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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직장의신, 김혜수의 코믹연기가 치명적인 이유

 

 

 

 

자발적 비정규직 미스김(김혜수)이 반드시 지키는 것이 두가지 있습니다. 시간외수당과 점심시간. 12시와 6시의 신성한 의미를 존중하는 미스김의 표정은 경건해보이기까지 합니다. 회의를 하다가도,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가도 거룩한 시간이 오면 그녀의 일상은 멈춥니다.


고로 그녀에겐 회식도 없습니다. 퇴근시간이후 직장사람 얼굴 보는 건 폭력이라는 미스김의 신념을 꺽을 방법은 단 하나, 시간외 수당 뿐입니다. 시간외 수당을 받고 회식에 참여한 미스김은 회식을 즐기는 대신 회식을 업무로서 수행하지요.
고기 자르기, 소맥말기에 화려한 탬버린 스킬까지.. 회식자리에서 조차 최적화된 스킬을 구사하며 회식자리를 휩쓸었습니다.

 


무표정으로 고고히 앉아 있다가도 현란한 손기술로 고기를 먹기좋게 잘라놓고, 부장의 잔은 마다하는 대신 환상의 소맥말기 실력으로 회식자리의 분위기를 후끈 달궜지요. 노래방 탬버린이 특히 압권이었습니다. 직원들이 신나게 춤을 추며 노래하는 가운데 한쪽 구석에서 무표정으로 절도있게 탬버린 스킬을 구사하던 미스김은, 부장이 마스크를 잡자 초절정 탬버린 댄스를 펼쳐보입니다. 무대의 주인이었던 부장조차 미스김의 탬버린 워크에 압도당할 지경이었습니다. 무릎치기 어깨치기 흔들어대기에 이어, 장규직이 견제 들어오자, 장규직을 철저히 무시하며 자신의 페이스를 절정으로 끌어올리지요. 로봇을 연상시킬 정도로 절도 있게 각이 잡힌 몸짓과 이런 몸개그를 소화하는 특유의 무표정까지..

미스김의 탬버린에 도전했던 장규직은 끝내 어깨에 쥐가 나며 좌절하고 말았습니다.

 

 

다소 황당한 스토리와 오버스러운 캐릭터가 난무하는 직장의 신이 어색함 대신 박장대소를 끌어낼 수 있는 이유는, 미스김을 연기하는 김혜수의 무표정에 있습니다. 아무리 민망한 상황이라도 아무리 오버스러운 설정이라도 김혜수 스스로가 모조리 감당해내고 있습니다. 바로 그 무표정으로 말입니다. 그녀의 무표정에서 일말의 민망함이 비춰지는 순간 캐릭터는 영 어색해지고 오버스러워질수 밖에 없건만 김혜수는 뻔뻔하리만치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소화해 내고 있습니다.

 

 

미스김은 직장에선 거의 표정이 없습니다. 간혹 장규직의 찌질한 도전을 썩은 미소로 응징해주는 외에는 말입니다. 우정을 거부하는 그녀로서는 직장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자 합니다. 철 지난 망사머리핀으로 묶은 머리에 검정색 정장을 갖춰입고 늘 정형화된 모습으로 출근하는 미스김은 자신의 이름을 주변에 드러내지 않는 것처럼 늘 주위사람에게 거리를 두고 있지요. 어떡하든 줄을 서서 정규직이 되고 싶어하는 정주리(정유미)의 미소에 안타까운 감정을 드러내지만 정주리 앞에도 예의 냉냉한 무표정으로 상대할 뿐입니다.

 

헌데 어제 방송에선 미스김의 싱그러운 미소를 볼 수 있었습니다. 장규직과의 내기에서 패배한 미스김은 퇴근후 이례적으로 장규직을 따라 회사앞 공원에 자리하게 되는데요, 패배의 대가인 딱밤을 맞기 위해서였지요. 딱밤을 때리려는 장규직이 눈을 부라리며 소리칩니다. '눈 감아 맞추치기도 싫으니까' '저도 보고 있기 역겹습니다만..'

 

헌데 딱밤을 치려던 장규직의 손 위로 벚꽃이 흩날렸습니다. 열등감과 분노로 미칠지경이었던 장규직은 당황한 얼굴로 하늘을 쳐다봤고 그의 시선은 이내 봄의 선물로 가득한 벚꽃 비에 빠져들었지요. 그가 미스김에게로 시선을 돌렸을때, 벚꽃보다 싱그러운 미스김의 미소가 들어왔지요. 봄꽃에 취해, 미스김의 미소에 취해 장규직은 딱밤을 쥔 손 그대로 미스김에게 빨려들어갈 듯 입맞춤을 하는데요, 증오하리만치 미스김을 적대했던 장규직은 자신의 또다른 감정의 실체를 느끼게 됩니다. 증오와 애정은 관심으로 통한다는 말은 이 순간에도 유효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