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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7급공무원, 조국보다 무섭고 사랑보다 엉뚱한 것은..

 

 

 

 

여기 삶의 순간이 녹록치 않은 세 남녀가 있다.
유년시절의 꿈을 좇느라 여자에 별 관심도 없다가 처음으로 한 여자를 좋아하게 됐고, 그래서 그녀에게 거침없이 다가갔건만 그 여자가 자신의 사무실을 뒤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더군다나 이 남자 한길로(주원)는 아버지가 칼부림을 당하는 사고를 막 겪었던 차다, 사고를 당한 아버지는 걱정하는 아들에게 집에게나 가라고 호통을 쳤고, 어린 시절부터 무심했던 아버지의 새삼스런 모습에 속상한 마음을 가눌 길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의 비밀을 알게 된 한길로의 상심은 더 할 수밖에..  진심이 모욕당한 한길로는 그래서 불같이 흥분해서 그 여자의 집으로 찾아갔는데..

 

 

어쩌다보니 자신의 꿈도 포기한 채 생업전선에 뛰어든 여자가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방송국 취업을 위해 숨 가쁜 나날을 보냈으나 방송국 입사시험과 유형이 비슷한 국정원에 덜컥 합격해 버린 여자, 처음엔 입사할 생각이 없었으나 국정원에 합격한 딸을 너무도 자랑스러워하는 부모님 탓에 그대로 눌러 앉게 되었다. 생전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해본 이 여자 김서원(최강희)은 이곳에서 차츰 한 남자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헌데 국가는 그녀에게 부여한 임무를 이 남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마음을 사로잡으라는 것이었다. 첫 인연부터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만 했던 김서원은 한길로를 계속 속여야만 하는 현실이 속상했다. 헌데 이 남자는 이제야 그녀의 삶을 이해하게 됐다며 그동안 의심해서 미안하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김서원은 또 다시 이 남자를 밀어내야 한다고 다짐하던 차다. 헌데 자신의 정체를 뒤늦게 알게 된 한길로가 분노의 눈길을 한 채 자신의 집을 찾아오는데..

 

 

오직 국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바치겠노라 맹세한 남자가 있다. 유엔평화유지군으로 파병된 현장에서 테러리스트 소녀에게 인정을 베풀었다가 동료와 양민이 죽어나가고 자신도 총에 맞아야 했던 상처를 안고 국정원에 들어온 공도하(황찬성). 다시 국가만을 바라보기로 맹세했건만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김서원에게 끌리고 있다. 그래서 한길로에게 접근해야 하는 김서원의 임무이 영 불편했다. 이런 와중에 자신의 다른 동료가 죽음의 위기에 처하는 경험을 했고, 불안해진 공도하는 규정을 어긴 채 자신의 총을 김서원에게 건네준다. 늘 절도 있고 균형 잡힌 천상 군인, 공도하가 한 여자 때문에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었다. 헌데 이 김서원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남자가 느닷없이 찾아왔고, 자신은 장롱에 숨어야만했다. 이 비참한 현실에서 공도하는 기진맥진하는데..

 

 

이렇듯 세 남녀는 긴장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비장할 법도 하다. 하지만 다음 장면은 세 남녀의 머리끄덩이가 사정없이 잡히는 장면이다.
정체가 뭐냐고 다그치던 한길로와 숨어있는 공도하를 감추려던 김서원이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침대에 엉켰고, 이 현장이, 막 집을 찾아온 김서원의 부모님에게 노출되고 말았다. 김서원 아버지가 사정없이 한길로의 머리채를 잡아채는 과정에서 위태롭게 숨어있던 공도하가 장롱에서 떨어져버렸고, 이에 황당한 아비는 두 남자의 머리끄덩이를 양쪽으로 잡고 흔들어댔다. 어미는 딸의 충격적인 사생활에 경악해서 딸의 머리채를 잡아채는데...

 

조국, 첩보원, 잇단 죽음, 칼부림, 인질극, 배신, 거짓말... 헌데 이들 7급 공무원들의 이야기에는 전혀 엉뚱한 반전이 있다. 녹록치 않은 삶의 순간을 겪고 있는 이들 세 남녀는 전혀 다른 종류의 녹록치 않은 도전, 바로 불륜과 난잡한 사생활이라는 오해 속에서 빵터지는 웃음을 줬다. 역시 딱딱하지 않아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