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희(박시연)에게 맞서기엔 서은기(문채원)는 너무 무모해 보였습니다. 어머니의 숨결이 서린 일본의 리조트를 지키고자 했지만 감정만 앞설뿐 사태는 오히려 악화될 뿐이었지요. 이때 나타난 강마루(송중기)는 구세주와 다름없었습니다. 밤새도록 머리를 쥐어뜯어봐도 방도가 없어 자포자기한 서은기에게 강마루는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해줬습니다.
자신의 뜻을 알아주는 이도 없고 도와주는 이도 없는 상황에서 강마루는 전혀 새로운 희망이 돼줬습니다. 덕분에 도도하고 단단한 철옹성같았던 서은기의 이성 역시 강마루라는 남자 앞에서 무너지고 말았지요. 그래서 난생처음 한 남자를 위해 화장을 하고 예쁜 옷을 고르며 설렘을 느끼는 여자가 됐습니다. 이제 서은기는 강마루를 향해 보고싶다는 얘기도 사랑한다는 고백도 서슴없이 내놓습니다. 하지만 그녀와 입맞추는 강마루의 눈빛은 건조할 뿐이었지요.
한재희를 끌어내리고자, 서은기에게 다가가 그녀의 마음을 온전히 빼앗아버린 강마루,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여전히 한재희가 있습니다. 다시 그에게 돌아갈 생각이었다는 한재희의 뻔뻔한 말에 강마루는 차갑게 돌아서긴 했지만, 강마루의 모진 운명은 오직 한재희를 향할 뿐입니다. 바다로 뛰어든 한재희를 위해 기꺼이 몸을 내던지기도 했고, 허물어질듯 아픈 걸음을 내딛는 한재희의 뒷모습을 한재희만큼이나 아픈 눈길로 바라보는 강마루지요. 허리에 손을 짚고 아파하는 그녀의 모습은 지난 시절의 절절했던 추억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입으로는 서은기를 향해 '보고싶다, 사랑한다'는 말을 되뇌이고, 한재희를 바라보는 눈에는 경멸의 눈빛이 분명하지만, 한재희의 나약한 뒷모습에 여전히 마음 아파하는 강마루의 이중성은 송중기의 연기 속에 잘 녹아나고 있지요.
마음을 있는대로 내보이며 뜨겁게 다가오는 서은기와 여전히 한재희를 놓지 않은 강마루... 서은기의 비극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인데요, 하지만 이런 서은기에게 강마루가 유일하게 진실했던 순간이 있습니다. 만취해서 강마루의 집앞에 찾아온 서은기는 전화를 걸어 강마루에게 새삼 고백을 합니다. 머리 속에 온통 당신뿐이라고.. 계속 당신만 보인다고.. 강마루가 눈 앞에 나타났지만, 그 모습조차 하루종일 봐왔던 상상 속 존재인양 술주정을 하는 서은기에게 강마루는 차분하게 말합니다. '당신의 인생을 생각하면 유감이지만, 그냥 긴 인생중 한나절 잠깐 악몽꿨다고 생각해요. 악몽은 곧 깨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가 무슨 꿈을 꿨나 기억도 안날 만큼...' 그녀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강마루는 이렇듯 꿈속을 헤매는 그녀를 위로하지요.
다음날 술에서 깬 서은기는 필름이 끊겼던 지난 밤의 이야기가 몹시 궁금했습니다. 자신이 또 고백했는지, 이 남자는 그 고백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따지듯이 묻지요. 강마루는 선선히 사실을 말해줍니다. '서은기, 너 똥 밟았다. 재수없게 완전 잘못 걸렸어. 지금이라도 도망갈래? 있는 힘을 다해서 나한테서 도망가. 기회는 단 한번뿐이야' 서은기를 밟고 올라가고자 하는 강마루로서는 마지막으로 기회를 준셈인데요, 하지만 서은기는 이 고백조차 신분차를 극복하기 위한 위대한 로맨스를 앞둔 하나의 통과의례로 생각할 뿐이지요. 그래서 그 대답으로 키스를 건네는 서은기는 더없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남루한 강마루의 방에서 강마루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환희와 설렘 가득한 서은기의 모습과 화려하기 그지 없는 침대에서 서회장과 등진채 공허하기 짝이 없는 눈빛을 한 한재희의 모습은 파국으로 수렴될 두 여인의 운명을 대비시켜줍니다.
아마 이 드라마의 성패는, 파국의 중심에 놓은 강마루의 심리에 공감할 수 있느냐 여부일것입니다. 예전 이문열의 소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를 통해 우리는 소위 '외골수'라 불리우는 특이한 남자의 애달토록 처절한 집착을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과연 강마루의 날개는 쉴 곳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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