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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예능&오락

무한도전, 왜 유재석은 장충체육관으로 가지 않았을까?


                                       쉬운길 마다하는 1인자

 왜 유재석은 장충체육관으로 가지 않았을까?

지난주에 이어 무한도전의 텔레파시특집이 전파를 탔습니다. 멤버들을 각자 뿔뿔이 흩어지게 한 후, 서로 연락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한도전 6년의 시간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로 알아서 모이라'는 미션을 줍니다. 참 쉽지 않은 주제입니다. 결국 멤버들은 숱하게 꼬이고 어긋나면서 두명 세명씩 모이다가 늦은 밤에야 어렵게 모두 상봉하게 됩니다. 
사실 저 미션을 받았을 때, 가장 쉽고 합리적인 선택, 그러니까 일곱멤버 모두가 간단히 떠올릴 수 있는 장소는 간단히 떠올랐습니다. 가장 최근에 했으며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각인을 남긴 레슬링 특집이 있기 때문이죠.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했으며 그들 스스로도 가장 고되고 힘들었던 그래서 더 하나되게 했던 특집이었으니까 말입니다. 더구나 지난해 합류한 길과 올 초 제대하며 다시 합류한 하하까지 아우를수 있는 가장 확실한 미션이었기에 장충체육관은 필연처럼 보였습니다..
근데 유재석은 장충체육관을 떠올리지 않더군요. 다른 멤버들은 집결해야 할 곳으로 장충체육관을 떠올리긴 했지만 여러 제반 요소를 고려하여 일부만 첫 방문지로 그곳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유재석은, 편집의 결과일지는 몰라도 장충체육관은 아예 언급을 않고 몇몇 추억을 장소를 고민한 끝에 무한도전 첫회가 있었던 장소를 첫방문지로 결정합니다.
 

항상 최선을 다해온 유반장에게는, 6년의 무게를 떠올리기엔 너무도 최근인 레슬링 특집은 세월의 중량감이 배어있지 않은 탓에 배제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근데 전 다른 생각도 들더군요.
유재석씨는 평소 배려심 많기로 유명한 MC입니다. 출연자들을 꼼꼼이 관찰하고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장점을 가진 MC지요. 또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내내 늘 방심하지 않고 깊게 고민하고 행동에 옮기는 성실형 MC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모든 멤버들을 아우르는 장소가 아닌, 오직 정형돈, 노홍철만이 떠올릴 수 있는 무한도전 첫 방송장소를 떠올렸다는 건 참 의아한 선택이였습니다.
(밑에 사진을 보면 유재석과 함께 다니던 김태호PD가 WM7 마크가 있는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그걸 봤을텐데도 그가 레슬링을 언급하지 않은 것이 이채롭습니다.)
누구나 생각하기 쉬운 가장 적당한 답인 장충체육관을 생각조차 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1인자는 항상 프로그램을 먼저 생각한다

만일 모든 멤버가 장충체육관을 단번에 떠올리고 그곳에서 쉽게 모였다면, 텔레파시가 통했다라기 보다는 가장 합리적인 답을 찾은 결과가 되겠지요. 그동안 그들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추억해 볼 수 있었던 이번 특집은 그냥 싱겁게 막을 내렸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생각한다면 유재석의 고양종합운동장은 매우 그럴 듯한 장소입니다. 아무도 생각치 못할 무한도전의 시작을 짚어주며 역사의 시작을 알려준거지요. 1인자로서 프로그램의 방향을 상기시켜주는 가장 큰 맥을 짚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재석이 짚은 무한도전의 시작으로부터 그들이 했던 수많은 특집들이 다른 멤버들의 추억을 통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되새겨 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이번 특집의 컨셉을 살려준 가장 큰 숨은 공로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게 바로 프로그램을 살리는 1인자의 노력인거죠.
이런 노력은 그가 진행하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이번 특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뿔뿔이 흩어트렸던 첫번째 미션에서도, 유재석은 손쉽고 편안한 택시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자 합니다. 정류장에서 버스는 기다리는 동안에도 반가워 하는 시민들에게 성실한 반응을 보여주지요. 사진도 찍어주고, 이것저것 물어도 보면서 혼자남았지만 어색한 공백이 아닌 꽉찬 화면을 만들려 노력하는 그만의 자세를 볼 수 있습니다. 미션의 제한시간으로 다급한 와중에도 성심껏 시민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미션의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을 일깨워주는 것 같았지요.

