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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나는가수다2, 박명수와의 불편한 동거를 어찌하나

 

 

                        무안을 주는 MC

 

어제 나는가수다2(이하 나가수)의 경연은 탈락가수가 정해지는 고별전이었습니다. 하위권가수들의 경연이다보니 자칫 분위기가 처지거나 오히려 관객몰이식의 과도한 경쟁이 있지는 않을까 우려됐는데요, 하지만 이날 무대에 나선 가수들은 저마다의 자존심을 걸고 최선의 무대를 선사하며 '나는가수다'의 의미를 되새겨줬습니다.
 
탈락의 위기에 처한 가수들은 득표에 연연하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이전에 보여줬던 자신의 무대와는 다른 변화를 추구했지요. 가수로서 장인정신이 엿보는 대목입니다. 저마다 이전 무대와는 차별화된 모습으로 결과와 당락보다는 과정과 의미를 중시하는 모습이었지요.

그런데 이들 가수들의 열정과 사뭇 조화를 이루지 못한 이가 있습니다. 돌아온 나가수의 MC 박명수지요. 박명수는 시즌1을 잇는 나가수의 원년멤버입니다. 시즌2가 되면서 나가수를 떠나게 된 다른 개그맨들과 달리 메인MC로 돌아왔지요. 그는 가수들의 인터뷰부터 탈락자 발표까지 프로그램의 전반을 이끌어가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는데요, 3회째 이어지고 있는 생방송 나가수2에서 박명수는, 보는 이를 불편하게 하는 개그코드를 일관되게 연출하며 나가수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습니다.

 

 

 

무대 진행을 맡고 있는 이은미는 초보MC임에도 깔끔한 멘트와 능숙한 진행 그리고 마음을 담은 진정성으로 나가수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가수들의 무대가 끝난 직후 이어지는 MC이은미의 짧은 소감에는 동료가수들에 대한 깊은 경의가 담겨있지요. 이렇듯 이은미가 가수들에게 경의를 보낸다면 박명수는 가수들에게 무안을 주고 있습니다. 간간이 가수들에 대해 무리한 질문을 던져놓고 집요하게 대답을 요구하기도 하고 반말을 자주 섞으며 친근감을 유도하지만 이러한 윽박지르기식 개그는 나가수의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무한도전에서야 웃음을 주는 개그방식이겠지만 나가수에는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그의 호통개그는 고요히 마음을 정비하며 무대를 준비하는 가수들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은 물론 가수의 무대를 즐겨야할 시청자들의 마음에도 불안감을 주고 있지요.

 

 

이날 박상민은 특유의 애절한 감성을 한껏 드러내며 1위를 차지했는데요, 이에 박명수는 '왜 평상시엔 이렇게 안했어요'라는 말을 누차 반복했습니다. 개그맨으로서 한번쯤 지나가는 농담으로 건넬 수야 있겠지만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박명수의 애드립은, 박상민의 가수인생 20년을 무색케 만드는 불편함이 숨어 있었습니다. 박상민은 나가수에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필살기만을 보여주기 위해 나온 것은 아닐 것입니다. 가수경력 20년을 넘어 이제는 고참가수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도전하고 변화하는 색다른 무대에 대한 도전에 무안을 주는 박명수의 반복되는 개그 애드립은 배려와 생각이 부족했지요. 지난주 아이돌노래로 도전의식을 불태웠던 박상민의 시도마저 우습게 평가하겠다는 오해마저 불러올만 했습니다. 가수의 무대를 재단하려는 그 섣부린 애드립은 충분히 불편했지요.

적정한 선을 구분하지 못하는 박명수의 애드립은 숱하게 터져나왔습니다. 정인에게 자신의 어머니를 닮았다는 농담도 여러 차례, 정엽의 트레이드마크인 맷돌돌리기 창법을 보여줄 것을 묻고 요구한 것도 수 차례...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멘트의 반복은 식상함과 민망함만을 줄 뿐입니다.

 

 

박명수의 개그코드는, 상황을 비틀고 상대를 압박하여 폭소를 자아내는 방식입니다. 그때문에 오해와 비난도 많았지요. 그럼에도 그는 일관된 개그코드를 지켜왔고 덕분에 이제는 많은 시청자들이 그의 개그를 진지하게 보지 않게 가볍게 웃어 넘기게 됐습니다. 그의 이런 개그코드가 대중의 이해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유재석처럼 그의 무리수를 받쳐주고 챙겨주는 이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나가수에서 박명수는 주거니 받거니가 아닌 홀로 단독진행에 나서고 있습니다. 가수들에게 그의 개그를 받쳐주길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래서 그의 개그는 맞받아져질 대상을 잃고 허공을 헤매면서 무안함과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이날 백두산의 고별무대를 앞두고 박상민은 대선배에게 엎드려 절하며 경의를 표했는데요, 이를 두고 박명수는 오버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생각없이 그냥 툭 던지는 말을 '막말'이라고 합니다. 박명수식 막말을 생방송 체제의 나가수는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분명 나가수에도 예능적인 재미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박명수식 호통개그는 나가수와 박명수 서로에게 불행한 일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