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회에서 모진 운명탓에 둘도 없는 자신의 벗을 죽음으로 내몰아야 했던 이명환(손창민)은 세월이 흐르자 더욱 무서운 인물이 되었습니다. 핏값은 더욱 무거운 핏값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 들어맞는 대목이지요.
인조가 죽고 난 후 즉위한 효종은 자신의 친형 소현세자의 죽음을 뒤늦게 파헤치고자 하는데요, 이미 12년전의 일이기에 당시의 배후인물은 모두 죽었고 이제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자는 당시 사가의 의원으로서 소현세자에 대한 독침 살해를 주도했던 이형익과 그에게 협박을 받아 강도준에게 역모죄를 뒤집어 씌운 이명환 뿐이었습니다. 포도청에서 점점 진실을 죄어오자 이형익은 이명환에게 죄를 전가하려고 하는데요, 그래서 소현세자의 마지막 모습을 살폈다는 강도준이라는 인물과 이명환이 절친이라는 사실과 이명환의 내의원일기에 기록된 수상한 내용을 포도청에 고하지요, 하지만 이미 이형익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되어버린 이명환은 오히려 이형익에게 역공을 가하지요.
저잣거리의 왈패를 시켜 이형익을 납치한 이명환은, 이형익에게 조소를 보내더니 소현세자를 죽음에 이르게했던 그 독침을 또 다시 놀리지요, 처음 친구를 죽음으로 내몰았을때나 12년이 지나 그 일을 추긍당했을때만 해도 다리가 풀리며 죽을듯이 괴로워했던 소심한 남자였던 이명환인데요, 하지만 이제 더이상 그는, 12년전 소현세자에게 독침을 들며 두려워하거나 괴로워했던 그런 순박한 남자가 아니었습니다.
목숨을 애원하는 이형익에게 이명환은 차갑게 이야기합니다. '당신이 그때 날 옭아매지 않았다면 나의 소중했던 사람들은 아직 내게 남아있었을까? 아니였을거요, 난 결국 이리되었을거요, 이편이 더 어울리거든..' 그 말끝에 싸늘하게 미소짓는 이명환은 이미 십년이상 권력과 권세의 단맛을 향유해온 노회한 장년이 되어있었습니다. 그 미소 앞에서 이형익은 죽음과도 같은 공포를 느껴야 했습니다. 이명환을 여전히 십년전의 어리숙한 남자로 생각하고 또 다시 죄를 덮어씌우려던 이형익은 예기치 못한 봉변을 당한 셈입니다.
이렇듯 12년전 어쩔 수 없었던 소현세자와 친우의 죽음에 침묵하며 고통스러워했던 사연 많은 남자 이명환은 이제 자신의 권력을 위해 살인도 서슴치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악한이 될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진실이 드러납니다.
12년전 이형익이 소현세자에게 독을 쓰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명환은 이 사실을 강도준에게 서찰로 알리려 하다가 발각됐는데요, 당시 이형익은 이명환을 강요하여 강도준에게 역모죄를 씌우도록 종용했지요. 게다가 입막음으로 이명환이 직접 소현세자에게 독침을 쓰게 하였던 것이지요. 비록 강압과 협박에 의한 것이었지만, 자신의 범행을 숨겨야만하는 이명환은 이제 멈출수가 없습니다. 강도준의 아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지요, 늘 이명환을 아끼고 보살펴줬던 강도준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명환을 원망하지 않았지만, 강도준을 죽음으로 내몰아야 했던 이명환은 강도준의 자식조차 용납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이 모진 악연은 결국 이명환의 핏값이겠지요.
한편 뱃사공 백씨는 자신의 은인인 강도준의 아이를 거두어 키우게 됩니다. 외진 섬에 숨어 숨죽여 살아가지만, 그의 아들 광현은 도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출을 하는데요, 한양으로 오게된 백광현은 늦은 밤 왈패의 소굴로 들어갔다가 뜻하지 않게 이명환이 이형익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장면을 목도하고 말지요. 자신의 범행 현장을 목격한 강도준의 아들은 이제 결코 살려둘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모질고 질긴 이들의 인연은 이렇게 이어지게 되는데요, 처음엔 살기위해 어쩔수 없이 들여놓은 발길이지만 이는 악행을 주도할 수 밖에 없는 이명환 역시 운명의 희생양일텐데요, 그의 멈출 수 없는 악행에 맞서야 할 천둥벌거숭이 광현의 운명이 자못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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