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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세상

[노무현 4주기] 노무현의 잊혀진 유산을 기억하나요

 


민주주의 2.0을 기억하는가
민주주의 2.0은 노무현의 잊혀진 유산이다. 그가 처음 이 토론 사이트를 개설했을때, 당시 한나라당은 '사실상의 사이버 정치 복귀'라며 비난했고, 한겨레신문조차 '불필요한 논란을 확산시키고 정치적 반목과 대립만 심화시킬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민주주의 2.0은 모질고 풍진 정치 여정의 끝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세상에 던진 화두였다.
깨어있는 시민의 열린 공간..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세상은 좋아지지 않았다. 우리는 '민주정권 10년동안 민주주의가 반석에 올랐다'는 말이 얼마나 허망한 말인지를 절감하고 있다.

 


어느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에 박정희 한명을 보낸다고 그 나라가 부강해질 수 있을까.. 박정희의 공을 폄하할 필요는 없지만 한강의 기적은 단 한명의 '영웅'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우리만의 문화를 가진 독특한 한국인이 더불어 해낸 기적이다. 하물며 박정희 시절보다 더욱 복잡해진 세상이다. 다양한 가치와 생각이 공존해야 하는 다원화 사회에서 대통령 혼자서 세상을 바꾸는 것은 무리다.

대통령이 전봇대 뽑으라고 전화하고, 흉악범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며 현장을 방문해 닥달하고, 불량식품이 화제가 되자 마트에 가서 불량식품을 씹어 먹는다고 세상이 달라질리 없다. 시민 스스로가 각자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온전히 해낼 때 비로소 세상은 달라진다. 전봇대를 뽑을지는 담당직원이 검토하고, 흉악범은 경찰이 소신껏 잡고, 식품을 만드는 사람은 식품에 자신의 철학과 정성을 담으면 된다. 너무 뻔하고 너무 어렵지만 이것이 가장 확실한 길일수 밖에 없다.

 


그래서 노무현은 민주주의 2.0 속 자신의 별명을 '노공이산'으로 정했을지도 모르겠다. 힘들고 불가능할 것 같지만 조금씩 조금씩 흙을 퍼내 태산을 옮기는 심정이랄까..

 

노무현은 대통령으로서, 원칙과 상식이 통하고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꿈꿨다. 최근 공개된 유시민의 추모시는, 그런 꿈을 꿨던 노무현이 얼마나 외로웠는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그와 꿈을 공유했던 유시민은 노무현이 힘겨워 했을때 '국민이 원하고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며 격려했다. 이제 노무현이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으로 남게 되자, 유시민은 그때 인간적인 위로를 해주지 못한게 후회스러워 보인다.

 
퇴임 후 최초로 낙향한 대통령, 그가 고향으로 돌아가던 날, 노무현은 환한 얼굴로 서울역에서 말했다. '이젠 내보고 잘했다 하는 사람들과 있고 싶다' 가장 많은 악플과 욕설을 감당했던 대통령 노무현은 그렇게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기어이 세상에 자신의 숙제를 던져야 했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고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은, 대통령 혼자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법이나 제도, 시스템도 답이 아니다. 사람들이 달라져야 한다. 그 고민의 대답이 민주주의 2.0이었다.
하지만 노무현 서거 후 민주주의 2.0 는 그의 꿈처럼 잊혀져 버렸다. 그럼에도 노무현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을 것만 같다. 우공이산의 우공은 자신의 살아생전에 산을 옮기겠다 기대하지 않았다.


'노공이산'은 떠났지만, 어차피 세상을 구하는 것은 어느 잘난 영웅의 몫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몫이다. 민주주의 2.0은 하나의 시도였고 또 다른 민주주의 2.0은 계속 될 것이다. 시민들이 깨어있는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