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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나는가수다 임재범, 순위를 뛰어넘은 예술혼

 


                    순위를 넘어선 예술혼


'즐기는 거지, 판단하는 게 아니거든요. 음악은...'
무대를 앞두고 임재범이 한말입니다. 실로 그의 무대는 순위를 무의미하게 한 경이로운 무대였지요. 그의 말대로 '판단'이라는 것을, 그리고 '순위'라는 것을 잊게 만드는 전율을 이끌어냈습니다. 임재범이기에 가능했던, 지금까지의 무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무대를 선사해주었습니다. 나는 가수다(나가수)가 준 가장 큰 선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미 합류 자체만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임재범은, 지난 첫 공연에서도 청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드러내며 '왜 임재범인가'를 증명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펼쳐질 그의 경연 무대에 대한 기대치를 더욱 높여줬지요. 임재범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를 구현해 낼것이라는 기대 말입니다. 그리고 임재범이 부른 남진의 '빈잔'은 그 기대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장르를 초월하는 그의 가창이 경이로웠습니다. 그의 무대를 바라보는 마음엔 경건함 마저 깃들게 됩니다.


큰 북의 울림 그리고 나직히 터져나온 지극히 낮은 저음으로 시작된 노래는, 이미 원곡자 남진의 노래가 아니었습니다. 도입부만으로도 전율을 줬지요. 사람이 낼 수 있는 최저음이라는 임재범의 목소리는 북소리와 함께 묵직하게 깔리며 무대에 강렬한 기운을 불어넣었지요. 원시의 야성을 떠올리게 하는 저음과 어우러진 임재범의 카리스마는 관중을 압도했습니다. 일렉트릭 기타의 현대적인 음과 피처링한 뮤지컬가수(차지연)의 한이 서린 목소리가 받쳐주는 가운데 임재범의 두터운 음색은 원곡이 가진 트로트라는 장르를 훌쩍 뛰어넘는 모습이었지요. 노래는 똑같은 멜로디와 가사가 수차례 반복되는 구성이었는데요, 임재범이 토해놓은 노래는 소절 소절마다 느낌이 달랐습니다. 절정으로 치닫는 그의 절규에는, 인간이 인간과 소통하는 위대한 예술혼이 투영된 듯 했습니다. 바람직한 무대란 어떤건지, 순위를 매긴다면 몇 등일지 등의 판단 따위를 뛰어 넘었지요. 그냥 그 무대만이 존재하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의 무대에 몰입되어 그저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지요. 화면 중간중간 비쳐진 청중들의 눈빛에서도 경이로움이 가득 담겨있더군요. 마지막 절규를 토하고 돌아서는 임재범을 향해 기립박수를 보내는 50대 아저씨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지요. 그 여운이 너무 강렬해 자꾸만 돌아보게 만드는 생소한 마력이 있었던 무대였습니다.


처음 임재범이 나가수에 출연한다는 뉴스를 접했을땐 상당히 의외였는데요, 항간에도 그의 출연을 걱정했던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요. 워낙에 베일에 쌓여있기도 했지만, 기인과도 같은 행적으로 인해서 프로그램을 살얼음판으로 만들지는 않을까하는 염려말입니다. 하지만, 그는 출연을 결심함과 동시에 프로그램에 대한 마음을 열었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동료가수와 매니저를 마주했고, 무대를 마주했지요. 이미 나가수는, 임재범 자신과 그의 가족에게 삶의 새로운 의미가 되고 있습니다. 경연을 준비하며 하루 3시간 이상을 자본적이 없다던 임재범은 공연 이틀전 40도에 달하는 고열과 소리가 안나올정도로 심각한 목상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리허설에서조차 쓰러질 것 같은 열창을 보여줬지요. 그는 이미 나가수를 그의 인생으로 받아들인 듯합니다. 이날 무대를 마치고 쓰러져 병원으로 직행했다는 임재범, 그는 어쩌면 자신의 생명을 깎아내어 예술혼을 불태운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날 경연에서 임재범의 순위는 4위였습니다. 이에 대한 이소라의 반응이 인상적이더군요. 이소라 역시 이날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감동을 선사했었는데요, 그녀는 무대가 끝나고 가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임재범의 1위를 확신하는 모습이었지요. 이후 순위 발표 현장에서 본인이 2위에 오르자 모처럼 행복한 미소를 지었는데요, 임재범이 4위로 발표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지요. 아마도 2위인 자신을 뛰어넘은 마음속 1위로 임재범을 꼽았었는데, 임재범의 무대가 폄하된 듯 느껴진 것에 대한 씁쓸함의 표현인 듯 보였습니다. 다른 가수들도 모두 임재범의 4위가 의외라는 반응이었지요. 하지만 이날 무대를 보면서 임재범의 말처럼 음악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무대를 앞두고 임재범은 아픈 것때문에 무대를 포기하는건 싫다고 했었지요. 암 투병 중인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는 깊은 회한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그 역시 눈물 짓는 연약한 인간이지요. 인간은 비록 연약하지만, 때론 강력한 의지로 '인간이 단지 연약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내기도 합니다. 왜 예술혼이란 말이 있는지 알 듯합니다.. 그가 전파를 통해 시청자들의 가슴에 전달시켜준 전율은, 이를 일깨워준 임재범 못지 않게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시청자 자신에게도 축복이지 않을까 싶은거지요. 이날 임재범의 무대에 최고의 찬사를 보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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