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신의 속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주연인 유은수(김희선 분)와 최영(이민호 분)은 물론이고 공민왕과 노국공주에 악당 기철까지 뚜렷한 자신만의 색깔로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지요. 이제 기철과 공민왕의 본격적인 대결 속에서 유은수와 최영의 운명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싶습니다. 이들 캐릭터 덕분에 신의가 흥미진진할 수 있습니다. 제작진 또한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 바 있지요. 그 장담처럼 강력한 캐릭터와 극한 대결의 양상을 보이며 기대감을 높였는데요, 하지만 이러한 캐릭터와 대립구도를 무색하게 만드는 요인이 있으니 바로 허술한 전개입니다.
대결구도란 팽팽한 힘의 균형 속에서 스릴과 재미를 유도해야 할텐데요, 황당하리만치 막강한 기철의 세력과 허무하리만치 빈틈을 보이는 공민왕세력의 대결은 흥미를 급감시킵니다.
기철의 곁을 지키는 이들은 몇몇 되지도 않지만 극강의 재주를 부리고 있습니다. 음공을 다룬다는 천음자와 화공을 다루는 화수인은 천하무적으로 나오지요. 거기에 더해 노국공주의 시녀로 잠입시킨 이름모를 여자는 도청, 소매치기, 궁궐내 살상임무까지 별별 임무를 수행하는 만능 재주꾼입니다. 기철 자신도 절대무공을 지녔으니 몇몇 되지도 않는 이들 악당 무리는 극강의 파워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우달치대원은 허약하기 짝이 없지요.
왕명이 담긴 밀지는 기철의 이름모를 여자에게 어이없이 소매치기 당했고, 그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입니다. 오히려 문서를 받았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해 하지요. 게다가 기철일당이 궁을 유유히 돌아다니며 궁녀들을 살해해도 알아차리는 이가 없었습니다.
의선이 거처하고 있는 약재원은 초정절 도청에 완전히 노출된 것도 부족해, 환자 납치와 간호인 감금이 발생해도 알아채는 이가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최영의 부하들은 니 잘못이니 내 잘못이니 가르며 코믹연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급기야 의선이 납치됐다는 사실을 알고난 이후에도 최영에게 보고하는 일 외에는 하는 일이 없습니다. 빠른 연락체계도 위기상황 대처능력도 없는, 과연 왕의 호위부대인지 헷갈리는 부대입니다.
지난 회에선 최영과 공민왕의 쳐놓은 계책에 빠져 눈앞에서 무력하게 의선(김희선 분)을 빼앗겼던 기철입니다. 역모라는 명분 탓에 왕에게 변명도 못한 채 힘없이 돌아갔던 기철이건만 이번 10회에선 목에 칼이 들어와도 느긋하게 왕을 협박하는 강심장이 되어 있지요. 이런 기철이 극단적으로 왕을 모욕했지만, 공민왕은 기철의 기세에 눌러 무력하게 물러섭니다.
이렇듯 오락가락하는 허술한 전개와 일방적으로 쳐지는 대립구도가 극에 대한 몰입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신의는 초반 뛰어난 연기 내공을 선보이며 드라마의 격을 높여 놓았던 공민왕의 명품연기와 신비하고 도도한 매력이 돋보이는 노국공주, 그리고 갈수록 우수에 찬 눈빛이 살아나는 최영, 하늘의 의원이라 불림에도 품격보단 솔직 발랄함이 매력인 유은수 그리고 악당임에도 위트있고, 허당스러운 기철까지...확실한 캐릭터구축으로 대중에게 어필할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화타와 미래에 대한 의문 그리고, 산으로 가는 듯 종잡을 수 없는 허술한 전개를 보이고 있습니다. 힘의 균형을 상실한 대립구조와 초절정 천하만능의 악당에게 주인공이 일방적으로 농락당하는 모습까지 이어지는 맥빠지는 전개가 아쉽습니다. 말 그대로 잘 빠지 캐릭터가 아까운 허술한 전개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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