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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on going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



                                                           < 나와 마을, 샤갈 1911년 작 >

대학시절, 강남역 앞엔 '샤갈의 눈내리는 마을'이란 아주 유명한 커피숖이 있었다.
강남쪽에서 미팅이나 약속이 있으면 그곳에서만 해야 할 것같은 느낌이였다.
처음에 그곳에 갔을때 놀란 것은 간판이 너무 작았다는 것이다. 그 작은 간판이 아이러니하게도 커피숖의 유명세를 더해주는 듯 했다.
대학에서 가졌던 첫미팅 장소였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 김춘수 -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정맥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삼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김춘수는 샤갈의 [나와 마을]이란 그림을 보며 위 시를 썼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시론에서 무의미시無意味時란 말을 했다.
상당히 어렵게 설명했지만, 시를 통해 별 의미를 따지기보단 느낌과 이미지를 전달한다는 뜻이지 싶다.

그러고보면 샤갈의 그림에선 눈이 내리지 않는 듯 하면서도 눈이 내리는 듯 하다.
샤갈이 김춘수에게 전달한 이미지인가 보다.
그리고 김춘수의 시는 내게 커피숖의 추억을 일깨운다... 첫미팅에서 내가 일지망으로 적어낸 얘랑 짝 됐었는데...

근데 이제 '샤갈의 눈내리는 마을'은 강남역에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 이젠 '사갈의 눈내렸던 마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