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백재현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 폄하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내용인즉 '나가수' 선배님들의 아집스러운 모습들이 없어서 좋았다. 방송을 좌지우지하려는 건방이 없어서 너무 좋았다. 실력은 '나가수' 선배들 못지 않으며 겸손과 미덕까지. 내가 그대들 보다 먼저 이 땅에서 방송을 했었다는게 영광이다. 아이돌 당신들을 존경한다'
이쯤되면 '설마 웃기려고 말한 개그용 멘트겠지..'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덕분에 백재현은 모처럼 뜨거운(?)관심을 받고 있지요. 그의 이름은 떡하니 검색어 순위를 달리고 있고, 해당기사에는 순식간에 천개이상의 댓글이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네티즌의 반응은 분노나 흥분보다는 '옛다 관심'식으로 안쓰럽게 여기는 분위기지요. 백재현이 오랫동안 방송에서 소외되었다보니, 이번 발언에 대한 동기도 많은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불후의명곡'의 예능국장 이름까지 거론하며 화끈하게 칭송한 것을 보면 그의 방송복귀에 대한 절실함도 가늠해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러한 발언은 불후의 명곡 측과 해당 아이돌로서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불후의명곡은 어쩔수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습니다. 방송전 부터 나가수의 짝퉁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했지요. 그럼에도 30대 이상의 청중판정단 제도를 도입하는 등,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절정의 아이돌들이 대선배 앞에 겸손히 둘러앉아 교감을 잇고, 대선배의 팬들 앞에서 대선배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선 훈훈함을 주기도 했지요. 그리고 첫경연에서 심수봉의 노래를 아이돌다운 퍼포먼스로 접목시킨 효린이 일등을 하면서 세대교감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방송 직후 또다른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아이유의 하차때문에 불거진 위기인데요, 아이유는 원래 섭외 단계부터 첫회에만 출연하기도 결정했었다는 거지요. 종현과 예성 역시 하차가 결정됐다고 합니다. 결국 6명의 아이돌이 경합을 펼치는 불후의 명곡은, 경연의 성적에 따라 하차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각기 아이돌의 스케즐에 따라 출연이 결정된다는 현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경연의 긴장감에는 다소 치명적일 수 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뛰어난 가창력을 지난 아이돌의 수효가 한정되어 있는 작금의 현실을 감안하면 달리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람들의 비아냥이 더해지고 있지요. 그런데 이런 현실에서 백재현으로 촉발된 노이즈 마케팅은 상당히 민망할 지경입니다. 아직 불후의 명곡은 논란에 노출되기보다는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의 기초잡기가 필요한 시기이기때문입니다. 이제 막 시작을 한 프로그램으로서, 탈락을 전제로 하는 경연이 아닌, 비슷한 또래의 아이돌의 대결이다보니, 나름의 새로운 경연 문화가 정착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좀 더 짜임새있는 '자기 색깔'찾기가 필요한 시기이지요. 녹록치 않은 시기에 부정적으로 노출된 점은 프로그램에게도 퍽 버거운 일일 듯합니다. 더구나 백재현은, 나가수의 가수를 빗대 아이돌을 칭송했습니다. 듣는 아이돌도 황당할 지경입니다. 결코 아이돌이 기분좋게 받을 수 있는 칭찬이 아니지요.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는 칭찬의 민망함이 주변사람들만 낯 뜨겁게 할 뿐입니다.
확실히 요즘 나가수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가수에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그 실망은 나가수의 제작진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나가수 속 가수들에게 대한 애정은 여전히 깊습니다. 제작진에 대한 실망 자체가 나가수 속 가수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이 많은 현실에서 이러한 발언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불후의명곡에 대한 염증으로 이어질 수가 있겠지요.
이렇듯 백재현의 경솔한 발언은 자신의 이름을 검색어 순위 상단에 올려놓은 성과를 낳았지만, 불후의 명곡 제작진과 아이돌가수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고, 나가수 제작진으로 실망한 대중들로 하여금 나가수의 가수들을 한번 더 되볼아 보게 만들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칭찬한다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사람마다 개성이 있으니 칭찬의 방향도 다양하겠지요. 그런데 그 칭찬이란 것이 불필요하게 다른 무엇과의 비교를 통하게 된다면, 자신은 물론이고 칭찬의 대상에게까지 화가 미치게 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외로움이 깊다보면 생각의 폭도 좁아지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랜동안 방송에서 소외되어온 백재현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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