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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바람에실려, 임재범을 살린 김영호의 '버럭'




임재범을 필두로한 예능프로그램의 편성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았었습니다. 나는가수다에서 미쳐 채우지 못했던 그의 노래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낳은 한편, 너무 임재범 한 명에 의존하는 프로그램의 성격과 지극히 음악다큐적인 프로그램이 일요 예능 프라임타임에 어울릴지의 여부는 우려스러운 부분이었지요.

지난 3일 첫 전파를 탄 '바람에실려'는 역시나 임재범만의 프로그램임을 보여줬습니다. 임재범 외의 인물은 그저 주변에 머물고 말았지요. 이는 임재범 자신이나 프로그램에나 퍽 부담스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어진 두번째 방송에서는 임재범의 존재감을 맞받아줄 새로운 인물이 대두됐습니다. 호랑이 임재범에 맞서 사자캐릭을 형성하게 된 김영호인데요, 이제 이들의 음악 여행에 드라마가 생길지 지켜볼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바람에 실려' 제2편에서는, 임재범이 '증발'해버리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부두에서 즉석 공연을 하다 음이탈을 보인 직후 임재범은 갑자기 사라져버렸지요. 그의 기행을 잘 알고 있는 하광훈은 '이럴 줄 알았다'며 자포자기 상태였고 다른 멤버들도 믿을 수 없다며 당혹스러워 했습니다. 어쩌면 임재범이 홀로 다음 목표 지점으로 갔을지도 모른다며 일행은 일단 예정된 여행지인 야생의 대자연으로 떠나지요. 하지만 그의 행방은 묘연했고, 결국 외떨어진 사막에서 캠프를 차리고 임재범이 없는 공연으로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드넓은 광야에서 깜깜한 밤하늘을 벗삼아 대자연을 노래하는 것은, 당초 이 프로그램의 기획동기였던 하광훈과 임재범의 오랜 약속이었지만, 이 자리에 임재범은 없었지요. 그리고 남겨진 멤버들은 예기치 못한 현실앞에서 갈피를 못잡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튿날 데스밸리의 땡볕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태양열로 라면끓이는 등 이것저것 해보지만, 이들은 공허해보였습니다. 왜 이러고 있는지.. 이러고 있는 걸 시청자가 좋아할지.. 자조섞인 낙담만이 있었지요.

이렇게 미완의 여행은 허무하게 마감됐고 이들은 LA로 왔지요. 그곳에 임재범이 있기만을 바랄 뿐이었습니다.  L.A 록클럽 거리를 거닐던 일행은, 길거리 벤치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임재범을 발견합니다. 막 잠에서 깬 부스스한 얼굴의 임재범을 보자 일행은 모두 허탈해 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비록 방송사고를 친 임재범이지만, 멤버들에게 그는 여전히 어렵고 조심스러운 존재였지요. 그래서 젊은 멤버들은 원망을 내비칠 망정 강하게 따지지 못한 채 웃고 넘어가는 분위기였고, 연장자인 하광훈과 이호준은 멀찍이서 그저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만약 이대로 사태가 대충 봉합되고 아무일 없이 넘어갔다면, 이 방송은 스토리도 없고, 상식도 없으며, 규칙도 없는 막장이 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임재범의 기행은 납득할 수 없는 이기주의로 남고 말았겠지요. 시청자의 외면을 받기 딱 좋은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때 김영호가 분노를 폭발 시킵니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여기서' 잠에서 덜 깬 얼굴로 태평해보이던 임재범이 비로소 당황해 하지요. 분명한 사과를 요구하는 김영호 때문에 무안해진 임재범은 농담으로 무마해보려 하지만 김영호는 단호했습니다.
이에 임재범은 미안한 얼굴로 구구절절 변명에 나섭니다. 부두에서의 음이탈이 스스로에게 충격이었고 음악적으로 아직 미숙한 자신에게 실망했다며 LA에 미리 와서 공연준비를 했다며 너스레를 떨지요. 미안하다면서 다시는 안그러겠며 김영호와 새끼손가락을 걸기도 합니다. 그의 변명엔 궁색한 면도 있지만 그래서 인간적인 면모도 보였지요. 그래서 김영호도 더이상 다그치지 않았지요. 그리고 무안함을 극복하고자 임재범은 일장연설을 시작합니다, 이곳 LA의 공연장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설파했는데요, 그런데 김영호가 그의 말을 끊고 무안을 줍니다. 그래서 멤버들은 다같이 웃을 수 있었지요.  어느새 임재범은 멤버들 사이에서 유아독존이 아닌 동료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화가 풀리지 않아 보였던 김영호도 '사고 치고도 이렇게 당당한 사람 처음봤다'며 비로소 화해의 제스춰를 보냅니다. 이에 임재범도 얼렁뚱당 '난 이따위로 살았어'라며 쑥스러운 웃음을 건넸습니다. 바로 남자들이 화해하는 방식이지요.

주인공의 일방적인 잠적, 주인공이 없자 스스로 할 수 있는게 없는 멤버들, 주인공이 사고쳐도 한마디 따지지도 못하는 분위기라면, 방송은 위태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김영호가 '버럭' 폭발하면서 임재범은 주저리 주저리 변명하는 우스꽝 스러운 모습을 보일 수 있었고, 비로소 독불장군을 넘어 멤버들의 동료가 될 수 있었지요.

나는가수다는 새로운 포맷으로 새롭게 시작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임재범의 음악여행 역시 아무런 기반 없이 시작된 새로운 시도입니다. 주말 예능의 피크타임에 방송되니 만큼 음악뿐 아니라 드라마와 예능적 재미도 필요하지요. 임재범이 말한마디 하면 긴장해서 딱딱하게 굳었던 이들도 이제 그를 받아 들일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이제 멤버들도 나름의 캐릭터를 잡아갈지 지켜볼 일입니다.

그나저나, 원래 사내끼리 서로 서먹서먹할 때면, '버럭'같은 이벤트가 오히려 약이 될 수 있음을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바로 드라마의 시작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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