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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예능&오락

무한도전, 조정의 감동을 넘어섰던 정재형의 존재감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정재형이 예기치 않은 인연으로 또다시 무한도전에 출연했습니다. 그야말로 전격적이었지요. 조정특집이 한창인 가운데, 정형돈과 노홍철 그리고 김지호코치는, 조정의 본고장인 영국 탐방에 나섰는데요, 본고장의 조정경기를 지켜보며 그 뜨거운 열기와 전통을 체험하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지요. 그리곤 이동하는 차안에서 우연히 무한도전 가요제의 곡들이 음원시장을 강타하고 있더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특히 순정마초가 음원차트에서 2위를 달린다는 소식에 정형돈은 냉큼 정재형에게 안부 전화를 했습니다. 가요제 녹화를 마치면서 서로 마주 보고 전화번호를 지우기로 했다는 농담을 했을 만큼 티격태격했던 파리돼지앵이었는데요, 우연히 안부차 연락을 해본건데, 놀랍게도 정재형은 마침 파리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너 파리에 올 생각도 하지마' 바로 정재형만의 초대방식이었습니다.
제작진은 전격적으로 이 이색적인 초대에 응하지요. 런던에서의 일정을 급히 변경하고 당장 PD를 파리에 급파하지요. 이렇게 정형돈, 노홍철은 파리로 떠나게 되지요.

하지만 정형돈은 막상 정재형을 만나러 가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워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가요제를 준비하면서 많이 친해진건 사실이지만, 의외의 시간에 뜻밖의 장소에서 조우하는 것에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낯가림이 있어서 누군가와 금방 친해지는 것이 어려운 내성적인 성격의 정형돈은, 그 동안 무도멤버들과도 '빨리 친해지길 바라'특집을 했을정도였는데요, 노홍철이, 정재형과 절친이지 않냐고 되물어도, 정형돈은 '사실은 그렇게 가깝지 않다'며 발뺌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정재형은 정형돈을 다시 볼 생각에 신나기만 합니다. 오히려 뭘 먹이고, 어떻게 해줘야할까를 고민하지요.

유희열과 김동률을 나부랭이와 조무래기라 아무렇지도 않게 일컬을 수 있으며 방송에서도 쉽게 우스운 말을 던질정도로 친한 사람들을 놀려먹으며 흥겨워하는 정재형이기에, 그동안 정형돈 역시 정재형의 음악성을 무시하는 듯한 가벼운 개그를 마음껏 할 수 있었지요, '뭐야, 사랑의 파과자 순정마초, 이런게..' '음악성을 인정할 수 없다'라는 말조차 정재형이 받아주기에 웃음이 될 수 있었습니다.
정형돈의 뜬금없는 전화에도 하항항항- 반갑게 맞아주는 파리지앵의 정감이 따뜻했습니다. 정형돈을 먹이기 위해 마트를 찾고, 과일 하나, 치즈 하나 꼼꼼하게 챙기며, 섬세하게 메뉴를 구상하는 모습이 더욱 그러했지요.


그리고 친히 역까지 마중 나와 한참을 기다렸지만, 평범하게 조우하지도 않습니다. 기차에서 내려 정재형을 찾는 정형돈과 노홍철을 몰래 숨어서 지켜보다가 새로운 장소로 미션을 줬지요. 도착하길 기다리다 짠하고 나타나 진하게 포옹해주는 익숙한 모습이 아닌, 마중나오지 않은 척 다른 장소로 유인해내는 장난꾸러기의 모습이었지요.
유인한 광장으로 지름길을 이용해 먼저 도착해서도, 정형돈과 노홍철을 쉽게 만나줄 생각은 전혀 없었죠. 언젠가 정형돈과 팀을 이뤄 유재석과 이적을 미행하고 잠복했던 것처럼 굳이 유인한 광장으로 가는 그들을 미행하고 미리 도착해 잠복에 나서기까지 하지요. 머리에는 변장을 위한 금발의 가발까지 준비하면서 말입니다. 마치 음악여행의 기억을 간직하는 애청자들에게 자체 패러디의 시즌2를 선사해 주는 듯 했습니다. 당시에는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쓰더니 이번에는 금발의 가발을 썼네요, 한층 적극적으로 업그레이드된 개그센스지요. 거기에 위장 효과를 더하고자 자신의 안경위에 덧쓴 선글라스까지.. 음악여행 당시에도 아무일없이 30분이나 조용히 잠복하더니, 이번에도 팍팍 망가지며 어느덧 예능인이 다 된 모습을 선보였지요. 교양있고 분위기 있어보였던 파리지앵은 순식간에 예능인으로 변신했습니다.


때로는 격정적으로 피아노를 두드리며 그늘진 음악적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때로는 시골의 산들바람에 취해 섬세한 음악적 감성을 보여주더니, 오홍홍홍 웃으며 예능인들 사이에서 예능감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오묘한 매력의 정재형에게 자꾸 시선이 갑니다.

순정마초 무대를 준비할 당시, 정형돈이 농담으로, '내가 투우사 복장을 하면 형은 소처럼 분장하면 어떻겠냐'고 했었지요. 이에 정재형은 정색을 하고 '그럴까? 안그래도 그럴까 생각했어'라며 오히려 농담한 사람을 당황스럽게 합니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헷갈리게 하는 모호함이 있지요. 정재형을 보고 있노라면, 순수하게 사람을 좋아하고, 즐거운 거리를 찾아 자신을 망가뜨려도 전혀 개의치 않는 진정한 예능인을 만난 느낌입니다. 꾸미지 않아도 스멀스멀 피어나는 자연 예능인말입니다.

요즘 무한도전은 조정특집을 하느라 눈코뜰새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지요. 어제 방송에서도 방송분량의 대부분은 조정준비로 열과 성을 다하는 장면이었지요. 손바닥에 굳은 살이 배이고 물집이 잡힐 정도로 연습에 몰두하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다웠지요. 더구나 6월23일 비, 6월 30일 비, 7월 7일 비, 자막으로 짧게 쓰여지고, 이들이 연습하는 장면은 스치듯 지나갔지만, 카메라 밖에서 이들이 숱하게 뿌렸을 숨겨진 땀방울이 있었겠지요. 이러한 숨겨진 땀방울에 미안하게도 저 개인적으론 이들의 조정 연습 장면보다 오히려 정재형이 등장했던 9분여의 장면이 더 즐거웠습니다. 그만큼 정재형의 존재감이 남다르네요. 앞으로도 정재형을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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