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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신사의품격 이종혁, 심금을 웃기는 박신양패러디

 

 

 

신사의 품격은 늘, 중년 4인방의 소소한 에피소드로 시작하는데요, 어제 방송의 오프닝은 과거 이정록(이종혁 분)의 결혼식 장면이었지요. 결혼사진을 찍는 순간 신부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습니다. 신랑측 친구들의 대부분이 아리따운 미인들이었기때문이지요. 당초 장동건 원톱으로 주목받았던 이 드라마는, 4명의 중년들에 대한 캐릭터 조명이 이어지면서 각 캐릭터들이 가진 제각각의 사랑법을 보여주고 있지요.

 

 

이정록의 경우, 강남 부동산 거부를 부인으로 두고 있지만, 뭇 여인들에 대한 박애정신이 너무 깊다보니, 부인의 눈을 피해, 시도 때도 없이 결혼반지를 빼놓고 딴청을 피는 철부지 남편으로 나오지요. 건축사, 변호사 등 능력 좋고, 외모 빛나는 친구들 틈에 끼어 있지만, 자긍심만큼은 스스로 최고라 자부하는데요, 하지만 부인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는 연약한 남편이기도 합니다. 그는 매회 등장할때마다 깨알같은 웃음을 주며 드라마의 코믹 요소를 담당하고 있지요.

부동산재벌 아내에게 얹혀사는 자칫 무능해보이기까지 하는 이정록은 네 남자 중 사회적 능력은 가장 딸려보이지만, 연애 능력은 단연 탁월합니다. 유머러스하고 애교가 넘치며 최고의 입담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무지 마흔살 같지 않은 비주얼과 스펙, 완벽함을 갖춘 친구들 틈에서 오히려 가장 인간적으로 보이지요.

 

하지만 그의 치명적인 단점은 부인을 두고도 여전히 '만인의 연인'임을 자처하는 것인데요, 이런 이정록의 바람기가 부인 박민숙의 감시망에 노출되면 심각해지기보다는 우스워지곤 합니다. 시종일관 도도한 모습으로 남편을 의심하며 감시하지만, 여전히 남편에 대한 미련의 끈을 놓치 못하는 부인과 늘 부인의 감시를 피해 끈적한 유혹을 뿌리고 하는 남편의 이야기는 충분히 비극일수 밖에 없을텐데요, 이 비극을 코믹으로 만들어 버리는 이들 커플의 이야기가 시선을 잡아끕니다. 어쩔수 없는 앙숙인듯 보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잘 어울리는 부부이기도 하지요. 

 


부인의 코 앞에서 뜬금없이 날라온 문자 메세지를 숨기고자 아예 핸드폰을 박살내 버렸던 이정록인데요, 그럼에도 핸드폰의 유심칩을 요구하는 부인에게 항의하고자 그는 가출을 감행했었지요. 바로 부인의 스파이역할을 해주는 메아리가 살고 있는 친구 임태산의 집으로 말입니다. 헌데 이곳에서 출근하며 성실하고 바른 생활을 연출하지만, 메아리는 이러한 생활상을 도통 부인에게 보고해주질 않지요. 그래서 상황을 타개하고자 부인을 성당으로 불러 왕년의 로맨티스트 답게 명품 고백을 기획합니다.

신사의 품격에는 지금껏 많은 드라마들이 패러디 됐었지요. 김하늘의 유명한 대사,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라는 로망스의 한 장면, 김광규의 까메오출연으로 리얼리티를 살린 영화 친구의 대사 '아버지 뭐하시노'와 같은 깨알같은 패러디들이 이어졌었는데요, 이날은 영화 '약속'을 제대로 패러디했습니다.

 

영화에서처럼 무릎끓고 고백하지요, 말 한마디를 뱉을때마다 한 호흡의 고통과 한 호흡의 침묵이 함께 했는데요,'당신께서 저한테 니 죄가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그 사람을 만나고...' 말을 잇다 목이 메어 끊어지는 숨결에선 진지한 연기인지 과장된 코믹연기인지를 구분하기 힘든 모호함이 있었습니다. 이어지는 대사 '...그 사람을 사랑하고 매일밤 혼자 남겨둔 것이 가장 큰 죄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을 사랑하는데 있어서 만큼은 정말이지 인간이고 싶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는 배우 이종혁은 자칫 유치해질 수 있는 설정을, 비극과 희극을 버무려내는 디테일 연기로 소화해냈지요.

 


물론 순간적으로 빛을 발했던 명연기는, 언제나처럼 지겨워 하는 부인과 언제나처럼 오버스러운 남편의 익숙한 모습으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말입니다. 음이탈되듯 터져나온 목소리는 이내 눈을을 쥐어짜내는 고통스런 표정 속에서 웃음으로 귀결되었지요. 이런 남편의 고백을 떨치고 돌아서버린 부인의 뒷통수를 향해 '얘기야~'를 외치며 그의 박신양 패러디는 마무리 됐습니다. 그야말로 심금을 웃기는 패러디였지요.

항상 아내의 눈을 피해 뭇여성에게 한 눈을 팔지만, 번번이 아내 박민숙의 정보망에 걸려 번번이 곤혹스런 상황에 처하게 되는 이정록은, 4인방 중 유일한 유부남이지만 여전히 철들지 않는 남자인데요, 영원한 철부지 남자와 이런 남자를 여전히 포기하지 못하는 여자의 삶에는 도무지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이들에게도 진정한 이해와 교감이 찾아올까요.. 그 해법이 어떻게 제시될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처음의 낯설고 어색했던 장동건의 연기가 익숙해지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듯, 이들 4인방의 모습들도 점차 캐릭터를 구축하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요, 한국판 섹스앤더시티를 표방했듯, 4인4색 이야기도 저마다의 색깔로 볼거리를 더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