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세상 2013.02.05 07:00

 

 

 

 

이 드라마는 주인공의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다. 이태백..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자조섞인 조어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가진 그는 광고기획자를 꿈꾸는 맨주먹의 청년이다.

이력서에 적힌 스펙도 강렬하다. 지방대중퇴, 토익 450.. 이 스펙으로 어렵게 기회를 잡아 광고회사 면접장을 갔건만 면접관은 다른 면접자와 모교의 교수님 안부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벌떡 일어난 그는 특유의 재치있는 언변으로 면접관의 감탄을 자아냈다. 합격을 예감한 이태백(진구)은 가족들 앞에서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결과는 역시나 불합격, 톡톡 튀는 말 한마디로는 스펙과 인맥을 넘을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되돌려 준다.

 

헌데 그가 면접을 봤던 그 광고회사에는 그의 옛 연인 고아리(한채영)가 팀장으로 있었다. 잘 다녀오겠다며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그녀는 소식이 끊겼고 여전히 그녀를 기다렸던 이태백이었건만, 몇년만에 우연히 재회한 고아리는 예전 구질구질했던 모든 걸 버리고 새 인생을 살고 있노라 말한다.

 

 

고아리는 참신한 기획보다는 고객사의 로비에 힘을 기울이는 쪽이다. 그래서 디자인을 전공했음에도 AE로서 영업에 더 관심이 많다. 광고주의 마음에 드는 광고시안보다 광고주의 사모님에 대한 로비를 신경쓰던 고아라는 상사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는데, 우연찮게 이 장면을 목격한 그는 그녀에게 참신한 광고시안을 건네준다. 예전에 그가 그녀를 미국으로 떠나보냈을 떄처럼.. 당시에도 그는, 미국 디자인 스쿨 입학을 앞두고 마땅한 작품 포트폴리오가 없어 걱정하던 그녀를 위해 자신이 분신처럼 준비했던 작품 포트폴리오를 건넨 적이 있다.

 

헌데 고아리는 그가 건네준 광고시안이 끝내 채택되지 않았다고 알린다. 하지만 광고주 앞에서 시현된 작품은 바로 그가 그녀에게 건네준 시안이었다. 예전 자신의 꿈을 받아들고 떠났던 여자는 성공해서 돌아왔지만 또다시 그의 아이디어를 자신의 이름으로 활용할 뿐 그와 나누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맨주먹의 이태백은 여전히 기죽지 않고 세상을 향한 도전을 계속하는데..

 

 

불합격 통보를 받고 이태백이 내지른 울분의 함성은 암울한 우리 시대의 좌절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요즘 한국에선 꿈이 안 보인다. 십년째 젊은이들이 최고로 선호하는 직업은 공무원이다. 공무원연금이 대폭 바꿔서 수령액이 줄고 수급연령이 대폭 밀려놨음에도 학원가를 향하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은 여전하다. 그나마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다른 방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꿈을 꿀 용기가 메말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쫄지 않는 강철 멘탈' 운운하며 세상을 향해 대찬 발걸음을 내딛는 이태백을 보며 희망 대신 현실과의 괴리감을 먼저 느껴질 법도 하다. 60~70년대의 젊은이는 맨손으로 대기업을 일구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성장이 멈추고 양극화가 고착화되고 있는 오늘날엔 대기업신화는 말그대로 전설이다. 이런 어두운 시절에 학벌과 스펙을 극복하는 맨주먹신화는 과연 허무한 환상을 너머 뭉클한 감동이 될 수 있을까..  

 

한때 회자됐던 천재에 대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아인슈타인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수학만 잘해서는 대학에 갈 수 없어 박사가 될 수 없고, 대학과 무관한 에디슨 역시 특허법이 어려워 특허법 공부에 하세월일 수밖에 없으며, 퀴리부인은 여자라서 취직이 안된다는 이야기... 헌데 광고천재 이태백은 천재성 가지고 이 땅에 도전장을 냈다. 하지만 단지 천재성만 가진  것은 아닐 것이다. 다른 또 무엇이 있어 희망 될지를 더불어 고민해야 봐야 할것이다. 그래야 드라마도 살고 청년도 살테니까 말이다. 그 무엇인가야말로 이 드라마가 청년에게 모욕일지 희망일지를 가름할 것이다.


Posted by 비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