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ntertainment On/스타&연예

임재범의 낡은 헤드폰, 본인도 원치 않을 동정론





                          원치 않을 동정여론

요즘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임재범이 이번에는 헤드폰으로 또다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지난 8일 방송된 경연무대를 앞두고 임재범은 무대에 임하는 소회를 밝힌 적이 있는데요, 그동안의 어려웠던 생활고를 밝히며 이를 함께 해준 가족에게 고마움을 표했었지요. 그런데 당시 인터뷰에서 임재범이 착용하고 있던 헤드폰이 뒤늦게 주목 받고 있습니다. 솜까지 다 빠진 헤드폰은 임재범의 생활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네티즌 사이에서 동정여론이 일고 있지요. 지난 인터뷰에서 월100~200만원 정도의 저작권료만으로 자동차도 없이 검소하게 살았다는 그의 말은 이번 헤드폰을 통해 또다시 조명 받고 있는 셈입니다.


요즘 워낙에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임재범이다보니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뜨겁기만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동정론과 함께 일부에선 곱지 않은 악플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무대가 아닌 동정심으로 인기를 구걸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말입니다. 말그대로 유명세의 본격적인 시작이지요.

이십년전 가요프로그램에서 본 임재범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당시 사회자는 임재범의 낡은 구두를 지적했었습니다. 그러자 임재범은 오래 신다보니 편해서 그냥 계속 신고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습니다. 록의 정신을 추구하는 임재범다운 비딱한 어감이 느껴졌었지요.

물질적으로 넉넉하지 못했던 그의 삶은 스스로 선택했던 길입니다. 그래서 음반을 발표한 직후 잠적하기도 했고, 숱한 방송 섭외 요청을 무시하는 등 자신만의 방식대로 살아온거지요. 가난이란 것이, 떨치고 싶어도 떨치지 못한 것이라면 안타까운 일이겠으나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면 부끄러울 것이 없는 일입니다. 나가수에서 그가 생활고 이야기를 꺼낸 것은, 고단했던 삶을 함께해 준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하기 위한 것이지 가난 그 자체를 알리려는 목적은 아니였을 겁니다. 평생을 스스로에 대한 넘치는 자존감으로 살아온 그의 삶을 봤을때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지요. 이렇듯 자기 하고 싶은대로 살아온 인생이기에, 다른 사람의 눈에 연연하지 않았던 평생의 오만함이 있었기에, 이러한 정신이 무대에서 고스란히 살아나 관객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었겠지요. 노래를 통해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다가도, 배회하듯 돌아서고, 불 같은 눈빛으로 관중을 바라볼 수 있는 근간은 이러한 자유로운 영혼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자유롭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에 전율을 던져줄 수가 있겠지요. 다시 말해 최고의 아티스트에겐 예술의 주인은 온전히 자기 자신이어야 하겠지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충족시키기 위해 고심하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자유로울 수가 없을 겁니다. 최고의 장인은 작품을 만드는 것에만 능할 뿐, 어떻게 팔 것인지에 대해서 서툴다라는 것도 비슷한 맥락의 말일 것입니다. 임재범 역시 그동안 앨범 파는 것에는 서툴렀으니까요.


결국 임재범이 최고의 무대를 완성시킬 수 있었던 근간은 오랜기간 대중과 등진 채 자신만의 삶을 고집해왔기에 가능했다고도 볼 수 있겠지요. 남들이 헤드폰을 가엽게 생각하든, 우습게 생각하든, 그는 자신만의 주관으로 당당히 솜빠진 헤드폰을 걸치고, 낡은 구두를 신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그에게 익숙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요. 대중들의 뜨거운 애정과 관심 말입니다. 그는 아마 이런 깊은 관심 앞에서도 스스로를 잘 지켜낼 수 있을 듯 한데요, 하지만 과도한 관심과 애정은 알게 모르게 사람의 영혼에 큰 자국을 남길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첫방송 '너를 위해'를 부를때와 두번째 무대 '빈잔'을 부를때 인상적인 차이가 하나 있었는데요, 강렬한 카리스마를 풍기며 뚜벅뚜벅 무대로 걸아나오는 것은 똑같았지만, 첫방송에서는 껄렁한 목례만을 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두번째 무대에선 관중의 환호 앞에 살짝 미소를 지어주더군요. 그의 껄렁하기만 했던 야성도 길들여지는 날이 올까요.

 


분명한 것은, 나의 가슴을 흔들어 놨던 임재범은 오만함이 가득한 호랑이 같은 남자였고, 그 남자는 남들이 동정을 보내건 격려를 보내건 개의치 않고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는 남자일 것이라는 느낌입니다. 그의 이런 야성에 반한 사람으로서, 그가 동정여론에 노출되는 것이, 개인적으로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이하는 시베리아의 호랑이를 수년간 추적했었던 어느 러시아 포수의 고백입니다.

20세기 초, 시베리아에 거대한 백호 한마리가 있었다. 사람들이 철도공사를 벌이자 백호는 공사현장을 마구 급습했다. 당국에서 포수를 파견하여 백호 사냥에 나섰지만 도무지 신출귀몰, 오히려 포수들만 죽어나갔다. 하지만 결국 사람들은 철도공사를 완수했고,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달리자 백호는 무력하게 그 기차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수년간 백호를 추적해온 포수가 이순간을 포착해 백호를 겨냥했는데, 백호는 맥없이 총부리를 바라볼 뿐 피하지 않았다. 관성적으로 방아쇠를 당긴 포수는 자신이 뭔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죄책감을 떨칠 수 없었다.

문득 이제는 동물원에서밖에 볼 수 없는 호랑이 생각이 나네요. 그때 그 시베리아의 호랑이는 문명의 위협 앞에 그 야성을 잃고 삶의 의욕마저 꺾인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명은 위대하지만 그 댓가로 야생의 진짜 호랑이는 영영 볼 수 없게 되었지요.

요 아래 손가락 모양은 추천버튼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