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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정글의법칙2, 박시은이 보여준 여자의 위로

 

 

 

 

바누아투 가오리섬은 힘겨웠습니다. 벌써 세번째 여행에 나선 김병만족이지만,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볕아래, 맘놓고 먹을 것, 마실 것, 씻을 곳도 없는 오지에서의 생활은 어김없이 사람을 지치게 만들지요. 어느 정도 각오가 돼 있었지만 실제는 또 다른가 봅니다. 가오리섬에서의 삼일째 되던 날, 원년멤버 광희는 돌연 촬영지를 이탈했습니다.

 

시즌2에서는 박시은과 추성훈이 새로이 합류했는데요, 추성훈이야 벌써부터 '야추'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김병만족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고 박시은은 여자임에도 특별한 배려를 바라거나, 힘겨워 투정부리지 않는 강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헌데 이러한 박시은의 똑부러진 모습이 오히려 남자멤버들로 하여금 더욱 배려하고 싶은 마음을 유발시켰나 봅니다. 그녀를 챙기고 배려해주는 남자들의 마음이 훈훈했지요. 그러다보니 결과적으로 막내 광희를 챙기는 손길이 줄어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세번 째 도전에 나서는 동안, 챙겨주는 형들 사이에서 어리광부리기 쉬운 캐릭터였던 광희였는데요, 이제는 세번째 도전이니만큼 형들은 광희보다는 신입이자 여성멤버인 박시은을 더 챙기게 되었지요.

 

광희는 오지에서의 힘든 생활 이상으로 마음이 쓸쓸해 보였습니다. 몸의 고통 이상으로 지치게 하는 건 소외감이지요. 티끌같던 공허함은 열대의 햇볕 아래 우울증마저 유발했을 법했는데요, 더구나 원년멤버인 만큼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할 위치에 섰지만, 여전히 무력한 자신의 현실이 그를 더욱 힘들고 외롭게 한 듯합니다. 그래서 그는 말 수가 적어지고 표정은 어두워졌습니다. 그리고 아침이 밝았을때 그는 사라져 있었지요.

 

광희의 이탈을 접한 멤버들은 충격에 빠졌는데요, 광희의 결심에 대해 저마다 의견을 내놓는 멤버들의 얼굴은 한없이 착잡하고 무거웠습니다. 인생에서 포기는 좋지 않다는 조언부터, 광희의 고민을 이해한다며 존중하자는 의견, 지금 할일이 얼마나 많은데 아무것도 못한채 하루를 또 보내게되었다며 힘든 기색을 내비치는 솔직한 의견도 있었고, 힘들었다면 왜 말하지 않았냐며 서운해하는 마음까지 각자의 반응들이 이어졌지요. 하지만 그들은 광희를 적극적으로 설득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에 따라 담담하게 보내주는 모양새였지요. 감정을 내비치거나 내색하지 않는 것, 그것이 남자들이 보여준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유일한 여자멤버인 박시은은 그들과는 또다른 방식으로 광희를 보냈습니다.

 

박시은이 광희에게 보내준 것은 '공감'이었습니다. 형들은 애써 내비치지 않았던 감정을 표현했지요. 그리고 광희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을 광희로 하여금 느끼게 해줬습니다. 이곳까지 오면서 광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박시은은, 짧은 시간임에도 광희와 공유할 수 있는 기억과 감성을 챙겨둘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그렇기에 그의 하차가 더욱 안타까웠지요. 특히 오랜 시간 홀로 갈등과 고민의 시간을 보낸 동생의 속내를 알아채지 못하고 미리 도움을 주지 못했던 것에 대해 자책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멤버들앞에서 눈물도 흘리지 못한 채 죄인처럼 고개 숙인 광희를 대신하여 아픔의 눈물을 흘려주었습니다. 이해와 공감의 눈물이었지요.

 

외로움과 무력감으로 푹 쳐졌던 광희는 박시은의 눈물 앞에서 카타르시스를 얻은 걸까요, 떠난 줄 알았던 광희가 다시 나타났을때, 그는 처음 모습 그대로 어리광과 애교를 부리는 천진한 막내가 되어 있었습니다.

오지로 떠났기에 이미 각오했지만, 각오를 뛰어넘을만큼 힘든 환경과 마음의 고통 속에서 혼자 애끓던 광희는 박시은이 보여준 공감과 포용 속에서 자기 자신을 온전히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오지에서의 여자멤버라... 많은 이들이 그녀가 왜 필요한 지에 대해 염려가 많았습니다. 짐밖에 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시선이 많았지요. 하지만, 야수르 산 정복에 나섰던 첫 날부터 씻지도 못한채 노숙에 들어갔을때, 뒤척이는 다른 멤버들과 달리, 모자로 얼굴만 가린채, 태연히 잠들었던 박시은은, 어느덧 멤버들의 그들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격려하고 응원해주며 멤버들간 소통의 매개체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광희가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박시은을 보며, 내색은 않았지만 박시은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을 형들의 마음까지 함께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말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주는 것도 물론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광희의 마음을 돌려준 것은 남자들의 방식이 아니었지요. 엄마처럼 누나처럼 푸근히 안아주고 함께 울어주는 것, 마음을 이해하고 쓰다듬어 주는 것, 남자들이 하기 어려운  여자들의 위로 방법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