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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아이두아이두 김선아, 원조 차도녀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또 로맨틱 코미디여야 했을까..
드라마 아이두아이두로 컴백한 김선아를 보며 든 생각이었습니다. 잘나가는 커리어우먼과  연하의 신입사원이 그리는 좌충우돌 로맨틱 코미디라는 설정은 얼핏 식상하고 진부한 느낌마저 줬는데요, 헌데 이 뻔해 보이는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절로 몰입이 되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우리네 현실이 뻔하기 때문일까요..

 

회식가서 직장상사의 뻔한 노래를 어김없이 들어줘야 하는 현실, 재벌가의 나이 어린 상사 앞에서 굽신거려야 하고, 황당한 일거리로 신입사원을 괴롭히는 선배의 모습도 익숙한 우리네 모습인데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직장 여성과 육아라는 난처한 질문은 단지 여성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모성보호법으로는 엄연히 산후 휴가와 육아휴직이 명시되어 있지만, 대체가능하지 않은 직무를 가진 전문적 여성에겐 현실적 대안이 되지 못합니다. 꿈을 향해 나아가야 할지 꿈을 포기해야 할지 하는 문제는 이들에겐 엄존하는 냉엄한 현실이기도 하지요. 그저 부담없이 즐길 것 같은 로맨틱 코미디일 줄 알았던 아이두아이두에는 이런 복잡한 이야기들이 있어 뻔하지가 않습니다.

 

 

또한 김선아의 이미지도 인상적이지요.
5회를 지나고 있는 이 드라마를 보면 16년전 그녀의 첫등장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낯선 여자에게서 내남자의 향기를 느꼈다..'라는 광고컷 하나만으로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원조 차도녀의 위용을 보였던 그녀는, 하지만 이후 영화 '위대한 유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등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차도녀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각인돼 왔습니다. 헌데 이번 드라마 아이두아이두에선 십수년전 바로 그 이미지로 돌아왔지요.

짙은 아이라인에 멋드러진 스카프를 휘날리고 굽 높은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패션니스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거기에 더해 세상에 도전하는 전문직 여성으로서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녀는 극중 대기업의 중역으로서 사내 별명이 '메두사'입니다. 그녀의 시선을 받은 직원들은 순간적으로 돌처럼 굳어버리기 때문인데요, 오직 디자이너로서의 자부심과 열정으로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일에만 전념해왔습니다. 그동안 남자에 관심 둔 적도 없었고, 결혼을 종용하는 가족들을 피하고자 명절마다 출장을 다니며 숨가쁘게 살아왔던 그녀는 이제 사장으로의 취임까지 눈 앞에 두고 있지요. 이 소식을 접했던 날, 그녀는 메두사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도록 사무실에서 남몰래 숨죽이며 환호했지요.

 

그리고 때를 같이해 그녀가 처음으로 마음을 열게 된 남자가 생겼습니다. 부모님의 강권으로 내키지 않은 맞선에 나갔다가 알게된 이 남자는, 여자 입에서 '결혼'이라는 말만 나오면 오만정이 싹 달아난다던 독신주의였는데요, '결혼'에 절대적으로 무관심하며 무의미한 인연조차 남기지 않으려는 그녀에게 제대로 반해버렸지요, 그럼에도 관심두지 않으려 했건만, 그녀의 아버지를 수십년만에 미소짓게 만든 그 남자의 헌신에 황지안은 처음으로 남자에게 마음을 열게 됩니다. 직장에서의 승승장구와 마흔이 가까워서야 찾아온 듯한 사랑.. 바로 이때 이 모든 것을 한방에 날릴 현실을 알게 됩니다. 바로 뜻하지 않은 임신 사실인데요, 처음 임신 진단을 받았을때 그녀는 실소를 합니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죠..'하지만 두달 전 아버지 때문에 속상해서 만취했던 날, 한 청년과의 예기치 않은 사고(?)는 냉엄한 현실이었습니다.  그 청년은 그 사이, 자신의 회사에 취업해 자신의 부하직원이 되어있는데요, 이 말 못할 운명 앞에서 늘 당당하기만 했던 그녀도 고개를 수그리고 있지요.

 

 

김선아의 최근 작품이었던 드라마 '여인의 향기'는 시청률과 화제성에서는 성공적이었지만 여배우 김선아에겐 씁쓸한 기억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방영된 드라마 '최고의 사랑' 속 공효진은 모든지 몸에 걸쳤다하면 히트상품으로 이끌어 내며 패션리더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는데요, 여행사 비정규직으로서 시한부 인생을 연기했던 김선아는 패션아이콘과는 완전히 거리가 있었습니다.

 

모처럼 처음 세상에 알려지던 모습 그대로 패셔니스타로서 컴백한 그녀는 원조 차도녀이자 왕년의 패션 아이콘으로서 여전히 유효할 수 있을까요, 기분이 울쩍해지면 매끈한 하이힐에 너플거리는 스커트로 기분을 전환시키고, 재벌가의 로열패밀리의 위세 앞에서 전문직 여성이 지켜야할 자존심을 고민하는 그녀.. 어느덧 그녀의 얼굴엔 세월이 보이지만 그만큼의 깊이도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