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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나는가수다, 탈락한 옥주현에게 복이 된 한가지




결국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 네번째 경연의 탈락자는 옥주현이었습니다. 합류해서 지금까지 2달여의 시간동안 참 많은 논란과 관심 속에 있었던 옥주현이었는데요, 비록 그녀에게 쏠렸던 화제성과 관심에는 비호감이라는 어두운 그늘이 드러워져있었지만, 그녀가 나가수에서 선보인 마지막 무대만큼은, 나는가수다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순간이었습니다.

임재범의 하차 직후 합류한 옥주현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냉담 그 자체였습니다. 애초에 나가수가 대중을 열광시킬 수 있었던 것은, 음악에 모든 걸 걸고 평생을 살아온 음악인생들이, 이 무대를 통해 그 진가를 드러내며 최고의 무대를 선보였기 때문이었을겁니다. TV에서 거의 만나볼 수 없었던 이들이 자신의 음악인생을 걸고 혼신을 쏟아내는 무대는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음악으로 말하고 싶었으나, 미처 조명받지 못했던 이들이 나가수를 통해 대중을 열광시켰고 가요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았지요. 이러한 나가수의 영광은, 온전히 음악에 모든 걸 걸고 살아온 가수들의 몫이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가수로서 TV에서 충분히 조명을 받은 바 있고, 이러한 가수의 길을 스스로 그만둔다며 뮤지컬로의 전향을 발표하기도 했던 옥주현의 나가수 합류에, 대중은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거부감의 더 큰 이유는 그녀의 품성에 대한 비호감이었는데요, 유관순 코스프레 논란, 슈퍼스타K2에서의 현미 비하 논란 등 그녀의 언행은 두고 두고 화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옥주현의 나가수 출연은 각종 음모론을 양산하며 끝없는 불만으로 이어졌고, 최근 나가수 시청률 하락의 최고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탈락할 날만 꼽는 이들도 많았지요. 그만큼 옥주현을 향한 비호감의 늪은 깊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옥주현은 첫 경연에서 예상을 깨고 1등을 했습니다. 그녀는 대중이 공감하는 감동코드를 알고 있었고, 이를 영리하게 잘 구현해냈었지요. 깨끗한 고음의 향연을 벌이다 눈물로 마무리된 첫 무대는 청중평가단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옥주현의 경연순위는 매번 하위권을 면치 못합니다. 가수들이 평가하는 중간점검에서는 매번 7위를 차지하기도 했었지요. 옥주현은 노래를 잘 합니다. 하지만 함께 경쟁하는 선배가수들의 음악인생에 비하면 음악의 깊이에선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지요. 옥주현의 노래에는 화려한 테크닉과 넘치는 감정의 표출은 있지만, 절제하고 거두어들이는 여운이 없었습니다. 그녀의 무대는 늘 고음이 폭발하는 내지르기 창법이 클라이막스를 장식하지요. 늘 비슷한 구성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극적인 효과는 뮤지컬을 연상시킬때가 많습니다. 이렇듯 줄곧 비슷한 인상을 주는 무대를 반복하다보니 늘 제자리인 듯한 인상을 줬고, 순위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옥주현의 나가수 마지막 노래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였습니다. 시대를 풍미했던 심수봉의 명곡이지요. 담담하게 한을 풀어내는 노래이기에, 그동안 대중의 감동코드를 따라온 옥주현의 스타일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녀는 원곡자인 심수봉을 찾아가 직접 편곡에 대한 조언을 들었는데요, 심수봉의 깊은 호의와 배려 속에서 많은 교감을 나누는 모습이었지요. 특히 심수봉의 따뜻한 위로엔 왈칵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래서 옥주현은 좋은 무대를 선보여 심수봉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지요.
이 노래를 준비하면서 옥주현이 달라진 것은, 감동코드와 퍼포먼스보다는 노래에 담긴 정서에 집중했다는 거지요. 떠나보내야하는 여자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전주에서 베싸메무쵸를 접목시켰고, 1절에 담긴 정서와 2절에 담긴 정서를 구분했지요. 1절에서는 지고지순한 여인의 감성을, 이후부터는 한을 품은 여자의 비장어린 감성을 선보이며 노래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특히 기존의 모습과 달리, 이러한 감성을 오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풀어내려 시도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의 정서를 표현함에 있어서도 강한 임팩트 있는 편곡보다는, 강약을 달리하고 속도의 완급을 조절하며 섬세한 정서를 표현해냈습니다. 고음을 질러 클라이막스를 극대화한 것이 아니라, 고음을 지르다 부드럽게 잦아들면서 절제의 여운도 살렸지요. 그동안 보여왔던 감정의 과잉이 아닌 담을 건 담고 비울 건 비우는 모습이었습니다. 곡의 진행과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모습을 보며 그녀가 얼마나 고민했고 연구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탈락소감으로, 옥주현은 '이날 녹화하려 오는 길이 유독 새롭게 느껴져, 다시 안올 것같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현실이 되어 서운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행복했습니다' 말하며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최고의 무대를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최악의 무대를 선보이고 탈락했다면 스스로에게도 큰 한이 되었을테고 두고두고 수치로 남았을텐데요, 최선을 다했기에 그녀를 줄곧 지지해준 자신의 팬들에게도 선물을 줄 수 있었고,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도 괜찮은 인상을 남겨줄 수 있었겠지요. 그동안 힘겨웠던 그녀에게 복이 된 셈입니다.

당초 이 무대를 준비하며 옥주현은 스스로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무대를 준비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다음 무대까지 준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했는데요, 그만큼 '이 무대가 나한테 불을 지펴줬구나'하는 느낌을 줬다고 합니다. 나는가수다의 무대가 떠나는 그녀에게 준 선물이겠지요. 대중에게 어떻게 감동을 주느냐 보다 어떻게 스스로 노래에 몰입해 행복할 수 있느냐를 깨닫는 순간, 비로소 그녀는 두달여동안 잠겨있던 나가수의 굴레를 빠져나오게 됐습니다. 옥주현을 박수로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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