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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나는가수다 장혜진, 중년의 우아함이 빛나는 강렬한 매력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에 장혜진과 조관우가 합류했습니다. 이들의 출연이 이목을 끄는 것은, 시대를 풍미할만한 히트곡을 가지고 있음에도 방송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희소성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여전히 나가수를 보게 되나 봅니다.

나가수가 주는 다양한 볼거리 중 하나는, 이들의 무대 이면에 감춰진 그들의 진짜 속내와 고뇌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수들의 진솔한 인터뷰 그리고 대기실에서 가수들이 보여주는 솔직담백한 풍경을 통해, 이들의 무대 뒷모습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선사하는 무대의 감동에 대한 더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는 것이겠지요. 가수로서뿐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만날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첫 출연만으로도 이러한 인간적인 매력을 한껏 풍긴 이가 있으니 바로 장혜진입니다.

스스로 지금까지 신비주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는 장혜진은 이번 나가수출연이 하나의 도전이라고 했지요.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도전정신을 키우라'고 말해왔다는 그녀가 비로소 스스로 도전정신을 발휘한 셈입니다. 숱한 히트곡을 남긴 이십년차 가수답지 않게, 그다지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고, 노래 이외에는 예능 출연 또한 한 적이 없으며, 공중파 음악방송에서조차 그 모습을 찾기 어려웠던 가수입니다. 이런 그녀에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요, 막상 나가수에서 만나본 장혜진은 굉장히 자연스럽고 솔직한 모습이었습니다. 44살이라는 중년의 나이, 가릴 건 가리고 숨길 건 숨기는 여자의 나이가 된 장혜진은 오히려 소탈하고 아름다웠지요. 매니저 지상렬과 조근 조근 나누는 대화, 제작진과의 사전인터뷰 등에서 느껴지는 기품과 우아함이 장혜진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더군요. 그윽하고 깊은 눈빛, 하지만 생동감 있는 표정, 그래서 품격이 느껴지는 풍모를 갖춘 장혜진은 때론 귀엽기까지한 매력이 돋보였습니다. 자신의 예상 순위를 묻는 제작진에게 1등을 하고 싶다며 '저, 1등 하면 안되나요'라며 이마를 살짝 훔치는 모습에선 가볍지 않은 기품과 나이답지 않은 귀여움이 공존했지요. 가만히 아무 말않고 있으면 조금은 도도해보이고 차가울 것 같은 인상의 그녀지만, 막상 주변 사람앞에선 말 한마디 한마디에 따뜻함과 여성스러움이 담겨 있었습니다. 미모가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내면에 담고 있는 품격이 외모까지 빛나게 해주는 중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사람이었지요.

그리고 무대에선 풍부한 감성을 발산하며  이십년의 연륜이 묻어나는 깊이를 보여줬습니다. 그녀의 가창력이야 이미 숱한 히트곡들로 정평이 나있었지요. 키작은 하늘, 꿈의 대화, 1994년 어느 늦은 밤...그녀의 노래를 들으면, 시원하게 터트리는 가창력 못지 않게 끊어질 듯 이어지는 감정의 절제로 긴 여운을 남겨주곤 했습니다. 이날 '슬픈 인연'에서도 그녀의 이런 절제미가 드러났습니다. 자문위원이 말했듯 팔색조의 매력을 가진 그녀는 노래 한 곡안에서도 감정의 흐름을 다양하게 흘러보내는 모습이었습니다. 감정을 마구 흘려보내다가도  금세 감성을 수습하는 절제의 묘미가 있었지요.노래의 깊이와 완숙미라는 것이 가슴깊이 와닿는 무대였습니다. 노래의 기교와 스킬에 빼어난 가수는 많이 있습니다. 고음 올려줄 때 올려주고 바이브레이션 넣어주고... 하지만 노래에 깊이를 담아 여운을 주기란 쉽지 않습니다. 노래를 통해 구현해내는 감정이 관객들에게 온전히 이입해주려면, 노래 속에 담겨진 삶을 살아본 생의 경험이 요구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전 무한도전에 출연한 이적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생에 대한 꿈을 노래한 '거위의 꿈'을 이십대초반의 자신이 불렀을때는 큰 반향을 얻지 못했지만, 인생의 질곡을 충분히 겪은 나이를 넘어선 인순이가 리메이크 했을때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다고... '슬픈인연'을 부르는 장혜진의 목소리에도 20년 가수인생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녀 자신은 너무 긴장했다지만, 어쩔수 없이 드러나는 깊이겠지요.

녹화장에 도착해서도, 리허설 무대에서도 전혀 긴장이 되지 않자, '내가 이상한 건가' 의심했다던 장혜진은 막상 본무대에 섰을때, 엄청난 긴장을 했다고 합니다. 5백명 청중의 침묵 앞에서 심장이 콩콩콩콩 요동쳤습니다. 이렇게 집중된 무대에 서 본 경험이 없었다던 그녀는, 자신에게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라며 설레어 했습니다. 이런 경험 오래도록 하고 싶다고..

너무 떨렸었다는 말조차 차분하게 말했던 장혜진인데요, 그녀는 김범수의 무대에 깜짝 놀랬다고 했습니다. 이에 김범수가, 가수가 칭친해주면 실제 순위는 낮게 나온다며 불안해하자, 진지한 표정으로 손을 가로 저으며 '아니, 별로였어요'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좌중은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지요. 편안하고 차분하면서도 센스가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만약 꼴찌를 하게 된다면 이를 갈게 되겠지요?'라며 환하게 웃었던 그녀는 결국 5위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밝게 웃으며 다음 경연을 기약하는 모습이었지요. 풍부한 감성이 있지만, 솔직 담백한 그녀의 모습에선 편안한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무대에 대한 예민함으로 스스로를 소모시키지 않을 것 같은 스타일이지요. 그녀를 나가수에서 오래도록 만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이유입니다. 첫무대이니만큼 가장 장혜진다운 노래를 준비했었다는 그녀, 다음엔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도전에 나설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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