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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예능&오락

라디오스타 단독 편성, 오히려 독이 될 수도

 


                  

강호동의 은퇴로 존폐의 기로에 섰던 무릎팍도사가 결국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이에 따라 딩분간은 라디오스타(이하 라스)가 단독으로 방송될 예정이지요.

라스의 시작은 위태로웠습니다. 초창기 황금어장이 시작되면서 몇몇 시도가 있었고, 그 중 '무월관'이란 코너가 생겼다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두달만에 종영되고 말았지요. 이어서 생긴 코너가 라스였는데요, 시청자의 반응이 시원찮을 경우 가차없이 종영되는 상황에서 라스의 출발 역시 많은 우려가 있었습니다. 이전 코너처럼 언제 폐지 될지 모르는 두려움을 라스의 MC들은 방송말미에 이렇게 표현했지요. '다음주에 만나요, 제발' 어느덧 자리를 잡게 됐지만 여전히 라스의 인사말은 한결같습니다. 그런 라스가 4년간이나 건재하더니 이제 황금어장의 터줏대감이던 무릎팍도사까지 넘어 단독코너로 자리 매김한 것을 보면 엄살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라스는 독한 프로그램입니다. 출연자가 곤란해할만 질문을 일부러 찾아서 서슴없이 마구 던지지요, 품위를 따지고 격식에 얽매이는 현대인에게 '라디오스타'식 토크는 일탈의 대리경험이라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줬습니다. 틀에 박힌 점잖은 토크쇼에 익숙했던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매력을 풍길 수 있었지요. 무릎팍도사는 섭외하는 게스트에 따라 부침이 컸으나 라스는 나름의 분위기와 문화로 특유의 매력을 만들어 갔습니다.

하지만 라스의 매력은 이러한 독한 토크만은 아닙니다. 바로 '감칠맛'편성이 큰 몫을 했지요.
그동안 황금어장의 주인은 줄곧 무릎팍 도사였습니다. 늘 무릎팍도사의 그늘에 늘 가려져있었지요. 무릎팍도사에 대박 게스트가 출연할 경우, 긴 시간을 할애하다보니 라스의 편성시간이 5분에 불과했을 때도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한시간 편성도 빈번해졌지만 예전에는 30분~5분이라는 짧은 편성이 다반사였지요. 이 짧은 편성 덕분에 라스의 독한 토크는 더욱 강렬할 수 있었습니다. 더 보고 싶을때 방송이 끝나버리기에 그 강렬함이 질리지 않고 오히려 여운이 남을 수 있었습니다. 초대손님을 당황하게 만들고 MC들끼리도 마음이 불편할 토크들이 짧게 짧게 넘어갔기에 감칠맛이 났습니다.

무릎팍도사가 월간지라면 라디오스타는 그에 따라 오는 별책부록 같았습니다. 때로는 잡지보다 별책부록이 더 갖고 싶어 그 잡지를 사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 매력은 오히려 짧으면서도 강렬한 한방때문이겠지요.

이렇듯 라스의 큰 장점인 짧은 편성은, 이제 단독 편성이 되면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그 긴시간 내내 짧고 굵은 질문을 던져대야 한다는 것은 큰 모험이 될 수 있겠지요. 장시간동안 시청자를 꾸준히 긴장시킨다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제작진도 당분간은 코너 속의 코너를 구성하겠다고 했는데요, 결국 강렬한 토크 사이 사이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강렬함과 편안함의 조화라는 숙제가 생겼습니다. 호평을 받았던 라이브무대를 더욱 차별화 시키는 등 음악적 요소를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요.
또 최근 김희철이 빠지면서 게스트를 당황스럽게할 4차원의 매력이 사라졌습니다. 새로 보강된 슈퍼주니어의 규현이 이 역할을 해내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겠지만 아직은 다소 아쉬움이 남고 있습니다. 이에 유세윤 등 무릎팍도사의 맨파워를 흡수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때 5분이라는 굴욕편성에도 불구하고 라스의 마니아들은 '그래도 나온게 어디냐'며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렇듯 간당간당하던 프로그램이 단독프로그램이 됐고 그것은 새로운 도전이 됐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의 특성이란 어떤 환경이냐에 따라 전혀 다른 색깔이 날 수 있습니다.

요즘도 라스는 '다음주에 만나요 제발'이라는 끝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초창기 '제~발'을 외칠때의 처절함은 더이상 없지요. 오히려 당당하게 혹은 습관처럼 무심하게 외치고 있습니다. 단독편성되는 라스에서도 이들 MC들은 여전히 무심하게 외칠까요. 예전 처절하게 외치던 '제~발'의 마음이 오히려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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