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에 합류할 마지막 2장의 카드를 놓고 벌인 패자부활전의 최종 승자는 정서경과 홍동균이었습니다. 특히 정서경의 1위는 상당히 의외였는데요, 그녀는 매력적인 음색을 지녔지만 불안한 음정과 고음불가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특히 윤일상 멘토 스쿨의 결승전에서 그녀는 상당히 초라한 무대를 보여줬었지요. 하지만 이날 패자부활전에선 전혀 다른 모습으로 심사자들의 고른 호평을 얻는데 성공했습니다. 말그대로 대반전이었지요. 이러한 반전은, 윤일상과 정서경의 부단한 노력에서 비롯되었겠지만, 김건모와 조규찬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일상 멘토스쿨이 시작되자, 정서경은 큰 좌절을 맛봤습니다. 윤일상의 집중 레슨을 받으며 노래를 부를때마다 고음은 뜻대로 올라가지 않았는데요, 이에 윤일상은 난처해했고, 정서경은 기가 죽었었습니다. 이런 자신의 현실에 낙담해서 눈물을 쏟기도 했던 정서경이었지요.
이런 와중에 치뤄진 중간평가에서, 정서경은 자신이 소화해낼 수 있는 노래를 선택했습니다. 이은미의 '죄인'을 특유의 중저음으로 우울하고 슬픔이 묻어나는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당시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조피디도 극찬했지만, 김건모는 다른 평가를 보냈습니다. '선곡은 좋았지만 고음이 안되니까 자신감이 없어지고, 심사자에게 미안한 마음일 것'이라며 더이상의 논평을 중단했지요. 이에 정서경은 탈락을 예감한 듯 더욱 풀죽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탈락자는 신예림이었고, 정서경은 신예림에게 미안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지요. 김건모의 지적은 정서경에게 고음을 넘지 못하면 오디션의 관문을 넘을 수 없다는 과제를 남겼고, 이에 정서경은 결승전에선 상당한 고음이 요구되는 김범수의 '보고 싶다'를 선택하게 됩니다. 자신이 할 수 있건 없건, 오디션 참가자로서 고음을 소화해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나온 결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습니다.
스스로도 자신이 없었던 고음을 극복하고자 부단한 연습을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고, 이는 자신감 상실의 악순환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무대에서 음정은 턱없이 불안했고, 음이탈마저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매력적인 중저음과 노래속에 담겨진 감성을 표현해내는 데에는 탁월했지만 고음에 대한 두려움은 모든 것을 어그러트렸지요. 그런데 당시 심사자로 참가했던 조규찬은 색다른 조언을 해줬습니다. 허스키보이스가 매력적인 '킴 칸스'라는 가수의 노래를 꼭 들어보라면서, 노래를 그림에 비유해 설명했습니다. 고음은 여러가지 색깔 중 하나라면서 고음이라는 색깔을 쓰느냐 안쓰느냐는 선택의 문제일뿐, 그 색깔이 없어도 그림은 그릴 수 있다는 메세지를 전해줬습니다. 약점에 집착하기보다는 자신의 강점을 살려, 중저음의 매력으로 성공한 가수-킴칸스를 지향하라는 조언이지요. '고음을 연습하되, 자신이 가진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더욱 계발하라는 주문인 셈입니다.
내내 어두운 표정이었던 정서경은 조규찬의 말에 감개가 무량한 듯 큰 눈을 빛냈습니다.
비로소 정서경은, 고음을 하지 않고서는 오디션을 치를 수 없을거란 지상의 명제에서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패자부활무대에서 정서경은 온전히 자신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고음에 대한 부담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장점마저 잃을 뻔 했던 정서경은, 고음이 전부가 아니라는 조규찬의 격려에 힘입어 자신만의 노래를 부를 수 있었지요, 자신감을 회복하자 자신의 장점인 중저음은 더욱 빛이 났고, 고음까지 자연스레 소화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녀 스스로 노래를 잘한다 못한다 따지지 않고 그저 노래할 수 있었지요. 그녀의 무대는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화려한 기교나 폭발적인 고음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노래에 몰입해서 그 감성에 젖을 수 있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던 무대였지요.
그녀의 무대를 접한 심사위원들은, 극찬과 함께 최고 점수로 1위의 영예를 안겨줬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떠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지난 주 K팝스타에서는 이승훈을 비롯한 댄스3인방이 극찬을 받으며 캐스팅오디션을 통과했는데요, 당초 탈락 1순위로 꼽히던 이들은, 여전히 부족한 가창력을 선보였으나, 인상적인 댄스로 심사자들의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당시 박진영은, 이들이 댄스에 감성을 담아냈다며 극찬했는데요, '무언가에 진정성을 담아낼 수 있는 사람이 아티스트'라면서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예술가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노래를 못해도 합격할 수 있었던 특이한 케이스였지요.
어제 정서경도 자신의 노래에 진정성을 담아냈고, 심사위원들은 최고의 평가로 화답했습니다. 그럼에도 오디션 = 고음 이라는 인식은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미 나가수를 비롯한 숱한 오디션에서 꾸준히 지적되어온 명제이기도 하지요. 어쨌든 정서경은 예상을 깨고 생방송에 진출했습니다. 이제 선택은 또 다시 시청자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오디션=고음의 낙인은 여전히 유효할지 지켜보는 것은 생방송을 지켜보는 또다른 관전포인트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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