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2013.02.22 07:00

 

 

이 드라마는 마치 화보집을 보는 것같은 영상미를 줍니다. 감탄을 자아내는 두 주연의 비주얼 못지 않게 이들이 머무는 장소에도 시선을 떼기 어렵지요, 강가에 드리워진 나무, 해변을 비추는 석양, 두 사람의 발자국이 선명한 눈밭까지..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에서 오가는 두 남녀의 미묘한 감성은 극의 몰입을 더욱 깊게 만들어 줍니다.
 
엄마와 오빠를 향한 그리움으로 과거의 기억 속에 살고 있는 오영(송혜교)은 오수(조인성)를 통해 생생히 되살아나는 추억 덕분에 다시금 어린 시절의 그 모습 그대로 환하게 웃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오영을 속여서 거액의 돈을 뜯어내야 하는 오수는 이런 오영의 미소가 영 불편합니다. 사기를 치기 위해 오빠 행세를 하고 있지만, 자신에게서 진짜 오빠를 느끼며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오영 앞에서 어느새 진짜(?)오빠가 되어 가고 있었지요.

 

 

오영의 추억 속 솜사탕을 나누고 함께 했던 강가를 거닐며 추억을 공유하더니, 오빠에게 뺨을 맞는 것조차 오영에겐 아련한 추억의 되새김이 되었습니다. 엄마와의 추억을 헤매며 강속으로 빨려들듯 걸어들어간 오영을 간신히 구해내고는 그녀의 황당한 돌출행동에 흥분해서 그녀의 뺨을 때렸건만 그 손길에서 오영은 십수년의 추억을 결정적으로 체감했습니다. 그래서 오영은 추억 속 환한 미소를 지닌 소녀로 돌아갈 수 있었지요. 허물없이 걱정없이 순수하게 미소 짓는 그 얼굴에선 실명의 절망감, 죽음을 안고 사는 허무함, 가짜 오빠일지 모르는 불신이 모두 허물어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오누이가 되어 바다여행을 떠나게 되지요. 해보고 싶은 게 많은 영이는 오빠와 오토바이도 타고, 함께 소주를 마시며 도란 도란 얘기도 나누며 오누이의 정을 나눕니다.
늦은 밤 오영은 오빠 오수와 함께 눕길 원하는데요, 난처해진 오수는 한사코 만류해보지만, 오영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습니다. '너 남자야? 오빠잖아, 시각장애인은 만지지 않고는 아무것도 알 수 없어, 니가 떠나면 널 만져본 그 느낌이 내게 남는 거야' 그 말에 두 말없이 누운 오수를 오영은 손으로 키를 재고 손발을 만지며 오빠로서 느끼게 되지요. 또 엄마를 떠올리며 팔베개를 해달라 합니다.

 

그런 오영을 앞에 두고 오수는 이제 나의 진심을 믿으라고 말하지만 이 말을 하는 오수의 눈빛은 불안하기 그지 않았습니다. 불안하게 떨리는 눈과 긴장된 목소리로 거짓을 말하는 오수와 그런 오수의 가슴에 코를 묻고 고요히 눈을 감은 평온한 오영의 얼굴이 큰 대비를 이루었지요.
그 평온한 얼굴을 보며 오수는 살짝 오영의 손등을 어루만집니다. 보이지 않아 만지면서 기억하려는 오영의 절절한 마음에 대해, 오수가 전할 수 있는 건 이렇듯 소심한 '착한 손'일수 밖에 없었습니다.

 


언뜻 불편하게 비쳐질 수 있는, 오누이가 함께 눕는다는 설정은 이렇듯 두 배우의 호연과 이들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잡아낸 연출 덕분에 오히려 깊은 몰입과 공감을 자아냈습니다.

이렇게 두 사람은 추억을 매개로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섰지만 두 사람 앞에 놓인 현실은 냉혹할뿐이었습니다.
어제 드라마의 말미에선 오수가 사랑했던 여자 문희주는 어떻게 죽었는지, 조무철(김태우)과는 왜 척을 질 수 밖에 없는지가 그려졌는데요, 문희주의 기일에 그녀를 추억하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 조우하게 된 조무철과 오수는 십년의 원한을 두고 주먹 다짐을 했습니다.


열아홉 나이에 오수를 사랑하고 그의 아이를 가진 문희주, 그녀를 사랑하지만 멀리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조무철, 오수의 아이를 가져 뛸 듯이 기뻐하던 문희주와 달리 이 세상에 자신과 같은 아이를 내놓을 수 없다던 오수는 그녀를 내동댕이치고 도망치는데요, 오토바이를 타고 오수를 쫓아가던 문희주는 사고로 죽게 되지요. 생애 처음 사랑했고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여자라는 문희주의 죽음을 코 앞에서 지켜봤던 조무철은 그래서 오수와 세상을 증오하게 됐습니다. 그 당시엔 너무 어렸다던 오수의 변명을 비웃는 조무철 앞에서 오수는 가슴을 후벼파는 고통을 느끼지요.
 


돈때문에 오영에게 접근했지만, 오영의 순수한 영혼을 느낄 때마다 느껴지는 혼란스러움과 문희주를 보낸 후 지금까지도 떠안고 살아온 상실감 속에서 오수는 오영에 대한 마음을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합니다. 이제 진짜 오빠라 믿게 된 오영이지만, 밝혀질 수 밖에 없는 진실앞에 그녀의 변화도 지켜 볼일이지요.


Posted by 비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