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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김범수, 나는가수다가 진화하는 증거를 보여줘



석달전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의 무대에서 김건모는 립스틱 퍼포먼스를 했다가 빈축을 산적이 있습니다. 무대 직후 김건모는 이런 분위기가 아니구나 싶어 후회했었지요. 그리고 석달여가 흘러 김범수는 자신의 무대에 박명수를 올려 함께 막춤과 쪼쪼댄스를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청중평가단은 물론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지요. 도대체 이 석달여간 나가수에는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요.


혹자는 나가수의 무대를 두고 '신들의 전쟁'이라고도 표현했습니다. 전 이말이 참 불편했는데요, 어찌 되었던 나가수는 언제부터인가 예능을 넘어 경건한 예술의 향연장이 되고 있었지요. 그러다보니, 사람들의 이 위대한 경연장에 사소한 '옥에 티'조차 쉽게 넘어갈수가 없었습니다. 룰은 공평했는지, 편집에 이상은 없는지, 격에 맞지 않는 출연자가 섭외된 것은 아닌지, 나가수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깊어질수록 시청자들의 논란도 커져만 갔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합되지 못하는 일들이 이어졌지요. 임재범의 하차, 옥주현 합류, 관객의 편집 조작설, 룰변경, 재녹화.. 점점 나가수는 피로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더구나 청중평가단의 투표성향에도 일정한 트렌드가 생기면서, 가수들은 생존을 위해 지르는 창법에 점점 더 연연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지요. 이 역시 시청자 입장에선 피로감을 줄 수 있는 요인입니다. 결국 무대 안팎으로 피로현상이 가중되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과 더불어 새로운 흐름도 있었지요. 임재범의 종합예술과도 같은 무대, 힙합을 피처링한 이소라의 도전, 라틴이나 아이리쉬 등 제3세계 음악을 도입한 박정현 등 분명 가수들도 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변화가 있습니다. 주로 원년 멤버들 사이에서 일어난 변화인데요, 바로 경쟁에 대한 팽팽한 긴장감에서의 해방입니다.


김범수는 나가수가 주는 엄청난 중압감을 토로한 바 있습니다. 나가수의 무대가 주는 압박감은 늘 그를 강하게 짓눌러왔었습니다. 그래서 매 경연마다 고민과 걱정으로 무대에 서야했지요. 기존의 얼굴없는 가수, 노래만 잘하는 가수에서 이제는 노래도 잘하는 가수로 입지를 다진 김범수이지만, 그 영광의 빛만큼의 그림자가 그를 따라왔습니다. 늘 탈락에 대한 노심초사 속에 높은 순위를 의식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그런 긴장감과 압박감으로 결실을 맺은 김범수의 무대는 감동의 연속이었지요. 고음을 폭발시키며 1위를 차지했던 '이소라의 제발' 이후, 그의 무대엔 이러한 감동포인트가 꾸준히 도입되곤 했었지요. 하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도 있었습니다. 한달만에 재개된 공연에서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 '그런 이유라는 걸'을 편안하고 잔잔하게 불렀는데요, 그만 꼴찌를 하고 말았습니다. 이때의 좌절 이후 김범수는 긴장 속에 감동포인트를 넣은 대박편곡을 계속 가지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듯한 그의 열성적인 모습은 대중들에게도 크게 어필할 수가 있었지요. 아마도 우리가 지금까지 향유해온 김범수의 무대는 김범수의 긴장과 두려움으로 일궈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항상 지지 않으려 또 더 좋은 무대를 선보이려 일주일간 연습실에 틀어박혀 무대를 다지고, 더 나은 편곡을 위해 편곡자와 고분분투했던 김범수였지요.


그런데 김범수가 달라졌습니다. 한결 가벼워진 것이지요.
이번 '남진의 님과함께'에 임하는 김범수의 모습은, 마치 나가수와 함께 했던 지난 시간들을  돌려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자신이 꿈꿔오던 스타일의 파격적인 무대를 기획했으며, 그동안 나가수를 함께 했던 매니저와 편곡자를 무대로 불러들여 소개하기도 했지요. 또 사전인터뷰에서도 그동안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무대를 갖고 싶다고 누차 강조했지요. 지금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김범수는 나가수 덕분에 엄청난 관심과 사랑을 경험했다며 가슴 벅찬 소회를 밝힌 적이 있었는데요, 나가수에 합류한 첫인터뷰에서 '가수는 얼굴이 아닌 노래로 말하는 사람'이라며 그동안 잘생기지 못해 받아왔던 설움을 은연중에 내비쳤던 김범수는 이제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를 완전히 떨쳐낸 모습입니다.


타고난 음색에 치열한 노력까지 더해진 김범수는 이제 내적인 매력이 더해져, 외모까지도 멋있어 보이는 경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대중들은 이제 김범수를 얼굴없는 가수로 기억하지 않습니다. 나가수의 비주얼 담당, 그리고 노래까지 잘하는 가수 김범수로 그를 지지해주고 있지요. 그리고 이렇게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자란 김범수는 이제는 그 사랑을 대중에게 돌려주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나가수를 통해 영광을 누릴만큼 누렸으니 이젠 탈락도 더이상 두렵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멋지고 아름다운 퇴장을 예비하고 싶은 마음일 것입니다. 자신만의 개성으로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던 이소라처럼 말입니다. 일전에 나가수의 제작진은, 기존 멤버들은 인기때문에 탈락하지 않을 것 같고, 신입멤버들만 계속 떨어지면 나가수가 경직되지는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윤도현, 박정현, 김범수는 한결같이 순위에서 자유로워 보입니다. 이들은 이소라처럼 자신들이 하고 싶은 무대를 보여주고픈 마음뿐일 듯합니다. 대중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이들은, 이제 그 사랑을 자신들의 무대에 담아 펼쳐보일 일만 남았겠지요. 이는 스스로 즐길 수 있을때 가능한 일이겠지요. 이번에 김범수가 보여줬듯이 말입니다. 바로 나가수가 진화하는 증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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