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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나는가수다 조관우, 이젠 여린 감성도 통한다

 


스스로 너무 아쉬운 무대였다고 했습니다.
살아왔던 인생을 호흡으로 풀어보고자 임했다는 무대, 마음으로 전달해주고 싶었으나 자기 혼자만 느낀 것 같아 아쉬웠다는 것이, 무대를 마친 조관우의 소감이었지요. 노래를 시작하면서 온갖 상념이 떠올라 울컥하는 마음을 억누르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눈물이 쏟아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는 조관우의 말을 접하고 나니, 왜 그토록 그가 무대에서 외로워보였는지 알 것 같더군요. 만약 눈물이 한방울이라도 떨어졌다면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었을꺼라며, 절제하자 절제하자 스스로 다짐했다는 조관우, 비록 스스로는 제대로 절제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지만, 노래를 접한 청중과 시청자는 그가 전달해주는 감성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지요.

처음 나가수에 조관우의 합류 소식이 전해졌을 때,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의 귀환에 반가워하면서도 한편으로 우려의 시선도 있었습니다. 가성으로 노래하는 팔세토창법이 구사하는 조관우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다양성에 한계가 우려되기도 했고, 커다란 성량을 자랑하는 폭발력 위주의 창법이 높은 순위를 받고 있는 나가수의 평가 경향 탓에, 나가수에서 과연 조관우같은 여린 감성이 통할 것인지에도 걱정됐지요.
그리고 어제 조관우의 무대를 보며 이러한 우려가 불식되는 느낌입니다.
우선 다양성 측면에서는 비슷한 창법이라도 보여줄 수 있는 감성의 폭을 다양하다면 얼마든지 신선함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들더군요. 사람의 목소리에는 셀 수 없이 다양한 감성과 분위기가 묻어날 수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나가수의 평가 경향에서도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됐는데요, 어제 조관우는 청중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2위를 차지했습니다. 힘이 잔뜩 들어간 성량의 폭발이 아닌, 스며들듯 퍼지는 여린 감성만으로도 이제는 충분히 나가수에서 승산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의미있는 무대인 셈이지요.

지난 경연에서 공동6위를 한 이후 절치부심하던 조관우는, 임재범의 '빈잔'과 '여러분'을 편곡했던 하광훈을 찾아갔었습니다. 하광훈은 조관우에게서 끌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장점을 살린 편곡을 제시해주지요. 바로 우리네 '한'의 정서였습니다. 대대로 명창집안에서 나고 자란 조관우가 가지고 있는 한국의 정서를 노래 속에 담아내고자 했지요. '하얀나비'는 노래는 중간브릿지 없이 처음과 끝에 변화가 없는 상당히 까다로운 곡입니다. 길지 않은 단순한 가사속에 음조차 평이하기에, 다시말해 극적인 장치가 없는 이 노래이기에, 서바이벌프로그램에서 경쟁하기에는 포인트가 없는 부담스러운 곡이었지요. 조관우는 이 노래를 한의 정서로 풀어냈습니다. 우리네 가슴속에 숨어있는 정서로 말입니다. 나직히 시작된 '음...생각을 말아요' 첫 소절에서 이미 오래동안 묵어온, 깊은 처연함이 느껴졌지요. 눈을 감고 들으면 저멀리 들려오는 아스라한 외로움에 젖어들게 됩니다. 여기에 조관우 특유의 바이브레이션이 더해진 음색은 노래의 정서에 푹 잠기게 만들어줬지요. 이후 빠른 템포로 전환된 후반부에서도 어쩔수 없는 한의 정서가 이어졌습니다. 후렴구에서의 애드립에서도 조관우 만의 가성이 어우러져 노래를 몽환적으로 이끌었지요. 조관우이기에 가능했던 팔세토창법의 향연으로써, 기승전결이 없었던 원곡을 극적으로 마무리 지으며 여운을 담아냈습니다.

그동안 나가수에서, 높은 순위를 받기 위한 성공의 키워드가 있었지요. 강력하고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윽박지르듯 포인트를 주면, 순위가 보장됐었습니다. 반면 편안하고 잔잔한 무대는 상대적으로 낮은 득표에 머물곤 했었지요. 이는 이소라의 탈락에서 확연해졌습니다. '넘버원'을 부르며 2위를 차지했던 이소라는 그 이후 송창식의 '사랑이야' 그리고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을 마치 주변의 친지들과 즐기듯 잔잔하고 조용히 풀어냈었지요. 눈을 감고 들으면 절로 미소가 그려지는 감미로운 감성을 느끼게 해줬지만, 강한 임팩트는 없는 노래였습니다. 이러한 이소라의 무대에 동료가수들조차 우려했을 정도입니다. 결국 조용히 힘을 빼고 불러서 낮은 점수를 받을까 걱정된다는 박정현의 우려처럼 이소라는 탈락하고 말았지요. 김범수 역시 이러한 이소라의 뒷모습을 보며 무언가 고심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떠날 수 밖에 없는 나가수에서 멋진 퇴장을 염두해 두는 듯한 인상을 준거지요.  그리곤 지난 경연에서 '여름안에서'를 아카펠라풍의 잔잔한 편곡으로 선보이며, 순위에서 자유로워진 모습을 보여줬지요. 결국 이러한 무대는 공동 6위라는 결과를 가져왔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조관우의 2위에 주목하게 됩니다. 조관우는 이렇듯 잔잔한 여린 감성으로도 청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준 것이지요. 늘 폭발적인 성량으로 무대를 압도해왔던 BMK가 이번에 탈락한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줄곧 천식을 앓아서 7세의 호흡을 지니고 있다고 조관우, 성량이 부족해도 충분히 감성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조용하고 잔잔한 감성으로 일깨워줬습니다. MC윤도현으로부터, 스피커를 몇개 더 갖다 놓은 것 같다는 BMK의 폭발적인 성량보다, 감성으로 울림을 자아내는 조관우의 가성에 청중 평가단의 마음이 움직인 것을 보면, 이제 나가수의 평가 트렌드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당초 나가수는 보는 음악에서 듣는 음악으로의 전환을 대중들에게 선사했습니다. 하지만 듣는 음악이다보니, 아무래도 강력히 폭발하는 가창력 위주의 무대가 높은 평가를 받곤 했지요. 이제 조관우의 출연은, 듣는 음악으로서 폭발하는 가창을 넘어, 감성의 전달이 중시되는 새로운 국면 전환의 지표가 되는 건 아닌지하는 기대를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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