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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예능&오락

<오늘을 즐겨라> "예능초보들의 반란"은 없었다.



신현준과 정준호의 말장난은 재밌습니다. 예전에 그들이 함께 나왔던 토크쇼에서 보여준 중년 남자 배우들의 개구쟁이 같은 아웅다웅,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무게만 잡는 배우가 아니기에 진솔하고 신선했습니다.
매해 거듭되는 영화제에서 사회자 정준호가 신현준에게 하는 말장난은 항상 심하지 않았나 하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무거운 영화제 분위기를 띄워주는 코믹한 역할도 해주었지요.
개인적으로 이들의 스스럼 없는 우정과 신뢰에 호감이 갔습니다.



역시나 <오즐>에서도 이들의 어린 아이처럼 꾸미지 않은, 순수한 말장난이 재미있었습니다. 공익을 내세웠던 "단비"가 종영한 후 편성된 <오늘을 즐겨라>는 예능인들이 아닌 배우 삼인방이 나온다고 하여 화제를 불러왔었죠.
지난주 첫방송에서는 출연자들의 만남이 이루어졌고, 서로 친하지만 헐뜯기도 잘하는 "정말 친한 거 맞는지"싶게 서로의 숨기고 싶은 비밀조차도 개그 소재로 활용하는 모습에, 다른 출연자들이 그들에게 선뜻 다가갈 수 있게 친숙함을 만들어주는 역할이 돋보였습니다.
구설수에 많이 오르내리는 신현준 얘기도, 자리자랑 많이 하는 정준호의 얘기도, 보는 내내 깔깔깔 웃게 만드는 개그 요소로 잘 자리를 잡는 듯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주 <오즐>을 재밌게 보면서도 든 생각은, "매주 이러면 좀 지겹겠다." 였습니다. 이들의 말장난만으로 이 예능을 이끌어 가기에는, 시청자들의 예능에 대한 눈높이가 많이 높아졌지요. 역시 다른 재미 요소가 필요하리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주에 이은 두번째 오늘을 즐겨라 이야기. 도시팀과 시골팀으로 나누어 <오늘을 즐겨라>에 실을 수 있는 재미있는 하루 보내기의 과제를 받아 떠나게 되었습니다.

어색함이 감도는 소개팅자리

정형돈, 서지석, 승리로 이루어진 동생들로 이루어진 도시팀의 과제는 "승리의 여자친구 만들기"입니다. 이를 위해 여대로 자리를 옮기는 것 까진 좋았는데, 그 다음부터는 좀 지루했습니다. 거리에 나서서 좀더 적극적으로 찾아봤으면 좋았을 텐데, 도넛전문점에 앉아서 의논을 하는 데에만 너무 치중한 듯 했습니다. 이어 서지석이 거리헌팅에 나서서 찾아온 분은 하필이면 또 외국인이었습니다.
빅뱅을 알고 있다고는 하나, 승리를 모르는 듯한 외국인 여학생. 만났을 때부터 "I can't speak korean."을 외친 그녀를 섭외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어에 익숙치 않은 세 멈버는 어색한 시간만을 보내게 되었고, 뜬금없는 팬미팅자리로 변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차라리 여대앞을 거닐며 쇼핑도 하고, 길거리 구경도 하면서 친숙하게 얘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았을 것 같은데 말이지요.




계획없는 설정

신현준, 정준호, 공형진 그리고 41살 막내 김현철로 이루어진 시골팀. 시골에서 나고 자랐다는 정준호의 시골사랑과 군악대 이야기가 즐거웠습니다다. 하지만, 하차한 후에 벌어진 상황은 너무나 계획없는 설정으로 보였다. 날은 덥고, 햇볕은 뜨겁고, 갈길은 멀고..그래서 저수지를 가기 위해 걸어가는 동안 히치하이킹을 하기로 한 그들. 다가오는 차량에 탑승했지만, 스텝들이 남겨지는 불상사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5인승 차량에 뒷자리에 4명이 꾸역꾸역 타는 것도 보기 않좋았어요. 5인승차량에는 6명이 타면 안되는 건데, 방송에서 버젓이 타는 모습이 나왔으니...자막에서 알려줬든 "예능초보"들이라 너무 앞뒤 생각을 못한 듯 합니다. 남겨진 스텝들의 황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겁니다.



 

눈쌀찌푸리게 하는 늦깍이 막내 부려먹기

처음 팀을 배분할 때에도 김현철씨가 시골팀으로 가길 꺼려했지요. 도시팀에 가면 맏형인데, 시골팀으로 가면 막내가 된다는게 그 이유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친하디 친한 배우 삼인방사이에 끼기에도 어색함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막내만 부려먹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시골팀에 합류하지만, 여러 난관을 만나게 됩니다.
나뭇잎 뜯기에서 반칙한 걸로 모든 짐을 들게 된 것까지는 좋은데, 내내 홀가분한 삼인방에 비해 날도 더운데 가방에 자켓에 다 들고 가는게 너무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매점에서 낚싯대를 사러 갔다 올 사람 뽑는 내기에서도 가장 짧은 것을 뽑은 신현준씨가 무참히 김현철씨 가지를 잘라버리는 모습은 살짝 눈쌀을 찌푸리게까지 했습니다. 막내사랑이라고 보기엔 좀 재미도 없고, 불공평해보였습니다.
몰래 라면 먹고 온 김현철씨에게 다음주 방송보고 먹었으면 죽여버린다는 설정도 너무 과하다 싶었고요. 이레저레 김현철씨가 불쌍해보여 좀 보기 않좋았습니다.





의미없는 상황극 설정

배우 삼인방이라 그런가요? 아니면, 아이템의 부재인가요? 길을 걸으며, 계속되는 상황극은 재미도 없었고 개연성도 별로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교문에서 이루어진 선도부 선생님 상황극이나 그네타기에서 이뤄진 불량학생 상황극은 90년대에나 봤을 식상한 컨셉이었어요. 낚싯대를 사러 가서 몰래 맛있는 걸 먹고 오는 건 예능의 통과의례 같은 거라 너무나 쉽게 예측이 되는 상황설정이고요.




첫만남에서 어색하지만 캐릭터 찾기와 융화에 힘을 썼던 첫번째 편에 비해 전체적으로 지루한 설정들로 이루어진 두번째 오늘을 즐겨라 편이었습니다.
하루를 즐긴 그들은,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가까운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라고 끝을 맺었지만, 별다른 일없었던 촬영에 대한 변명으로 보인다면 너무 지난친걸까요?

오늘을 즐겨라 첫방송 기자회견에서 공형진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1박2일을 이길 수 없다" 동시간대 최고의 자리에 있는 1박2일과의 대결에 아마도 많이 신경이 쓰였을 겁니다. 예능에 초보인 사람이 절대다수인 프로그램이라 아마도 더 그랬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MBC일요일 일요일밤에의 한 코너를 위해 나온 예능인으로서의 자세라면 좀 더 공을 들여야 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예고편에 나온 어색한 2명이서 시간보내기와 M.T가 오히려 더 먼저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두번째 편이었습니다. 아직은 초보이고 예능에 낯선 출연자가 더 많은 상황이니, 좀더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