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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직장의신, 통쾌한 미스김의 반전 약점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경직된 승자 독식의 세상에서 '갑' 앞에서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는 '을'의 자조섞인 심정을 대변해주는 말이지요. 계약직이기에, 납품업자이기에, 아쉬운 입장이기에, 상식이 무시당하는 상황에서도 스스로 억울함을 삼킨채 '갑'의 입맛에 맞춰주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을'의 한이 서린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갑'에게 유린당하는 '을'의 모습에 익숙하지요. 그것이 상식이 돼버린지 오래입니다. 헌데 미스김이 나타났습니다. 정규직들 앞에서 근엄하게 훈계하는 부장을 향해 마댓자루를 휘둘러 부장을 폴짝뛰며 물러서게 하고, 계약직 앞에서 저질댄스를 추며 성희롱을 하는 팀장의 가랑이를 향해 스테플러를 꽝꽝 내리찍어 하반신 경직을 유발시켰으며, 회식자리를 강요하는 직장문화에 콧방귀를 날려줄때, '갑'의 횡포에 시달리던 '을'은 카타르시스를 느낄수 밖에 없습니다.
일방적으로 당하는 '을'이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는 세상, 반전이 있고 통쾌함이 있기에 미스김을 지켜보는 것이 즐겁습니다.

 


자발적 계약직 미스김은 무얼하든 우월합니다. 흔히, 정규직을 꿈꾸지만 이루지 못했기에, 그리고 그 자리를 동경하기에 약자일 수 밖에 없는 계약직의 현실과 달리, 미스김은 스스로 원해서 계약직을 선택했고, 스스로 계약직이라는 사실에 아무런 유감이 없습니다. 오히려 계약직을 무시하는 장규직(오지호)을 향해 시종일관 통쾌한 어퍼컷을 날릴 수 있는 배포와 그에 걸맞는 능력까지 겸비하고 있지요.

 

 

커피 한잔을 타도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고, 고장난 의자수리에서 단순한 이면지 만드는 작업에도 스스로의 철학을 가지고 성실히 임합니다. 필요하면 포크레인을 끌고 오기도 하고 대형마트의 특대 이벤트를 능숙하게 진행하기도 하며, 회의에서 나온 안건을 곧바로 브리핑할 정도의 신속한 정보처리 능력도 갖춘 팔방미인입니다.

첫 만남부터 악연이었던 장규직과 미스김은 사무실에서 시종일관 으르렁거리는데요, 실상은 혼자만 핏대를 세우는 장규직을 미스김이 무시하고 있는 셈입니다.

 

함께 꿈을 나누며 일하는 일터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 장규직은, 그래서 일생토록 더불어 함께 할 수 없는 임시 계약직은 철저하게 무시하고 차별합니다. 하지만 이런 장규직도 이제는 계약직을 조금씩 동료로서 인정하게 되는데요, 바로 자발적 비정규직 미스김 덕분입니다.

 

 

대게의 달인 김병만선생을 모시고 벌이기로한 마케팅 이벤트가 업계의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진행됐지만, 갑작스런 사고로 취소될 위기에 놓이지요. 이벤트를 기획하며 의기양양했던 장규직은 사직서를 쓰며 좌절하는데요, 돌연 나타난 달인의 제자 미스김이 이벤트를 성공리에 수행해냅니다. 아줌마들을 쥐락펴락하는 입담과 신기에 가까운 솜씨로, 위기에서 자신을 구해준 미스김으로 덕분에 장규직은 또 다른 세상을 엿보게 되지요. 3개월이면 떠날 계약직이기에 이름조차 부르지 않는다는 장규직이 비정규직 정주리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넸고 미스김을 찾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직 정규직하고만 꿈을 나누겠다던 그의 이상이 결국 인간에 대한 오만이었음을 깨달은 걸까요..

 

미스김을 보고 있노라면 통쾌합니다. 약자이기에 수그릴 수 밖에 없는 패자의 모습이 미스김에겐 없습니다. 사람을 신분과 입장으로 차별하는 세상을 특유의 썩은(?) 미소로 조롱하는 당당한 미스김의 존재는, 실상 세상이 그렇지 못하더라도 유쾌한 카타르시스를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스김에게도 약점이 있습니다. 우정을 원치 않기에 이름조차 불리우고 싶지 않다는 그녀에겐 안타까운 사고의 기억이 남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 어떤 우정도 허락하지 않는 닫힌 마음, 그녀의 상처는 또 어떤 반전을 줄지 자꾸만 미스김에게 몰입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