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ntertainment On/예능&오락

1박2일, 예능인 강호동, 씨름인의 눈물을 흘리다





지난주부터 이어진 이만기-강호동의 '세기의 대결'은 역시 감동적이네요.
즉흥적이고 우연히 기획되었기에 더욱 대박이였습니다. 당초 계획된 울릉도 단풍놀이가 태풍으로 취소되면서 멤버들과 스텝들이 우왕좌왕 아이디어 회의를 할때까지만 해도 많이 우려스러웠거든요. 숱하게 많은 의견들이 휙휙 지나갔는데, 졸고 있던 은지원이 무심코 던진 '씨름'이란 단어가 강호동의 귓을 확~ 잡아끌었습니다. 그렇게 이 대결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을텐데요, 전 2년전 무릎팍 도사를 떠올리고 싶습니다.


강호동과 이만기, 2년전 이들은 무릎팍도사와 상담자로 마주앉았었습니다. 당시 이만기씨의 상담고민은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씨름을 다시 좋아하게 될까요?' 였습니다. 씨름이 국민스포츠로 큰 인기를 누리던 시절, 그 영광의 중심에 섰던 전설의 인물로서,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씨름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절절히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였지요.  이런 고민을 접하는 강호동씨의 표정 역시 편안할 수가 없었는데요, 지금은 최고의 MC반열에 오른 예능인으로서 인생의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그의 혈관에 흐르는 씨름인의 피는 어쩔수가 없었나 봅니다. 비록 떠나온 모래판이지만 그에 대한 향수와 고뇌는 이만기와 다르지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당시 머리를 맞댄 것이 이번 대박기획의 밀알이 되었던 걸까요... 이번 1박2일에서도 강호동의 전화를 받은 이만기씨는 '씨름의 부흥을 위해서라면 앞으로도 10년마다 계속 대결을 할 용의가 있다'는 말로 감동을 줬습니다.


 결과를 알 수 없을 막상막하의 대결

강호동을 제외한 4명의 멤버와 초등학생 씨름 선수와의 대결은, 역시 씨름은 경력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좀 싱거운 결말이였지요. 김종민씨가 유일하게 1승을 챙기며 자존심을 살려줬는데요, 비록 상대가  경력2개월의 초등학생이였지만, 모처럼 존재감을 보여줬습니다.
결국 이어진 진검승부, 진정한 맞수의 대결 강호동과 이만기의 경기. 이 두사람은 경기전 씨름 선수들을 상대로 뭄풀기에 들어갔는데요, 진지하게 연습에 임하며 서로간의 탐색전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냥 예능프로그램에서의 이벤트경기가 아닌 진심을 다해 준비하는 모습이었지요. 특히 무림의 고수가 고수를 알아보듯, 강호동과 대학생 랭킹1위인 선수와의 연습대결에서 마지막판은 일부러 강호동이 져준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만기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씨름에 대한 안목과 깊이를 엿볼 수 있기도 했습니다.
연습경기 이후 시작된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샅바를 잡는 것부터 서로에 대한 강력한 견제를 펼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봐주며 경기한다는 태도가 없었을 뿐 아니라 웃기려는 예능인의 모습을 찾을 수 없는 그야말고 최선의 성의를 다한 경기였던 것입니다. 씨름계의 거두로서 서로에 대한 예의이자 옛향수를 공유하고 싶어하는 올드씨름팬에 대한 예의를 제대로 갖춘거지요.


 이만기의 승리 하지만 감동을 보여준 강호동의 눈물

두 사람의 대결은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 넘치는 경기였습니다. 전 예전부터 씨름을 관심있게 지켜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대결을 통해 씨름에 대한 새로운 인상을 받았습니다. 씨름이 이렇게 박진감 넘치고 스릴이 있는 것인지 처음 알았지요. 샅바를 잡고 경기전 기싸움을 벌이는 모습으로부터 경기 시작후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결, 두 사람의 움직임 하나에도 여러 기술들이 연속으로 물고 물리며 무게중심의 이동이 숨가쁘게 움직이는 흥미진진한 씨름의 묘미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힘뿐아니라 치열한 두뇌싸움도 요구된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첫 경기는 탐색전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두 사람의 첫 경기부터 샅바를 서로 놓치게 될 정도로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이었지요. 결국 이만기씨의 2:1 승리로 마무리 되었는데요, 누구하나 패자라고 할 수 없는 뜻 깊은 대결이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전 강호동이 결과를 따지지 않고 최선을 다 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져주는 것이 성공적인 방송에 유리할 것이라는 예능인적 발상이나 계산은 느낄 수 없었고 씨름인으로서 선배와 씨름팬들을 위해 진지하게 임하지 않았나 하는 짐작이지요.


경기 직후 강호동은 수줍은 듯 이만기 선배님이 둘째판은 양보해주셨다며 겸손히 말했었지요. 이렇게나마 양보의 사실은 표현했음에도 감동의 여운은 너무도 강렬했나 봅니다. 이후 회식을 위해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이만기씨와 옛 추억을 나누던 강호동은 굳이 둘째판 양보이야기를 다시 꺼내다가 기어이 눈물을 뿌립니다. 이렇게 후배의 자존심을 챙겨주는 이런 분을 내가 존경해왔고 이런 분이 선배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눈물을 감당치 못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더군요. 항상 1박2일에서 동생들을 호령하며 위풍당당한 포스를 뿌려왔던 예능인 강호동도, 씨름인으로서는 선배에 대한 존경과 감동의 눈물은 지켜보는 사람까지 가슴 뭉클하게 해주네요.


아마 이만기선배의 배려는 강호동 자신에 대한 배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씨름계 전체를 위한 보이지 않는 배려였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강호동도 오직 둘만의 비밀로 남을 수도 있었던 이야기를 꺼낼 수 밖에 없았나 싶구요. 
앞서 언급한대로, 처음 급작스러운 여행일정 변경은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연히 튀어나온 씨름이란 한 마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다른 여러 의견들을 대충 흘리던 강호동은, 무심코 나온 '씨름'이란 단어에 주목했습니다. 그의 이십년 경력에 묻어나는 예능감때문일까요, 혹은 이십년 동안 숨어있던 유년의 꿈 때문일까요. 아마 복합적이거라고 짐작해봅니다. 오늘의 강호동을 이루고 있는 것은 이 두가지를 모두 포괄하고 있을테니까요. 이번 명사특집을 기안해낸 1인자 강호동을 새삼 다시 보게 됩니다. 방송인 예능인으로서 물을 만나면 기꺼이 뛰어들고, 까나리액젓이나 고추냉이도 마다않는 버라이어티 정신으로 충만했던 강호동으로서 뿐만이 아니라, 국민스포츠였던 씨름계의 거두로서의 깊은 향수와 인간적인 눈물은 바로 강호동이였기에 보여줄 수 있는 선물이였겠지요..

                                     요아래 손가락 모양은 추천버튼입니다... 혹시나 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