얘기를 들으며 별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
맥빠짐인지, 질투인지, 후련함인지, 동정심인지, 아쉬움인지 모르겠다.

 

어떤 대답을 해줘야 할지 방향을 잡아야 했다.

 

과도한 상상은 내 습관인지 모르겠다.
만약이지만 그녀는 연하인 '나'라면 자신의 꿈이 존중받을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그 꿈을 존중해 줄 수 있는가.

 

어쩌면 그냥 주변사람보다는 연고에서 자유로운 내 생각을 묻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단지 대답따위 기대없이 넋두리 할 상대가 필요한 것뿐이리라.

 

난 가장 가능성이 낮은 내 상상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내 입장을 정리해 봤다.
연상에 대한 막연한 설레임에서 비롯된 감정일지라도 지금이라면 충분히 그 소중한 꿈을 지켜주고 싶다.
그러나 이 감정은 영원할 수 있을까...
나 자신도 알 수 없는 이 감정에 기반한 약속은 위험하다.

 

그럼 난 사랑을 느끼고 있는가...  모르겠다.

 

내 생각을 짐작하는지, 새침선배가 문득 자상한 얼굴로 이야기한다.
 

'내 얘기 신경쓰지마, 그냥 요즘 조금 혼란스러워서 해본 소리야.'

 

출근해서도 그 생각을 했다.

 

연락을 하기엔 염치가 없었다.
연락을 안하기엔 비겁했다.

 

한달이상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때 청첩장을 받았다.

 

결혼식에 가지 않았다.

 

난 원래 비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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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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