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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예능&오락

나는가수다 신정수피디, 좀더 낮은 자세가 아쉽다




어제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의 제작진이 기자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신정수피디와 김유곤피디 그리고 원만식 CP, 정지찬 음악감독으로 이루어진 제작진은, 시청자들에게 논란이 되었던 부분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고자 소통의 장을 마련한 것이지요. 그만큼 제작진도 시청자의 불신이 심각한 수준임을 인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 이후 한달간 결방되었다가 방송이 재개된 이후, 임재범이 합류하며 나가수는 멋지게 부활에 성공했습니다. 오히려 이전부터 더 큰 감동과 화제성을 몰고왔지요. 하지만, 개인 사정으로 임재범은 하차했고 옥주현이 합류하면서 논란은 들끓었고 관심은 식어 갔지요. 많은 사람들이 지금 제작진에게 갖고 있는 불만은 '소통의 부재'입니다. 옥주현의 합류 소식이 전해졌을때 대중들은 극단적인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과연 옥주현이 나가수의 격에 맞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건' 논외로 하겠습니다. 어쨌든 나가수는 이미 예능의 범주를 뛰어넘으며 너무 위대한 무대가 되고 말았지요. 문제는 시청자들이 강력하게 거부를 했다는 것이고, 이에 제작진은 옥주현의 합류가 확정된 사항은 아니라고 한 발 물러섰습니다. 그리고 예정됐던 녹화도 여러 사정으로 연기되었지요. 녹화연기 그리고 옥주현의 합류가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표명은 그녀의 합류가 연기 혹은 취소될 것으로 기대하게 만드는 효과를 낳게 했습니다. 하지만 옥주현은 전격적으로 합류했지요. 그녀가 무대로 걸어나오자 매니저 대기실에서 지켜보던 개그맨들마저 당황스러워 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여론은 험악했습니다.

이미 신피디는, 그녀의 출연엔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설파한 바 있습니다. 특히 아이돌 출신 가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지요. 좋은 의미가 맞습니다. 하지만 대중의 마음은 논리로 설득될 수 없었습니다. 신피디로서도 억울한 점이 있습니다. 옥주현은 이미 김영희피디때부터 섭외가 됐던 가수라는 거지요. 하지만 섭외와 출연시기의 조율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김영희피디 시절, 첫 탈락자가 발표됐을때, 무대 뒤에는 다음 참가가수인 김연우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탈락자를 발표한 후 다음 출연가수를 소개할 계획이었지요. 하지만 재도전논란속에서 당일 출연하지 못한채 돌아갔습니다. 결국 출연까지 한달여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지요. 김영희 피디는 상황에 따라 운영을 바꾸기도 했다는 거지요. 설령 옥주현이 합류하기로 섭외되어 있었고, 확정까지 됐다해도 여론에 따라 유연하게 조율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출연 시기의 조율은 오히려 옥주현을 위한 배려가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신피디는 옥주현의 합류를 밀어붙였고, 뒤이어 조작편집, 룰변경 등 숱한 비난과 의혹을 받아야 했지요. 비난을 받는 제작진으로서도 곤혹스러운 일이지만, 비난을 하는 시청자로서도 곤혹스러운 일일겁니다. 애정과 관심이 많았던 만큼 실망도 컸을테니까요. 이러한 실망과 의혹은 근거를 알 수 없는 여러 음모론까지 가세하면서 일파만파 커져갔던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대중의 깊은 관심과 여론을 거스른 대가인 셈이지요.

이런 와중에, 신정수피디를 비롯한 제작진이 기자 간담회에 나선 것은, 소통의 시작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작진의 이렇다할 해명이 없는 가운데 의혹은 부풀려지고 논란은 가중되고 있었으니까요. 이날 제작진은, 출연가수 선정의 기준, 최근 자진하차한 JK 김동욱의 하차와 후속조처, 늘 논란이 되는 스포일러 문제, 아이돌시즌2의 존재여부 그리고 지금까지의 나가수논란에 대한 제작진의 생각까지... 여러 부분에 대해 제작진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히 '신피디가 아이돌을 넣으려고 혈안이 된 소망교회 출신이 됐다'라는 말에선 제작진의 깊은 한숨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소통의 시작이 되어야할 이 의미있는 기자 간담회는 여전히 비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기자간담회를 보도하는 기사의 댓글에는 신피디의 사퇴를 요구하는 의견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지요. 여기에는 간담회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신정수 피디의 태도 역시 한 몫한다고 생각합니다. 
 


'나가수가 왜 이렇게 논란인가?'라는 질문에 신정수피디는 '시청자들이 과도하게 요구하기도 하고 제작진이 안이하게 대처하기도 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라고 답했습니다. 지금 나가수는 애증의 갈피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엄청났던 사랑이 그만큼의 실망으로 이어지고 있지요. 상황이 이러한데 신피디는 대중에 대한 원망을 굳이 드러냈습니다. 그냥 '안이하게 대처하는 우를 범했다' 하면 될것을,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식으로 간접시인의 형식을 취한 것도 다소 아쉬운 마당에  굳이 '시청자의 과도한 요구'를 운운했습니다. 지난번에는 옥주현을 타블로로 만들지 말라는 경고성 발언을 하더니, 자꾸 시청자에게 도전하는 인상마저 주고 있지요. 물론 일부 시청자의 과도한 비난과 갖가지 음모론은 과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논리적인 잘잘못보다는 감성적인 위안 혹은 신뢰회복입니다. 기왕에 하는 소통의 자리에서조차, 더구나 안이했던 태도를 스스로 인정하는 순간에서조차 굳이 이러한 '가시'를 넣어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네요. 좀더 낮은 자세로 진정성을 보여줬더라면 한결 다른 분위기가 됐을텐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