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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화성인바이러스, 욕먹는 짜릿함은 이제 그만

 

 

 

인터넷에서 찬양기사와 비난기사 중 어떤 것의 클릭률이 높을까.. 당연히 비난기사다. 찬양을 위해서는 감동이 전제되야 하는데 퍽 귀찮은 일이다. 분노하고 욕하는 것은 얼마든지 간편하게 소비하고 소모할 수 있다. 그래서 소소한 일상의 작은 감동으로 화제성을 사는 것은 쉽지 않지만, 소소한 일상의 작은 트윗 하나로도 엄청난 비난을 불러오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개인으로서도 누군가를 칭찬하는 것은 낯간지럽지만,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시크하고 폼나지 않은가..


그래서 대중의 이목을 끌고자 한다면 찬양보다는 비난이 쉽다. 대중의 반응이 부정적이더라도 확실한 인지도가 담보된다. 악플보다 비참한 것이 무플이듯, 20년전 이탈리아의 패션 브랜드 베네통은 악명(bad reputation)이 무명(no reputation)보다 낫다는 신조아래 엽기적인 광고로 큰 화제성을 낳으며 패션계를 주름잡은 바 있다.

 

대중의 관심이 필수인 미디어로서는 이렇듯 재미가 쏠쏠한 '악명'의 유혹을 떨치기란 쉽지 않다. 욕을 먹어도 인지도와 관심을 얻을 수 있다면 욕 먹는 것 자체도 짜릿할 수 있다. 이는 욕하는 대중도 마찬가지다. 흔히 욕하면서도 본다는 막장드라마도 결국 욕하고 싶은 대중에게 욕할 수 있는 대상을 제공해주는 것이 아닌가..
요즘 우리 방송계에서 이런 욕하는 짜릿함을 주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화성인 바이러스다. 특정 개인의 소소한 일상을 보고 있노라면 욕이 절로 나온다.

 


최근엔 강남빠녀가 화제가 됐다. 오직 강남만을 예찬하며, 강북에 오면 숨 막히고 짜증나며 심지어 강북 물맛은 텁텁하고 비린내도 난다는 여자.. 이쯤 대면 신빙성마저 의심된다. 오직 빵만 먹는다는 여자나 씻지 않는 여자는 차라리 애교다. 당연히 강남빠녀는 조작논란이 일면서 검색어에도 등장하며 숱한 욕을 먹었다. 하지만 진짜로 믿으면서 욕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어제는 강남빠녀의 해명이 또 다시 화제가 됐다. 계약문제를 운운하며 어쩔수 없이 촬영에 임했다고 하는데 계약내용에 있어서는 제작진의 입장과 사실관계가 어긋났다. 여기서 무엇이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질적인 것은 '욕을 먹어줄 대상'이 필요한 방송국에겐 늘 희생양이 필요하고, 오명이라도 일단 인지도나 다른 급부가 필요한 '수요자'는 얼마든지 있다는 점이다.

 

헌데 꾸준히 욕을 먹으려면 꾸준한 자극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극은 언제나 더욱 강렬한 자극을 요구한다. 이전보다 부실한 자극은 약발이 안통한다. 오늘 아이폰5가 발표됐다지만 예전만큼의 센세이션이 일것같지는 않다. 아이팟에서 아이폰으로의 혁신은 최고의 자극이었지만, 아이폰 씨리즈는 5번이나 우려먹었으니 약발이 통할리 없기 때문이다. 자극이란 그런것이다.

 

화성인의 자극 역시 마찬가지다. 주구창장 비슷한 스타일의 엽기녀를 욕하는 것도 벅찬 일이다. 강남빠녀 역시 순식간에 주목받았지만 한순간에 쉬이 잊혀질것이다. 그리고 더한 인물이 또 개발되겠지만 점점 더 대중의 이목을 끌기가 만만치 않아질것이다.

 

헌데 요즘 주목할만 새로운 기류가 엿보인다. 힐링캠프의 성공이 그것이다. 욕먹을 각오로 독한 토크를 추구하던 강심장이 침체된 사이, 누군가의 깊이있는 내면을 엿보며 그의 진솔한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감동이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힐링'이란 말 자체가 올해의 히트어가 될 조짐이다.


몇년째 더 강렬한 자극을 찾느라 노고가 많았던 화성인 제작진도 이런 트렌드에 맞춰 발상의 전환을 해보면 어떨까... 힘들게 특이한 사람 찾지 말고, 주변에 너무도 평범한 이웃이 왜 외로운지, 왜 살기 싫은지 혹은 왜 행복한지, 왜 아직 살만한 세상인지.. 이런 이야기를 찾아서 들어보는 지구인 바이러스를 기대해보는 것은 역시 무리일까...
적어도 화성인 바이러스보단 품격도 있고, 혹시라도 새로운 조류에 제대로 부응하게 되면 혹 대박이 날지 모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