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6 11:21

 
캠퍼스 중앙 도서관 앞 벤치
동아리 사람들과 잡담을 하고 있었다.
3년 위 선배가 문득 헌팅의 기초를 설파했다.
흥미 있었다.
 

건너편 공중전화 부스에 동아리에서 몇번인가 본 여선배가 있었다.
여린 공주였다.

선배가 내게 제안했다.
 

"실전이 중요하지. 저기있는 xx에게 도전한다면, 내가 2단계 이론을 알려 주마."
 

난 기꺼이 달려갔다.
  

아마 나를 기억할 것이다.
난 시치미를 떼고, 자못 진지하게 말했다.

 
"시간 있으십니까? 차 한잔 하실 수 있나요?"
 

다행히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반갑게 웃으며 나의 능청을 받아줬다.

 

선배는 내가 정말 갈 줄 몰랐나 보다.
서둘러 와서 조심스레 사태를 수습했다.
선배의 표정을 보면서, 여린공주가 상당히 까다로운 성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여린공주는 동아리방에서 자주 볼 수 없었다.
그 후 몇 번인가 보면서 내 추측이 맞았음을 확인했다.

상대하기 싫은 사람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호감가는 사람에게만 친절했다.

 

근데 자꾸 생각이 났다.
그 기품있는 미소를 대할때마다 심장이 요동쳤다.
난 못된 성격 싫어한다.
정말 알수 없는 일이다.

 

용기를 내서, 밥사달고 했다.
연하의 무기를 활용할 수 밖에 없었다.

 

영화에 관심 있는 것 같았다.

 
'보고 싶은 거 있지, 이번에 개봉하는 [넬]이라고...'
"아 [메리]요? 그거 내가 진작 부터 보고 싶었던 건데, 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잖아요.
돌이켜 보면 내 짧은 대학시절은 [메리]의 개봉에 대한 기다림의 시간이였어요''

 

영화제목을 잘못 알아 들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넬]에 대한 심층 분석에 들어갔다.. 배우의 이력까지 줄줄이 뀄다.

막상 [넬]을 보러 갔으나 표가 매진되어 엉뚱한 것을 보고 왔다.
혼신으로 암기한, 넬에 대한 숱한 평론과 자평이 허무한 한숨이 되어 날아 갔다.

 

어느 여름, 스케즐을 파악한 난 우연한 만남을 연출코자 도서관 앞에서 내내 기다렸다. 

기다림도 즐길 수 있음을 알았다. 혼자 서있던 두시간여의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공주와 걷는 캠퍼스는 낭만으로 충만했다.

 

여린 공주의 감성은 날씨와 같았다.
맑은 날은 화사한 꽃이 되었고,
흐린 날은 쓴 커피향을 냈다.
비가 오면 슬픈 추억이 고운 얼굴을 흘러 내렸다.

  

날씨는 이유를 알 수 없고, 예측이 어렵다.
불확실성은 언제나 흥분과 두려움의 대상이다.

전화를 앞에 두고 언제나 긴장이 되었다.

자주 연락하진 못햇다.

 

집이 대학로 쯤이였다.

어느 비오는 날 우산을 접고, 종로에서 대학로까지 함께 걸었다.
비에 젖은 거리의 쇼윈도는 영롱하게 빛났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황홀했다.

 

예전 누군가 선물했다는 '사량의 인사'를 좋아했다.
시디를 사서 수없이 들었다.
진작부터 내 영혼에 합치되었던 음악이 아닌가 싶었다.

     

차마 자주 연락하진 못했다.

 

공주가 전보다 동아리에 자주 나오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신경썼건만, 몇몇이 내게 요즘 좋은 일 있냐고 묻곤 했다.

   

어느 저녁 동아리 모임에서 새침선배와 담소를 나누다 자리를 뜨는 공주를 봤다.
새침선배의 이어지던 말을 끊고, 바로 일어나 슬쩍 따라나섰다.

 
버스가 공주의 집앞에 도착했을 무렵에야 문득 새침선배에게 실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마스를 일주일여 앞두고 새침선배와 커피샾에 갔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 테이블마다 전화기가 구비된 고급 커피샾이였다.)
공주가 동아리에 자주 보이자 새침선배의 자리가 좁아졌다.
그 열등감에 마음이 아픈건 혼자만의 착각일지 모르겠다..
새침선배의 호출기가 울렸다.
공주였다. 수화기를 드는 손길이 부자연스러웠다.

 
"지금 유월이와 같이 있어."
 

둘이 친한 줄 알았다. 편해 보이지 않았다.
나를 바꿔 줬다.


"캠프를 다녀왔으면 다녀왔다고 인사를 해야지'
"죄송합니다.'
'아니 뭐 죄송할 건 없고...'

 
그 어감에 왠지 허전함을 느꼈다.
새침선배의 눈길에도 허전함이 보였다.

 

그날 새벽 찬바람에 깨어나 창 밖을 내다 봤다.
그 한기에 내 가슴의 열정이 식는 것 같았다.
열정은 한 낱 미망에 불과한 것을

 

역시 날씨는 이유를 알 수 없고, 예측이 어렵다.

 

황홀한 시절은 짧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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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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