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27 14:29

 

대학시절, 배움의 행복을 만끽하며 푹 빠졌던 책, [논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많았다.

 

[군자는 사람을 사귐에 있어, 이해타산은 물론 오호마저 버린다. 그래야 천하를 사귈 수 있다.]

 

이해타산도 극복하기 힘든데, 어찌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마저 넘을 수 있단 말인가.
참 어려운 화두였다.

 

사사로운 인연의 감정에서 해방되면 진정 공평하고 균형잡힌 관계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
의지하려고 하지 않고, 간섭하려고도 하지 않으며한결같이 서로 존경할 수 있는 관계...
'
참 자유'란 어쩌면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당시 오랜 고민끝에 내린 결론이였다.
그래서 참자유를 꿈꾸며, 오랜 고민의 시간을 가졌었다.

 

마음이 가도 마음을 억누르며 살고자 했다.

그러나 사랑하는 마음, 고마운 마음, 미안한 마음, 당혹스런 마음, 원망하는 마음... 이 모든 것을 다 온전히 버릴 순 없음을 알았다.
결국 참자유란, 아직 내가 담을 수 없는 것임을 인정해야 했었다.

 

하지만 장시간 마음을 억누르다보니생각치도 못한 엉뚱한 성과를 얻었다.
좋아하던 야구 중계를 보다, 결정적인 역전 끝내기 홈런이 나와도 무표정할 수 있게 되었다
.
눈길에 차가 미끄러져 중앙선 너머로 굴러도  나의 눈빛은 놀라움을 숨길 수 있었다
.
잘못 걸린 전화를 다섯번 연속으로 받아도 짜증이 나지 않았고
,
누군가의 모욕에, 가슴으로 분노하지 못하고, 머리로 분노의 필요성을 생각해내서 끄집어 내야 했다.

 

과장된 면이 있지만, 아무튼 난 무관심과 무념을 배웠고, 이런 자세가 주는 위력도 실감했다.

마케팅녀 앞에서도 나의 감정을 버릴수 있을지, 그게 안되면 숨길 수라도 있는지 생각해봤다.
*
마케팅녀에게 큰 실례를 저지른지도 벌써 넉달여가 지났다.

난 그녀에게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다.
미안해하지도 않았고, 구차한 표정도 짓지 않았다
.
결코 쉬운일은 아니였다.

감정을 철저히 배제한채 성실히 대하고자 노력했다.
업무상 마주쳐도 그녀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여전히 그녀는 내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업무적인 질문에 네/아니오라는 답변 외에 특별히 들어본 말이 없었다. 당연히 요구하지도 않았다.

 

나의 무덤덤한 대응이 주효했는지, 시간탓인지는 불분명했다.
아무튼 두어달이 지나자 그녀도 나에 대한 반감을 누그러트리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번은 그녀가 판촉용 경품을 잔뜩 싸든채 회사로 들어오고 있었다.
난 말없이 자연스럽게 한짐을 집어들었다
.
그녀는 거부하지도 고마워하지도 않은채 그저 묵묵히 앞만 보고 갔다
.
나를 무조건 거부하던 태도에서 적어도 변화된 모습이였다
.
어쩌면 짐이 너무 무거웠을 뿐일지도 모르겠으나 아무튼 나란히 걸으며 묘한 행복감을 느꼈다
.
이런 내 감정을 숨기려 애쓰는 나 자신을 보며, 그녀에 대한 나의 관심은 역설적으로 커가고 있음도 깨달았다.

 

급하게 복도를 달리는데, 코너에서 그녀와 확 부딪힐 뻔했다.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물러났다
.
하지만 차마 더이상의 반응없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쳐 갔다
.
그러나 나에 대한 관심을 억지로 누르는 표정만큼은 숨기지 못했다.

 

업무의 성격상, 그녀는 여전히 나에게 서류를 접수시키고 일정을 조율받아야 했다.
그런 그녀에게 나에 대한 냉대는 스스로에게도 큰 부담일 수 밖에 없었다
.
그녀의 부담을 해방시켜주고픈 어진 마음이 하루에도 수차례 발동했다.

 

이제 그녀가 마음을 열기위한 마지막 고비는 그녀의 자존심일 것이다.
울다가 웃으려면 자연스러운 계기가 필요한 법이다.

 

나는 품위있는 절차와 형식을 거쳐 그녀의 자존심이 온전히 윤허하도록 기다리기로 했다..
그 기다림의 시간이 초조함이 된다면, 그녀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난 기다림의 어려움만큼이나 기다림의 가치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
*
마케팅팀 팀장이 호프집에 구매팀녀와 단둘이 있는 나를 발견하곤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
합석을 제의했다
.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오히려 오해만 살것이다.

 

'둘이 사귀냐? 야심한 밤에 수상한데?'
마케팅팀 선참이 호기있게 물었고, 다들 의아해 하는 듯 했다.
마케팅녀 쪽은 쳐다보지 않았다.

 

그다지 유쾌하지 못했던 업무사고 이야기를 전하고 싶진 않았다.
그런 변명은 오히려 마케팅녀 앞에서 구차하게 보일 것 같기도 했다
.
단지 마케팅녀앞에서 감정의 자유를 누리고자 했다
.
'제가 원래 여자보는 안목이 있어서요 ㅎㅎ'

 

분위기가 급속히 썰렁해졌다.

난 구매팀녀를 이끌고 마케팅녀가 막 자리잡은 곳에 가 당당히 앉았다.
의식하지 않고자 하는 마음도 결국 의식하는 것일 뿐....

그녀 앞에 자리를 잡으며 특별히 생각해 둔 바는 없었다.
그냥 피하기 싫었다.


그때 난 대학시절 포기했던 참자유를 생각했다. 어쨌든 평소다운 행동은 아니었다.
부담스런 상황을 피하는데 익숙했던 내게는 낯선 모습이였다.

맞은 편에 앉았지만 마케팅녀는 시선을 거둔채 딴청을 부렸다.
다행이 거부하지는 않았다.

마케팅녀의 무관심 모드는 너무 어설퍼보였다.
내게서 고개를 돌리고 앉은 폼이 영 불안정해보였다.

 

문득 옆자리의 구매팀녀를 바라보다 가슴이 철렁내려앉았다.
여자보는 안목 운운했던 내 무책임한 코멘트가 그녀에게 큰 의미를 부여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구매팀녀의 얼굴엔 어느새 화색이 돌고 있었다.
그 미소는, 약간 어두운 조명탓인지 모르겠지만이 정도로 이뻤었나 하는 의심마저 들게 했다
.
 
참자유를 동경했지만 정신은 산만해지기 시작했다.


Posted by 비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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