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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1박2일, 성시경의 정색, 이수근도 눈치 볼 밖에

 



세간의 우려를 안고 출발했던 1박2일의 시즌2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억지 재미를 유도하는 대신 가족같은 편안함으로, 서로를 이기려 들기보다는 넉넉한 형제애를 보여주며, 보는 내내 소소한 웃음을 주고 있지요. 멤버들은 자신만의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해가며 손발 맞는 일곱형제의 우애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편안한 예능의 전형을 만들어 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성시경의 정색은 여기서 예외가 되고 있지요.

 

186cm의 큰 체격을 지닌 성시경은 유독 먹는 것에 까칠함을 드러내곤 합니다. 식사가 걸린 복불복이 필수인 1박2일에서 식사를 못할 위기에 처할 때 성시경은 특유의 정색을 발동시킵니다. 굳은 표정과 쌀쌀맞은 말투가 확연하지요. 이는 이제 1박2일멤버와 제작진 사이에서도 화제가 될 정도로 유명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은 상황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성시경의 까칠함은 예능에선 다소 생소한 모습이지요.

 

 

어제 방송에서 1박2일은 정자가 103개나 된다는 경북 봉화를 찾아 깃발꽂기 미션에 나섰습니다. 팀을 가르는 기준은 '잘하는 팀'과 '못하는 팀'이었지요. 지금까지 치러진 여러 게임을 돌아보고 치열한 자기비판과 평가를 통해 스스로 팀을 나누게 했습니다. 하여 김승우, 엄태웅, 차태현이 못하는 팀, 이수근, 성시경, 김종민, 주원이 잘하는 팀으로 나눠졌지요. 출발부터 상대팀에 관심도 두지 않고 정자를 찾아나서는 어리바리한 '못하는 팀'과 달리, 슬그머니 못하는 팀의 뒤에 따라붙는 정보전을 벌여, 못하는 팀의 깃발을 내다버리는 '잘하는 팀'의 승부수가 통했지요. 앞뒤 재지 않고 우직했던 못하는 팀과는 달리 철저히 계산에 따라 밀어붙이는 잘하는 팀의 우세는 당연해 보였습니다.

 

절대 우세인 잘하는 팀에 비해 못하는 팀은 승부에 있어 상당히 부족해 보였지요.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예능을 즐기는 시청자 입장에선, 못하는 팀에게 더 관심이 간다는 점입니다. 이는 게임에 임하는 그들의 방식과 태도 때문이었지요. 못하는 팀을 뒤따르며 하나하나 못하는 팀의 깃발을 던져버리고 자신들의 깃발을 꽂는 잘하는 팀은 예능의 규칙에 입각하여 최선을 다한 셈인데요, 하지만 이는 이기기만을 바라는 승부욕으로 비쳐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 승부욕 앞에서 또 다시 특유의 정색을 발동시킨 성시경이 있어 분위기는 더욱 치열해보였지요.

 

모든 미션에서 손발이 척척맞는 호흡으로 완벽한 승리를 예감케했던 잘하는 팀에 복병이 있었으니, 바로 쿵쿵따 미션이었지요. 1분간 끝말잇기 꿍꿍따를 끊기지 않고 이어가야하는 미션이었는데요, 미리 연습까지 하며 입을 맞춰 놓고 족보까지 준비해 놓았지만, 미션을 완료해내기는 수월치 않았습니다. 특히 김종민과 성시경의 실수가 빈번했지요. 잇다른 김종민의 실수에 성시경은 면박을 줬는데요, 하지만 성시경도 이내 뜻하지 않는 실수를 연속으로 하게되지요. 파죽지세로 승리를 이어오던 팀의 위기에 이수근은 이 미션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가자고 나서는데요, 타인의 실수는 물론 자신의 실수에도 관대하지 못한 성시경은 못내 못마땅해합니다. 성시경이 따라나서지 않고 주저하자, 결국 이수근은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정색한 채 굳어있는 성시경을 보채지 못하고 이수근이 한 발 물러섰지요. 스스로의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는 성시경의 고집과 치열한  승부욕 덕분에 결국 미션은 기어이 완료될 수 있었지요. 그 장면은 예능이기보다는 스포츠같았습니다.

 

 

반면, 똑같은 미션에서 똑같이 무수히 많은 실수를 했던 '못하는 팀'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지요. 같은 낱말에서 김승우가 연속으로 실수를 범해도, 나머지 멤버들은 웃겨서 뒤집어질 뿐 누구를 탓하거나 채근하지 않았습니다. 계속된 실패에도 조바심이나 안달해하기 보다는 게임 자체를 즐기는 여유로운 모습이었습니다. 보는 사람까지 즐겁게 만드는 유쾌함이 그들에겐 있었지요. 이런 여유속에 결국 못하는 팀은 지고 말았지만, 예능에서 승리보다 중요한 것은 시청자의 즐길거리일 것입니다.

 

게임을 마친 후 서로에게 조언을 해주는 자리에서 김종민은 성시경에게 뼈있는 조언을 남겼지요. '진짜로 화를 낸다'며 '진지하게 좀 하지말라'는 충고였는데요, 다들 웃어넘겼지만, 성시경만은 마냥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성발라로 더 유명한 성시경, 똑똑하고 자기주관 뚜럿한 지적인 이미지를 지녔지만,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은 똑똑하고 잘나가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적어도 예능에서만큼은 딱딱한 지성을 내려놓고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여유로움이 아쉬운 대목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