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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세상

문재인의 딴지, 문재인에 대한 딴지

 

문재인 의원이 이번 철도파업과 관련해공권력 투입은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는 발언을 하자, 여당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성토에 나섰다. 문의원이 딴지를 걸고 있는 것이라며, ‘조기 공권력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입장을 밝혔던 참여정부 시절의 문의원 말을 상기시키며 맹비난을 하고 있다.

 

우리는 누군가의 말을 평가하고 받아들일 때, 말 자체의 논리만으로 따질 수는 없다. 흉악무도한살인 범이라도 아이에게이웃을 사랑하라고 조언할 수 있지만, 그 말이 그말을 뱉은 사람의 삶과 무관하다면 그 조언은 공허할 수 밖에 없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 속에서 어떤 일관된 가치가 있는지 느낄 수 있을 때 우리는 그의 말에서 진정성을 느끼고 공감 할 수 있다. 이것이 더욱 더 복잡해진 세상에서 입장에 따라 상황에서 따라 서로 이율배반적인 말을 하더라도 우리가 이해와 수용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사진 : 연합뉴스)

헌데 논리와 입장을 따지는 이번 여당의 문재인 비판속에는 이들이 여론을 관리해온 무서운 일관성이 새삼 드러난다.

소위 국정원 댓글이 대선의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까? 아마도 다소 회의적일 것이다. 여당의 주된 지지층인 기성세대들이 인터넷의 댓글을 찾아 읽으며 자신의 정치적인 성향을 바꿨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이 댓글들이 치명적인 이유는 인터넷 토론 문화에 가래침을 마구 뱉어놨다는 것이다.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으며 대한민국의 미래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토론해야 마땅한 대선정국의 인터넷 환경에 원색적인 욕설과 종복몰이를 펼치며, 인터넷 토론 문화 자체를 감정대립과 막말대립의 장으로 바꿔놓았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

다시 말해, 범람했던 국정원 댓글들 자체의 논리와 주장이 의미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런 자극적인 막말의 향연 속으로 인터넷 문화를 몰아 갔다는 것이 주목할 점이다. 인터넷에는 경청해야 할 주장이나 생각보다는 악플과 욕설만 가득하다는 인식이 사람들에게 심어진 것이다.

한쪽에서 막말을 하면 다른 한쪽도 흥분해서 막말을 양산한다. 이 쯤되면 논리는 무의미하다. 그냥 감정싸움 속에서 서로에 대한 증오만 쌓일뿐이다.

 

새로이 SNS가 뜨자 비슷한 일이 벌어졌었다. 처음엔 생각이 비슷한 사람끼리 공유하던 SNS 문화도 언제부터인가 막말과 대결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를 가장 반길 세력은 누구겠는가, 자유로운 생각이 소통하고 발전하는 것이 불편한 세력일 것이다.

인터넷이건 SNS 건 어떤 얘기가 오가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냥 서로 흥분해서 이전투구 함으로써 주장과 생각이 오가는 것을 망치게 하는 것이 의미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염증유발로 토론의 장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우리 시대, 논리와 명분은 감정과 증오 앞에서 너무도 쉽게 무너지고 있다.

문재인이 소위 딴지를 걸었다. 그러자 여당에선 즉각 딴지로 맞받아쳤다. 정말 신속했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그 딴지의 내용과 논리가 아니다. 댓글로 물타기했듯 그냥 물타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전투구 속에서 다 똑같은 인간으로 포장시키는 것이다. 너무도 효과적이고 편리한 방법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