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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유령, 장자연 사건 향한 방송국의 의도된 집념일까

 

 

작년 3월 SBS는 고 장자연씨의 친필 편지가 2년만에 발견됐다며 단독 특종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어서 관련된 소식이 긴급뉴스 속보로 누차 공중파를 탔는데요, 당시 보도분위기는 국가적인 대형사고를 방불케 했습니다. 여론의 반응이 뜨겁자 경찰은 친필 편지에 대한 감정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즉각적이고 적극적으로 편지의 조작의혹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편지봉투의 우편소인이 훼손됐고, 교도소의 우편수발대장에서 해당 이름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등 다소 지엽적인 점을 근거로 제시했었지요. 필적감정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서둘러 대응하는 경찰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3년전 한 연예인의 죽음은 처음엔 단순자살로 결론이 났다가, 성접대의혹 폭로가 있자, 폭로한 사람에 대해서만 집중수사가 이뤄지면서 그녀의 매니저만 구속되는 선에서 흐지부지 마무리되었습니다. 성접대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내렸던 사람들은 무혐의 처리되었지요.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 2년이 지나 SBS가, 구체적인 실명이 거론된 고 장자연씨의 친필 편지를 보도하면서 이 사건은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요,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최종 결론은, 이 편지가 친필이 아니라는 것이었지요. 당시 SBS 보도국은 '언론사의 한계로 국과수의 감정결과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면서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이 사건에 대해 계속 취재를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 사건은 또 다시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져 갔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시점에서, SBS는 두개의 드라마를 연속으로 편성했습니다. 월화극으로는 '추적자'를, 수목극은 '유령'인데요, 추적자를 통해서는 절대권력 앞에서 국가의 공권력이 어떻게 휘둘릴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고발했습니다. 더불어 연예인스폰서의 단면도 살짝 보여줬지요, 그리고 어제 첫방송을 탄 유령은, 한 여자연예인의 의문사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거기엔 성접대 의혹과 성접대리스트가 나왔고, 경찰이 자살로 발표했던 여자연예인의 죽음이 타살로 밝혀지는 등 진실은 위태롭습니다.

 

드라마 유령에선 이 사건의 목격자인 하데스(최다니엘 분)가 범인으로 몰리는데요, 그의 대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소설을 써봐, 그게 기사가 되는거야'

국과수에 의해 거짓으로 결론 난, 고 장자연씨의 가짜(?)편지는 230여쪽에 달했습니다. 이것도 누군가의 소설에 불과했을까요, 드라마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1년을 사이에 두고 한 방송사가 내놓은 뉴스와 드라마에는 어느 만큼의 간극이 있는 걸까요. 이 드라마에 방송국의 의도된 집념이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뉴스는 진실이고 드라마는 농담인 것이 상식일텐데요. 우리가 믿어온 상식이란 것도, 요즘 추격자와 유령이 보여주는 드라마속 현실에선 너무도 무력해 보이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