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곡2 '전설을 노래하다'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습니다. 제작 초기부터 나는가수다의 아이돌버전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던 불후의 명곡인데요, 큰 틀에서 본다면 나가수와 흡사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후의 명곡은 앞으로의 행보가 상당히 기대되는 방송이었습니다.
이날 첫번째 전설의 가수는 심수봉이었는데요, 참가자들은 그녀의 명곡 6곡을 하나하나 들어보고 함께 불러도 보며 노래가 가진 감성을 원곡자와 함께 느껴 볼 수 있는 매우 의미있는 시간을 갖기도 했지요. 가요계에서 단절될 수도 있는 세대간 교감이 이뤄지는 순간입니다.
이미 나가수의 화제성은 가요계의 판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음원차트를 휩쓸고, 콘서트 열기를 끌어올리는 등 '듣는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지요. 전체적으로는 음악시장의 확대가 되겠지만, 상대적으로 아이돌시장의 위축에도 어느정도는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가요계의 판도를 결정지었던 프로그램, 이를테면 뮤직뱅크, 인기가요, 쇼 음악중심보다 나가수에 관심이 더욱 지대해지고 있으니까요. 나가수를 경의로 바라보는 아이돌조차 나가수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요. 이런 와중에 '불후의명곡' 출연은 참가자들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실제 이날 무대에 선 출연자들은 가창력과 감성 전달을 크게 의식한 듯, 의자에 앉거나 얌전히 서서 노래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급적 듣는 음악을 지향한 셈이지요. 그만큼 나가수를 의식했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200명 판정단의 마음을 가장 사로 잡은 것은 '가장 아이돌스러운' 콘셉트로 승부한 효린이었습니다.
200명 판정단은, 30대 이상의 '심수봉의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었습니다. 방송에 비쳐진 관객들 중에는 연로한 분들로 상당히 많았지요. 이러한 관객앞에서 심수봉의 노래를 부를까가 상당히 고민스러웠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워낙 대선배의 곡이고, 나가수의 화제로 가창력에 대한 사람들이 관심이 상당히 높아진 현실이기에, 화끈한 편곡이나 아이돌 특유의 퍼포먼스를 가미한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상당수 참가자들은, 원곡의 분위기를 가급적 훼손하지 않는 편곡을 준비했지요. 그래서 효린의 무대가 빛났습니다. 도입부에선 절절한 사연을 풀어놓는 듯하다가 중간부터 경쾌하고 빠른 편곡으로 흥거운 분위기로 전환시켰지요. 절절하고 경렬한 애드리브를 더했고, 백댄서와 더불어 화려한 퍼포먼스를 접목시켰습니다. 그리곤 클라이막스에선, 호소력짙은 허스키 보이스로 고음을 끌어올리는 포인트까지 주며, 관객과 동료가수들의 탄성을 자아냈지요. 이렇듯 자신과 가장 잘 부합하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보여준 효린이 1등을 차지했습니다.
그녀의 우승을 보며 세상사의 이치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각자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자기만의 개성을 살릴 때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거지요. 아직 10대나 20대인 그들이, 수십년 선배들이 줄 수 있는 음악적 감흥을 줄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지금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아름다울 것입니다. 그래서 효린의 무대는 나가수와는 또다른 신선한 매력이 있었지요.
우리 각자는 자신의 현실과 기량에 입각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아무리 다른 사람의 것이 매력적이라도, 그것만을 쫓다보면 자신의 매력을 잃게 되겠지요. 나가수가 원숙한 가수들이 기량을 펼치는 곳이라면, 불후의명곡은, 한창 성장해가는 아이돌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자리입니다. 때로는 대선배의 스타일을 따라도 해보고, 때로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정립해가며 어느덧 이들도 자신만의 음악적 깊이를 더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배들이 남긴 불후의 명곡을 접하면서 세대간에 음악적 접점을 찾을 수 있다며 우리의 가요계에도 더없는 복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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