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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세상

김재철 해임, 그 과정이 아쉬운 이유

 

 

 

말 많고 탈 많은 김재철사장이 결국 해임됐습니다.

26일 방문진 이사들은 김재철 해임안에 찬성5, 반대4를 던져 해임안을 의결했지요. 하지만 그 해임과정에서 MBC 구성원의 뜻이나 합의는 중요한 의미가 되지 못했습니다. 170일여의 파업보다는 주주의 인사권침해가 해임의 결정적 이유였고, 파업으로 뜻을 모았던 이들에게 남겨진 것은 해고8명, 파업피해소송 195억 그리고 상처입는 자존심이었지요. 

 

이번 해임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역사의 한장면으로 비약에 빠져들게 됩니다. 우리의 8.15광복은 아름다운 과정으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상해 임시정부는 조국광복의 선두에 광복군이 서야된다고 믿었지만 주변정세는 여의치 못했지요.

 

 

당시 일본남단에 있던 미군은, 무서운 속도로 한반도를 향해 진군하던 소련군을 저지하고자 다급하게 38선을 제안했고, 소련이 쿨하게 응하면서 한반도의 해방은 외부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결정되고 말았습니다.

김구선생은 임시정부의 수반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자격으로 해방된 조국의 땅을 밟을 수 밖에 없었지요. 민족 내부의 의지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한 해방이었기에 민족은 분단됐고 친일청산은 지지부진했습니다. 성조기를 흔들며 미군을 환영나왔던 시민이, 임시로 치안을 위임받은 일본군에게 사살당하는 비극이 해방된 땅에서 발생한 것도 이 때문이지요.

 

 

MBC사장 해임과정이 지극히 적법하게 이뤄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치적 이해의 결과이기도 하지요. 이미 해임안은 세 차례나 무산된 바 있었고, 특히 작년 11월에는 방문진 이사들의 해임에 대한 의지가 상당했음에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막판에 부결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해임과정에서도 안건 발의자는 6명이었으나 1명이 막판에 해임반대로 돌아서는 등 다이내믹한 정치적 역동성이 확연했습니다. 바로 그렇기에 그 과정에는 MBC구성원의 합의나 의사는 별 의미가 없었지요. 이런 이유로 MBC의 앞날에 구성원의 합의나 의지가 존중받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쟁취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주어진 것에는 반드시 그 대가가 따릅니다.
법인카드 유용 및 무용가 J씨에 대한 특혜 의혹, 편향적인 보도, 독단적 인사전횡 등 숱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재철씨는 떠나지만 그를 대신 할 사람 역시 MBC 구성원의 의지나 합의와는 별 상관 없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