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선생님 박하선이 교실에 들어섰음에도 몇몇 남학생들은 한 곳에 몰려 앉아 게임에 열중이었습니다. 박하선이 이들에게 각자 자리로 돌아가 수업하자고 채근해도 학생들은 막무가내로 자신들이 하던 게임에만 몰두할뿐입니다. 박하선이 수차례 소리를 질렀으나 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았지요. 이 모습을 창밖에서 지켜본 교감은 나중에 박하선을 질책합니다. 수업도 시작 못할 정도로 아이들에게 휘둘리면 어떡하냐고 말이지요.
하지만 요즘의 교실 풍경에 익숙한 사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만약 교사가 아이들을 체벌이라도 해서, 학부모가 학교 당국에 항의하면 교감은 결코 해당 교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지요. 일전의 하이킥에서도 체육교사 윤지석이 학생들을 체벌한 것을 두고, 학부모가 강력하게 항의하자, 교감은 윤지석을 불러 학생들에게 사과하라고 했던 장면도 있었습니다.
몇 일전 동영상으로 공개된 여교사 농락사건은 기성세대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여교사가 한 학생에게 복도로 나가라고 하자, 학생은 '뭘 잘못했길래 나가야 돼냐'며 맞서더니 교사에게 삿대질까지 했고, 이에 흥분한 여교사가 욕을 내뱉자, 이를 지켜보던 아이들은 재미난 구경거리라는 듯 '오~~'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의 이유를, 단지 특정 교사의 자질이나 일부 학생의 품성 문제로 한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한국의 교실 전체가 겪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일 수 밖에 없지요. 학교의 목표가 오직 대학입시인 현실에서 학생들은 이미 학교 선생님에게 배울 것이 그다지 없습니다. 국내 최고 수준의 강사는 인터넷이나 TV를 켜면 만날 수 있고 특성화된 전문 학원이나 개인 과외를 통해 입시에 최적화된, 경쟁력 있는 수업을 접할 수 있지요.
비단 교과목뿐만이 아닙니다. 인터넷과 각종 매체의 발달 덕분에 요즘 학생들은 어른이 아는만큼은 자신들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당장 손안에 스마트폰으로 세상의 지식을 모조리 검색할 수가 있지요. 평범한 일개 교사가 갖고 있는 연륜과 경험은 정보화시대의 똑똑하고 잘난 학생들 앞에 무력해지고 있습니다.
하물며 이런 위기에 놓인 교사들은, 교사의 권위마저 학부모와 학교당국으로부터 박탈당했습니다. 말 안듣는 학생을 체벌할 수도 없고 학부모와 학교당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지요.
하이킥의 박하선도 무력한 현실 앞에 좌절했습니다. 무력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현실을 잊는 것 뿐이었지요. 풀 죽은 그녀는 기분 전환 삼아 헤어샾에 갔습니다. 헌데 직원의 실수로 붉은 색의 펑키머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당혹감에 몸서리치던 그녀는, 우연히 자신과 똑같은 처지에 놓인 동료교사 박지선과 조우하는데요, 서로 황당해 하던 두 여교사는 내친김에 확 일탈을 해버립니다. 나이트클럽에서 광란의 댄스를 즐기고 심야의 길거리에서 술을 퍼먹으며 소리를 지르는 등, 꽉 얽매인 채 살아왔던 자신들의 일상에 일탈을 가했습니다.
그런데 일탈을 겪은 후 일상으로 복귀한 박하선은 교실 정복에 성공했습니다. 엄격한 얼굴로 수업시간에 딴 짓한 학생을 꾸짖고 자애로운 얼굴로 다독여주지요.
물론 현실은 시트콤보다 가혹합니다. 하지만 답이 없는 교권실종의 현실에 낙담하지 말고, 차리리 박하선처럼 화끈한 일탈을 통해 자아를 되찾은 후, 당당히 현실에 맞서는 것이, 무력한 자위보다는 훨씬 의미있어 보입니다. 적어도 실체가 증발해버린 교권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가진, 자신감 있는 개인으로서 학생을 마주한다면, 박하선이 보여줬듯 엄격하면서도 자애로운 교실 장악도 가능할 법합니다.
'일상을 버티게 하는 힘, 그것은 짧지만 강렬한 일탈의 기억이 아닐까....' 이는 오늘날 답이 없는 교실 붕괴에 낙담하고 있는 이 땅의 선생님들에게 보내는 선의의 하이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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