 

시작하자 마자 택시를 쌩하고 타고 달려나가는 일부 멤버와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또 혼자남은 멤버들이 참으로 어색해하는 것과도 대비가 됩니다. 늘 프로그램을 살리려는 노력이 계속 됩니다. 바로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입장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시간상 어쩔수 없이 잡아탄 택시에서도 즉석 노래방을 만들어 막간의 재미를 선사하지요. 웬만해선 카메라에 잡히지 않으려 하는 김태호피디까지 합세시켜서 열창의 무대를 보여줬습니다. 그리고는 또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고딩소녀와는 사이좋게 사진도 찍어주고, 연세 지긋한 신사분과는 텔레파스 게임을 해가며 방송분을 살리려는 그만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야식거리를 사러간 박명수와 길을 기다릴때조차, 함께 남은 정형돈과의 썰렁한 상황을 허락치 않았습니다. 몸개그도 마다하지 않았지요. 어찌보면 왜 저렇게 자학하나 싶기까지한 힘든 게임을 시키지 않아도 척척합니다. 그러고보니 노홍철, 정형돈과 함께했던 알래스카특집도 떠오르네요. 알래스카의 특성상 차를 타고 몇시간을 이동해야만 했던 그 때도 굳이 내려서 올림픽 3종경기등을 하며 방송분량을 늘리려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늘 뭔가를 하고자 하고 시키지 않아도 노력하는 모습이 진정한 1인자의 자세라는 것을 새삼 실감합니다. 무한도전 스텝들에게 함께 여행가고 싶은 멤버를 뽑아보라고 했을 때 1인자 유재석씨는 1위를 하지 못했었습니다. 이유인즉슨, 또 회의하자고 할까봐서였다고 하네요. 그의 노력에 시청자들은 즐겁습니다.

 또다른 1인자, 강호동

이런 1인자의 고뇌는, 일요일 예능의 강자 1박2일의 1인자 강호동씨에게서도 볼 수 있습니다.
1박2일 하면 떠올리는 것은 복불복입니다. 근데 전 그에 못지 않게 '입수'도 떠오릅니다. 강호동씨는 언제 어디에서건 물이 보이면 여름이든 봄이든 심지어 겨울이든 가리지 않습니다.
프로그램을 살릴 수만 있다면 얼음을 깨고 입수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1박2일 스텝이 김종민과 함께 얕은 개울을 지나며 그에게 조언을 해준적이 있었지요, 만약 강호동이였다면 다이빙을 했을거라고.. 화끈한 다이빙은 강호동의 트레이드마크가 돼버렸습니다.
 

하조대로 가는 센티멘탈로망스편에서는, 도착제한시간까지 도착하지 못한다면 초과하는 시간마다 1명씩 설악산을 등반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올라가지 않으려면 일찍 도착하면 됩니다. 하지만, 강호동씨는 이런 말을 했지요. 제 시간에 도착했더라도 1명은 올라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함께 즐길땐 즐기더라도 프로그램 책임자로서의 입장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편하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더구나 오랜시간 활동해서 자리가 굳건히 잡혀있다면 더욱 그렇겠지요. 그러나 방송을 위해 필요한 것은 넘어갈 수 없다는 생각일 겁니다.
지난주 쟁반노래방미션을 봐도 그렇습니다. 이때 선곡된 노래는 상당히 쉽고 익숙한 동요였습니다. 10번이라는 기회를 다 쓰지 않고도 미션성공이 매우 쉬워보였지요. 하지만 동요를 듣고 나서 첫번째 기회를 사용한 후 서로 의견을 나눌때, 다른 멤버들이 좀더 안전하게 가려고 연습 한번씩 더 해보고 가자고 했지만, 강호동은 두번째 기회로 바로 들어가더군요. 사실 아주 쉬운 노래인데, 너무 쉽게 성공해서 미션이 종료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런 상황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1인자의 고뇌가 엿보였습니다.

 

되돌아보면 시대를 풍미했던 1인자들에겐 영광만큼이나 추락은 필연이였습니다. 이 두사람도 절정이 있으니 추락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유재석과 강호동의 1인자 군림은 이미 상당히 오랜기간 계속되고 있습니다.
롱런을 위해서는 재치 있는 센스나 강력한 카리스마, 임기웅변 등등 여러가지 덕목이 요구되겠지요,
근데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이를 띄우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열정적인 자세라고 생각됩니다.
오랫동안 정상에 머물고 있다보면 한결같기가 정말 쉽지 않을 겁니다. 그들이 1인자에 안착해서 고여있는 물처럼 변화가 없다면 추락은 멀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봅니다. 이들이 이처럼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흐르는 물이 썩지 않듯이 팬들의 사랑과 신뢰도 오랫동안 탄탄하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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