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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무한도전, 바다가 길에게 건네준 선물

 


                   

무한도전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가 주는 놀라운 점은, 예능을 넘어 음악자체에도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음악에 서툰 무도멤버들이 적극적으로 무대에 참여하여 빼어난 음악을 선사해줬습니다. 여기에는 최고의 음악인들이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 바탕이 되었겠지만, 음악인과 무도멤버들의 교감 역시 상당히 주효했습니다. 50일간의 여정 그리고 4차례의 방송을 통해, 처음의 어색했던 이들이,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기까지의 여정을 쭉 지켜봐왔는데요, 서로 친분을 쌓고 마음을 나누며, 가사를 짓고 곡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이들이 어떤 감성을 나눠가졌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그들의 노래가 더 마음에 와닿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50일간의 대장정의 결실인 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가 드디어 전파를 탔습니다. 3주간의 음악여행을 빠짐없이 챙겨보며 최종무대에 대한 기대가 나날이 높아갔었는데요, 역시나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성했던, 무한도전다운 종합선물세트였습니다. 그리고 그 중 개인적으로 유난히 시선이 갔던 무대는 바닷길의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였습니다. 앞서 언급한 그들의 음악여정을 이미 보았기에 더 공감가는, 그래서 더 마음에 와닿는 노래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들은 다른 팀과는 달리 전문음악인끼리의 만남이었지요. 함께 음악 작업을 하고자 첫 만남을 가졌을때, 이들은 서로가 공유하는 부분을 찾아나섰지요. 수세미즙의 쓴맛을 공유하면서 시작된 이들의 편안한 만남은 이내 '엄마의 편지'에서 접점을 찾게 되지요. 길의 작업실 구석에 방치되어 있던 오래된 상자에서 우연히 발견한 '엄마의 편지' 앞에서 이들은 눈물을 적셨습니다. 엄마가 쓴 편지를 모아왔던 두 사람, 이들은 각자 엄마에게 받았던 깊은 사랑을 되새길 수 있었지요. 그동안 무한도전에서 상당한 비호감 이미지를 안은채 숱한 욕을 먹어온 길도, 한 어머니의 사랑받는 아들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카레는 은근한 불에 데워 먹으라' 엄마의 소소한 메모에서조차 엄마의 세심한 배려를 실감할 수가 있었지요. 식물인간이 된 아빠와 비행청소년 아들을 위해 헌신했던 길의 어머니, 도망가버리라는 동생의 권고를 단호의 거부했던 깊은 사랑을 건네준 분이지요. 바다 역시 엄마에게, 무대에서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그 때문에 예기치 못하게 엄마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했던 한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노래의 키워드를 사랑으로 잡았습니다. 이들이 받아온 사랑, 또 건네줄 사랑..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는 이렇게 완성이 되었습니다.
사랑의 노래이기에 결코 슬픈노래는 아니었지만, 이들에게 사랑의 시작일 수 밖에 없는 엄마의 존재는 노래 속에 눈물로 투영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더 절절한 사랑의 깊이가 더해질 수 있었지요. 청초한 바다의 목소리만으로는 갓 시작한 연인의 사랑을 생각나게 만들지만, 곡이 담고 있는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보면, 모든 걸 다 줄 수 있는 가족에 대한 마음 깊은 애정의 곡이지요. 그리고 서로 눈물을 쏟으며 깊게 교감했던 두 사람이기에, 길이 만든 곡의 감성을 바다는 충실히 구현해낼 수 있었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내내 바다는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이었지요. 노래가 갖고 있는 느낌을 이미 몸에 체화한듯 말입니다.


행복한 듯, 그러나 젖은 눈시울로 편안하게 부르는 바다의 음색은 시원하면서도 깊이가 있었습니다. 청초하고 맑은 바다의 목소리에는, 노래에 빠져들게 만드는 마법이 있었습니다. 이 무대를 지켜보는 관중 뿐 아니라 경쟁자인 다른 출연자들마저도 넋을 놓고 바라보게 만드는 마법 말입니다. 그리고 무대의 후반후에서 맑고 아름다운 바다의 목소리에 어우러지는, 길의 저음이 더해졌을 때 더욱 안정적이고 완벽한 하모니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무도에서 그다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길이었지만, 이번 가요제에서만큼은, 음악인 길로서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동안 노래를 준비하면서 작곡가로서의 빼어난 능력도 보여줬고 차분하고 섬세하게 노래를 프로듀싱하며 가수에게 의지가 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간의 음악여정을 통해 이를 지켜본 대중들도 그가 보여준 음악에 대한 재능과 새로운 이미지로 인해, 그를 다시 보지 않을 수 없었지요. 그래서였을까요. 바다가 독창을 하던 최종무대의 후반부에 길의 목소리가 더해지던 순간, 관객들은 뜨거운 환호를 보내줬지요. 길의 존재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다가 느낀 길에 대한 존재감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마지막 하모니가 끝났을때, 바다가 길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깊은 신뢰가 가득했지요. 노래가 끝나도록 이어진 이들의 눈맞춤은 서로 음악을 공유하고 노래에 담긴 감성의 교감을 나눈 진정한 동료의 눈빛이었습니다. 그리고 노래가 끝났을때 두 사람들은 가장 먼저 서로에게 깊은 인사를 보냈습니다. 이어진 관객에 대한 인사는 오로지 길만의 몫이었지요. 바다는 길에게만 인사하고는, 관객에 대한 인사는 손을 뻗어, 길에게 양보했습니다. 무대의 영광을 오로지 길에게만 돌린 거지요.

바다는 애초부터 길에 대한 무한신뢰를 보여줬지요. 이 노래를 지칭할때도 '오빠 노래'라고 표현해왔고, 길이 리드하는 대로 다양한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해왔습니다. 길이 고맙다고 표할 정도로 최선을 다했지요. 그리고 길은 바다가 무대에서 돋보일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다른 팀과 달리, 노래의 대부분을 바다가 홀로 부르도록 했으며, 후반부에만 살짝 자신의 목소리를 보탰습니다. 그조차도, 자신이 구사해온 저음의 거친 음색을 철저히 배제한 채 바다와의 화음을 보조하는 수준으로 말입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노래는 완성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다는 (앞서 말한대로) 무대의 영광을 온전히 길에게 돌려준거지요. 무대의 영광을 건네받은 길은, 이제 비호감을 떨쳐 낼 수 있을까요. 앞일을 알 수야 없겠지만, 무대의 절정 속에서 길이 행복했었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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