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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불후의명곡엔 있고, 나가수엔 없는 것




어제 불후의명곡2(이하 불명)에선 홍경민이 모처럼 격렬한 댄스를 선보였습니다. 서른도 중반을 넘긴 홍경민은 무대가 끝난 직후 몹시 힘겨워했는데요, 잠시후 명곡판정단의 판정을 받기 위해 다시 무대에 나타났을 때도 여전히 가쁜 숨을 몰아쉬었지요. 그런데 이 장면을 지켜보는 김구라와 문희준의 반응이 압권입니다. '지금 멀쩡합니다. 지금 숨쉴 수 있습니다. '계산된 그런 걸 수도 있어요..'
이렇듯 불후의명곡에선 참가가수에 대한 농담과 희화화가 일상적입니다.  반면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선 가수의 무대에 대한 전문가의 엄중한 평가가 뒤따릅니다. 이 전문가의 평가엔 비판이나 찬양은 있을지언정 농담은 없습니다.

이는 나가수의 태생적인 문제이기도 한데요, 한때 신들의 경연이라고까지 불리던 나가수에선 위대한 음악의 향연만이 요구되었습니다. 그래서 참가가수의 자격논란도 늘 끊이질 않았지요. 그리고 가수들은 무대가 주는 중압감에 긴장을 호소했고 유일한 웃음코드를 보일 수 있었던 개그맨들도 개그보다는 가수의 보필에 더 신경쓰는 분위기지요. 덕분에 나가수의 무대를 준비하는 가수들의 모습엔 경건함과 비장함마저 배어 있었습니다. 늘 긴장감과 예민함으로 무대에 서다보니, 웃음과 농담이 어색했지요. 얼마전 김영희피디는, 나가수가 침체된 이유로 예능적 재미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했습니다. 음악적으로는 훨씬 발전했지만 재미가 부족하다는 말이지요.


이런 면에서, 불명은 예능적 재미와 음악적 성취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예능적 재미를 이끄는 곳은 가수들이 모여서 나누는 대기실인데요, 이곳에서 참가가수들은 MC김구라와 문희준의 독한 토크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적당한 음악적 이야기도 있지만 그 이상의 웃음과 농담이 이어지지요.

나가수 역시 초반에는 무대를 마친 가수들이 대기실에 모여 서로 환담을 나눴었는데요, 이때도 가수들은 서로에게 깍듯한 예의를 갖추고 품격 있는 음악적 의견을 교환하곤 했습니다. 물론 나중엔 이런 대기실도 사라졌지만 말입니다.

김구라는 늘 대기실에서 가수들에게 농담과 질문을 건넵니다. 무대를 향한 소감도 요구하지만 남녀 간의 러브라인을 유도하기도 하고, 대결구도를 엮기도 하지요. 뜬금없어 보이던 허각-강민경의 러브라인도 자꾸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익숙해졌고, 허각-신용재의 라이벌구도가 많은 뒷이야기를 남기기도 했지요.

참가가수들은 대기실에서 진지하게 노래만 듣는 게 아니라 예능토크를 한거지요. 덕분에 참가가수들은 시청자들에게 노래만 선사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스토리와 예능감을 선보일 수 있습니다.
방송 출연이 거의 없었던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성훈 역시 단 3번의 방송출연만으로 벌써부터 친숙한 이미지를 쌓고 있습니다. 성훈은 첫출연 당시 선글라스를 쓰고 팔짱을 낀 채 묵묵히 침묵만을 지켰습니다. 그리곤 무대에서 놀라운 가창의 향연을 보여줬지요. 성훈은 단지 음악에만 집중할 것 같았지요, 그런데 이런 성훈에게 신동엽은, '사람들이 성훈씨 선글라스 벗은 모습을 궁금해 한다, 그렇다고 기분따라 확 벗지는 마라, 안경 벗는 건 제작진과 충분히 상의한 후 결정하라'며 진지하기만 했던 성훈을 예능의 장으로 끌어나왔습니다. 어제 방송에서도 성훈을 일러 '잘생긴 편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성훈도 벌써부터 농담분위기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어제 임태경이 투우복장으로 무대를 꾸미자, '저러다가 진짜 소가 나오나 했다'며 좌중을 웃기기도 했지요.

빵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이 토크의 분위기를 더욱 편안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특별한 애드립이나 이야깃거리가 없을 땐, '빵이나 먹지요'란 한마디만으로도 웃음이 유발됩니다. 빵을 먹다보면 예능이 탄생하는 것이지요. 빵을 먹는 편안한 분위기와 토크를 유발하는 김구라 문희준의 진행 속에서 왁자지껄한 특유의 토크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제 성훈이 첫 번째 대결에서 패배한 직후 '오늘은 빵먹는 날'이라며 웃을 수 있는 이유지요.
빵을 먹는 가운데, 김구라는 홍경민을 놀리기도 하고, 남자가수와 여자가수가 대결 직후 포옹을 할지 예측하기도 합니다. 덕분에 내성적이고 말이 없던 신용재는 어느덧 전문해설가 못지않은 입담으로 예능인이 되어가고 있지요.
물론 예능의 재미 못지않게 깊은 음악적 감동도 줍니다. 사람 좋은 농담과 웃음을 유발하는 신용재가 무대에서 절절한 발라드로 심금을 울리듯, 참가가수들은 무대에 있어서는 최고의 열정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나가수의 출연가수들보다 나이도 어리고 경력도 부족하지만 열정만큼은 절대 뒤지지 않지요.

이렇듯 불명엔 음악과 재미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바로 나가수를 만들었던 김영희 피디가 지적했던 '재미'라는 포인트를 불명은 갖고 있는 셈입니다. 한때 나가수의 아류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불명은 어느덧 나름의 포맷을 정비하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불명의 태생이 나가수의 한줄기라는 건 부정할 수 없겠지요, 그럼에도 꾸준히 제도를 보완하며 음악과 재미를 추구하는 모습만큼은 원조이자 형님격인 나가수가 참고할 대목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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