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3 11:38

여직원들이 제법 있고 전통이 유구한 회사에서는, 왕언니가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대체로 왕언니는 여직원들의 문화를 선도하기 마련이다.
개인 성격에 따라선 여직원들을 강력히 규율하기도 한다.

내가 처음 다녔던 대기업에도 왕언니가 있었다.

작은 키에, 반반한 외모의 똑부러지는 성격이였다.

일의 영역에 있어서는 그 어떤 타협도 없었으며, 부장도 껄끄러워 할 정도로 당당하고 야무진 노처녀였다.
십수년을 다닌 회사이기에 왠만한 과장 차장들한테도 기분나쁘면 한소리를 날렸다.

모든 것이 새롭던 입사 첫날, 소속팀 안내를 앞두고, 인사총무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인사 총무 업무를 하는 왕언니에게 전산팀 차장이 와서, 전산 시스템 관리의 효율성을 위해 업무방식의 변경을 요구하는 거 같다.

사무실이 떠나가도록 그 부당함을 질타하는 왕언니의 고성에 충격을 먹었다.

결국 차장은 허허 웃으며 물러났다.

왕언니가 흥분을 가라앉히며 마지막 코멘트를 날렸다.

'날 싸움닭 만들지 마세요. 지금 옆에 신입사원도 보고 있는데, 내가 뭐가 되요?'

앞으로 조심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당연히 여직원들은 왕언니 앞에서 숨을 죽였다.

내가 속한 경리팀 여직원도 나름 까칠한 성격이였다.
경비지급을 위한 접수기준을 엄격히 준수하여, 서류가 부실하거나 접수시간이 늦어지면 가차없이 지급을 거절하거나 연기했다.

당연히 왕언니는 예외다.
경비지급을 위한 팀장결제가 다 끝난 마당에도 왕언니가 와서 지급요청서를 내밀면, 결제를 다시 받아가며 바로 지급했다.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내다 왕언니가 멀어져가면 분노의 투덜거림이 사무실의 적막을 깨곤 했다.

어찌 보면 왕언니는 손하나 까닥하는 것도 귀찮아 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다.
업무서류도 해오던 대로만 해야지, 안하던거 추가로 해야한다던가, 복사 한장 더 해야 한다는 당위를 그녀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 사람이, 사무실에는 별로 없어 보였다.

*
처음으로 임원과의 대화에 참여했다.
본부장이신 상무님과 과장(팀장제외)이하 사원간의 대화시간이였다.

전날 과음한 탓인지 졸았나 보다.
옆에 앉은 선배가 기겁을 하며 깨웠다.

상무님이 그 모습을 봤는지 내게 의견을 말해 보라며 넉넉하게 웃으셨다.
졸다가 일어난 나는 모두의 황당해 하는 시선이 당혹스러웠다.

딱히 할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인사총무팀 앞에 냉장고가 있는데, 텅 비어 있습니다. 그 안에 음료수같은 것을 넣어놓고 모두가 이용하면 좋겠습니다.'

억지로 짜낸 생각을 이야기했다. 분위기가 수습되길 바랬다.

상무님은 총무팀 과장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대충 회의가 끝났고, 우르르 몰려나오는데 총무팀 과장이 왕언니에게 한마디 했다.
'아까 유월이 하는 이야기 들었지? 신입사원이 어렵게 낸 의견인데 잘 반영하라구.'

왕언니는 대답도 않고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난 보고야 말았다. 그 섬뜩한 눈빛을...

순간 공포가 작렬했다.

선배들이 내게 와서 어떻게 상무님 말씀하시는데 졸 수 있냐고 폭소했다.
남의 속도 모르는 소리다.

이제 막 시작한 직장생활, 고난과 역경의 암울한 미래를 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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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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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Zoom-in 2011.09.03 19: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느 직장이던 직장생활 편하게 하려면 고참 여사원과 관계를 돈독히 해야함은 철칙입니다. ㅎㅎ 그녀의 말한마디가 퍼지면...

    • 비춤 2011.09.04 00: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즘 보면 왕언니 문화가 쬐금씩 바뀌는 것같기도 합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를 보니 십년전하곤 또 다른 것도 같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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