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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예능&오락

김빠진 영화대상 딜레이방송, 송윤아가 살렸다



대한민국영화대상 - 초유의 딜레이방송, 김빠진 현장감을 살린 송윤아의 오프닝

어제 제8회 MBC 대한민국영화대상이 열렸습니다. 지난 해에는 경기불황으로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잠정중단되었다가 올해 다시 재개된거지요. 하지만 아시안게임 중계로 인해 시상식 일정이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열리더니, 이마저도 생방송으로 진행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시상식을 딜레이방송으로 내보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거지요. 박태환 선수의 1500m 결승경기 중계 등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시상식이라는 행사의 특성상, 딜레이방송은 흥미유발에 치명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시상식의 관심사는 아무래도 각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후보중 누가 수상의 영광을 안을까인데요, 딜레이방송으로 인해 시상식이 방송되기도 전에 이미 영화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주연상 수상자를 비롯한 수상결과가 보도됐기 때문이지요. 저 역시 이미 신인상, 조연상 그리고 주연상을 기사들 통해 접하고 방송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김이 빠져버렸지요. 별 기대를 안하고 보니 별 트집을 다 잡게 되더군요. 초반 레드카펫의 짧은 편집 등을 보며 딜레이방송 티 난다며 시덥잖은 불평도 했습니다.
그런데 송윤아씨의 오프닝 덕분에 시상식을 보는 느낌이 확 변했습니다.
이날 오프닝 무대는 소녀시대가 장식했습니다.
앞서 열렸던 대종상 시상식에서도 초대가수로 무대에 섰던 소녀시대였는데요, 당시 공연에 대한 배우들의 반응이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일명 '소녀시대 굴욕무대'라고까지 불리면서, 영화제를 축하해주기 위해 무대에선 가수들에 대한 배우들의 무관심한 태도가 빈축을 사기도 했었지요. 그랬기에 또다시 영화제 시상식에 오른 초대가수 '소녀시대'의 무대를 바라보는 영화인들의 시선이 사뭇 궁금했었습니다. 하지만 대종상시상식과는 달리, 대체로 진지한 자세로 미소까지 머금으며 관심있게 지켜보더군요. 몇몇 배우의 흐뭇해 하는 얼굴도 카메라에 잡혔지요.
글쎄요, 인터넷의 비난 여론을 의식한 탓일까요..


첫 공연곡 '훗' 노래에 이어진 '소원을 말해봐'무대는 MC 송윤아가 함께 했습니다.
일부 언론보도를 보니 송윤아가 부상으로 잠시 쉬고 있는 티파티의 빈자리를 대신해 완벽하게 무대를 소화해냈다고 평가했던데요.

제가 보기엔 완벽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스텝도 좀 엉켰고, 안무실수도 있었으며 팔동작이나 여러 어색한 동작이 나왔습니다. 또 화사한 표정을 자랑하는 소녀시대 멤버들 사이에서 경직된 표정을 드러내기도 했지요. 그리고 그랬기에 더욱 친근하고 정감이 가는 무대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소녀시대와 똑같은 옷은 입었지만 전문가수가 아닌 영화인으로 갓 출산한 몸으로 혼신을 다하는 모습자체가 아름다운거지요. 그랬기에 영화인들도 열광적인 호응을 보내준것 같습니다. 동료 배우 송윤아씨의 어설프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동료로서 미소와 박수를 쏟아낸거지요.


송윤아씨는 대한민국영화대상과 인연이 매우 깊습니다. 1회를 제외하고 2회부터 지금까지 쭉 MC를 맡아오고 있으며 2007년부터는 안성기씨와의 공동진행이었던 MC자리를 혼자서 진행해왔습니다. 청룡상의 여인이 김혜수이듯이, 대한민국 영화대상의 여인은 송윤아라고 여겨질 만큼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제의 분위기를 달구기 위해서 2006년에는 공동MC 안성기씨와 함께 당시 유행했던 '김기사"개그를 선보였으며 2007년에는 박진영씨와 '그녀는 예뻤다', '허니'의 커플댄스를, 2008년에는 50명의 댄서와 테크토닉을 멋지게 선보이기도 했었지요.

늘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MC였는데요, 이번에도 1년만에 다시 부활한 시상식의 MC를 맡으며 더욱 신선하고 획기적인 무대를 준비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당대 최고의 걸그룹 소녀시대와의 합동공연인 것입니다. 아직 산후조리도 다 되지않았을 출산후 짧은 시간이었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무대를 선보인 그녀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무대공연 직후 이어진 송윤아의 오프닝 멘트였습니다. 낯설고 벅찼을 안무를 금방 소화해낸 송윤아씨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힘겨운 숨을 고르면서도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환한 웃음으로 매끄러운 무대인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녀의 가뿐 숨 속에서도 멘트는 매끄러웠고, 대신 멘트의 사이사이 마다 몰아쉬는 거친 숨소리는 시상식의 현장감을 리얼하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해줬습니다. 사람의 말은 의미를 전달하지만, 말에 담긴 마음은 '의미 그 이상'을 느끼게 해주기도 합니다. 전 송윤아의 오프닝멘트에서 그녀의 '영화와 영화제'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멘트 도중 후원사 소개를 하다가 말이 꼬였을때의 멋적은 웃음조차 훈훈했습니다.


막 공연을 펼치고 이어지는 멘트의 숨가쁨,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영화제의 주역으로서 애정이 듬뿍 담긴 오프닝 멘트 속에서 시상식을 대하는 저 역시 진지하게 시청할 준비를 갖추게 되더군요.
새로 부활한 대한민국영화대상에 대한 반가움, 자신이 MC를 맡아온 지금까지의 인연 그리고 합동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접하며 딜레이 방송이란 것도 잊은채 어느덧 영화와 함께 중년의 세월로 접어든 여인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레드카펫과 화려한 드레스로 상징되는 영화제이건만, 땀으로 범벅이 된 여배우 송윤아의 두꺼워진 팔뚝은 출산 직후의 '어머니'다운 인상을 줬습니다. 이제는 영화의 히로인으로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배우가 아닌 삶의 동질감을 주는 영화인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남기며, 생방송 못지 않은 딜레이 시상식은 본격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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