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무한도전에서는 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를 위한 음악작업 제2탄, '자기음악 중심'편이 전파를 탔습니다. 무도멤버들과 뮤지션이 서로의 시간과 감정을 공유하며 한발 한발 맞추어 나가고 있는 과정이 재미를 더해줬는데요, 함께 음악작업을 하며, 뮤지션들의 음악적 감수성도 느낄 수 있었고, 음악인과 예능인이 서로에게 맞춰가는 과정에서 티격태격하는 재미도 쏠쏠했지요. 그런데 예능과 음악성 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팀은 역시 정재형-정형돈 커플이었습니다.
커플이라는 말이 너무도 잘어울리는 정형돈과 정재형 커플, 마치 연인을 보는 듯 티격태격 밀고당기기를 구사하며 재미를 주고 있지요. 정형돈은 개그맨답지 않게 낯을 많이 가리는 편입니다. 누군가와 익숙해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지요. 요즘 개그로 빵빵터지는 미존개오지만 낯선 사람 앞에서는 여전히 어색하지요. 그런 정형돈이지만 정재형과 팀을 이루니 개그맨과 음악인의 만남이 아니라 개그 듀오를 보는 듯 합니다. 서로 바라보는 눈길만봐도 웃음을 폭발시키고 있는 커플이지요. 그 근간에는 섬세하면서도 시크한 정재형의 존재감이 있습니다. 섬세하게 반응을 하는 듯하면서도 대충 무시하기도 하고, 시크하게 토라지다가도 허허 웃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하고... 이들이 펼치는 밀고 당기기 속에서 리얼버라이어티의 빅재미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재형이 이렇게 주목받을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 아닐까합니다. 지난주 방영분에선 유재석을 놀래키려고 차안에서 30분을 기다리더니, 음악을 위해선, 다음 앨범 타이틀곡으로 준비해 뒀던 곡을 선보일 정도로 투지를 불태우고 있지요.
특히 음악에 있어 자신만의 고집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지요. 지난주에 정형돈과 합의했던 노래를 확 바꿔버리자, 정형돈은 망연자실하는데요, 이에 마구 불만을 표출하는 정형돈에게 전혀 밀리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음악세계를 고수하는 정재형의 고집에선 예술가적인 면모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정형돈에게 다소 미안해하면서도 자기 뜻을 결코 꺾지 않는 밀당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미 합의했던 노래에 대한 작사까지 해온 정형돈에게 미안해하며 양보할 듯 하다가도 '곡 안바꾸기로 했잖아'하며 정형돈이 분통을 터트리면 '내가 언제?'하며 시크한 미소를 날려주고 그러다가도 무대에 대한 확신을 이야기하며 오케스트라 연주 그리고 국내 유일의 반도네온연주가까지 섭외하겠다며 은근슬쩍 분위기를 몰아가지요. 정형돈의 작은 말 한마디에도 섬세한 리액션을 보이며 삐치다가도, 용납하기 어려울 것 같은 과도한 요구에는 쉬이 넘어가주는 의외의 모습도 보여줍니다. 특히 그의 리액션에는 변화무쌍한 표정변화가 압권이지요. 이렇듯 섬세하면서도 예측불가한 리액션을 보여주는 정재형 덕분에 정형돈도 쉬지 않고 마구 개그를 날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무한도전에서는 정재형의 천재성이 음악을 넘어 개그로 전이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음악에 있어 자기고집이 강한 전문가적인 포스를 뿜어내다가도, 가볍고 헐렁하게 웃기기도 하지요.
무대의상을 놓고 정형돈과 상의하다가 투우사 콘셉트가 나오자, 정형돈은 정재형에게 '소'처럼 분장하느게 어떠냐고 제안합니다. 그러자 정재형은 진지하게 '그럴까? 안그래도 그럴까 생각했어'라는 반응을 보이는데요, 그의 표정에는 진담인지 농담인지 헷갈리게 하는 모호함이 있습니다. 정재형의 구멍숭숭 뚫린 셔츠에선 파리지앵의 감각이 녹아있는 것도 같았는데요, 이를 두고 정형돈이 '화요일날 자기 집으로 오라고, 우리동네 헌옷 내놓는 날이니까..라는 말에는 별다른 설명없이 '예쁜' 웃음을 짓고 말기도 합니다. 새침하게 삐칠때와는 사뭇 다른 표정이지요. 엉뚱한 의견에는 진지하게 반응하고, 진지한 말에는 엉뚱한 답변을 하는 의외성이 그의 묘한 매력인듯 합니다.
유재석-이적 커플의 음악작업을 방해하러 나섰을때, 정형돈이 이적의 음악노트를 가로채 달아나지요. 이내 정형돈은 쫓아오는 유재석을 피해, 음악노트를 정재형에게 던졌는데요, 이를 받아 달아나던 정재형이 다시 정형돈에게 패스를 한다고 던졌는데 하필 자신의 스카프(목도리)에 걸려서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버리지요. 예능인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의도치 않은 몸개그의 향연이었지요. 개그로 흥하려니 초현실적인 몸개그까지 작렬했던 순간입니다. 왠지 개그천재로 등극하려는 조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형돈이 몸서리치며 거부했지만 결국 이들 커플은 탱고풍의 어둡고 무거운 음악으로 최종무대에 섰다고 합니다. 왠지 무한도전과는 어울릴것 같지 않은 어두운 분위기의 노래는, 바로 특이하고 새롭기에 가장 무한도전답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로 정재형의 캐릭터와도 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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