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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나는가수다 조규찬, 담백해서 더 여운을 남긴 퇴장

 


                         보는 이가 더 아쉬워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 호주경연에서의 탈락자는 조규찬이었습니다. 단 한번의 Round, 즉 두번의 경연만에 탈락했기에 아쉬움이 더했는데요, 특히 지난 첫번째 경연의 7위가 뼈아팠습니다. 통상 첫 출연자의 경우, '새가수효과'가 있기 마련인데 조규찬은 아쉽게도 그 효과를 누리지 못했었습니다. 당시 경연주제가 듀엣미션이었기에 새로운 얼굴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지요. 그만큼 불운도 따랐습니다.

조규찬의 나가수 합류는, 그 자체로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잔잔하면서도 섬세한 감성으로 담백한 무대를 보여주는 조규찬은, 나가수에서 확실한 차별성을 보여줬지요. 청중을 자극하는 신나는 무대 혹은 작렬하는 고음의 향연이 이어지는 나가수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습니다.

특히 2번째 경연에 나선 그의 선곡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지요. 많은 가수들이 순위를 염두에 둔 선곡을 한 반면, 그는 알려지지 않은 명곡을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해외공연인 만큼 고국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윤민수의 아리랑, 도입부에 애국가를 삽입한 인순이의 '봄여름가을겨울', 실향민의 애환을 담은 자우림의 '..라구요' 그리고 30~40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명곡 '미소속에 비친 그대'의 장혜진까지, 그 무대의 내용을 떠나 노래 자체만으로도 낯선 타국땅에서 살고 있는 청중들의 마음을 움직일만한 선곡이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규찬은 계산적인 선곡을 배제한 채, 전혀 대중적이지 않은 노래를 선택했습니다. 스스로 평하길, 우리나라 음악에 대항해시대가 있었다며, 그 중심으로 들국화를 꼽으며 자신의 선곡에 '음악사'적인 해설까지 첨가하기도 했지요. 직전 경연에서 7위를 했기에 가장 부담스러웠을텐데도, 그에게 나가수는 순위보단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음악을 선보이는 자리였습니다. 탈락의 위기에서도 오히려 빛나는 선곡이었지요.

'이별이란 말은 없는 거야'를 부르는 조규찬은 특유의 미려한 음색을 선보였지요. 조용하고 나직한 노래 속에, 작은 애드립 하나에도 섬세한 감성을 담았습니다. 숱한 가수들의 코러스를 맡았던 그의 이력처럼 작고 사소한 부분 하나 하나에도 많은 고민과 연습이 느껴졌던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습니다. 미성으로 시작해 기승전결을 타고 묵직하게 이어졌던 노래는 'never say goodbye'를 외치는 절정에선 미성과는 또 다른 울림으로 잔잔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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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중간 평가에선 고품격토크로 격조높은 하이코미디를 선사했던 조규찬이었는데요, 당시 담담하면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 태도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논지를 차분히 전개했던 그는 이날도 줄곧 담담하고 차분한 모습을 이어갔습니다. 대개 다른 가수의 무대가 특출난 모습을 보이거나 청중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면, 이를 지켜보는 다른 가수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감돌기도 하는데요, 조규찬의 얼굴은 늘 담담하기만 했습니다. 인순이나 바비킴을 청중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아도 이를 지켜보는 조규찬의 얼굴엔 변화가 없었지요. 초지일관 객관적인 시선으로 다른 가수의 무대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는 순위나 결과에 대한 부담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위할 수 있겠느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객관적이고 공평하게 다른 가수들의 공연을 봤다면서 자신의 머릿속에 1위,2위,3위가 따로 있다고 했지요. 자신은 절대로 아니라면서 말이지요. 이 말을 하는 조규찬의 모습은, 순위가 매겨지는 이해 당사자가 아니라 3자입장의 평론가 같았습니다.

조규찬은 이날 경연에서 5위를 했으나 결국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최단기간 탈락인지라 지켜보는 이들이 안타까워하는 가운데, 조규찬은 오히려 담담했습니다. 동료가수들에게 악수를 청한 후 특유의 조곤조곤한 말투로 탈락의 변을 밝혔지요. 조규찬의 음악을 보여주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아쉽지만 자신의 음악적 행보, 공전은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마치 준비된 원고가 있는 듯 했지요. 사실 탈락을 예상했다하더라도 막상 그런 상황에 놓이면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그래서 어떤 이는 애써 충격을 감추거나 감정을 과장하거도 하고 말을 아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규찬은 애석함을 숨기지 않는 가운데 자신의 바람을 전했지요. '앞으로도 공연을 계속 할 것이고, 나중에 앨범을 내면 듣지 않고 평가하지 마시고 한번 들어봐주세요, 어떤 음악인가..' 당당히 자신의 음악을 들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그에게서 탈락한 자의 초라함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는 나가수에 출연한 이후 줄곧 보여온 조규찬만의 한결같은 성품이자 음악에 대한 그의 철학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는 너무 빠른 탈락이기에,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아 있기에 애석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말처럼 진정을 다했기에 여한은 없습니다. 더구나 앞으로 공연이나 앨범을 통해 얼마든지 계속 보여줄 수 있기에 실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의 탈락은 감정의 앙금이 없이 담백했지요. 그의 음악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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