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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예능&오락

무한도전, 추억만 돌아봐도 재미있는 이유




무한도전, 6년의 시간을 추억하다

어제 무한도전에서는 텔레파시 특집을 선보였습니다.
우선 미션을 가장하여 각 멤버들을 수도권 저멀리로 제각각 떨어트려놓은 후, '지난 6년간 가장 의미있는 곳으로 찾아오라'는 과제를 던져주었는데요, 서로에게 연결된 텔레파시를 느끼며 한곳에 모이는 것이 최종목표가 됐지요.
어찌보면 빅재미를 추구해야 할 예능과는 어울리지 않는 단조로운 설정일수도 있을텐데요. 전 아주 흐뭇하게 그들의 여행길에 몰입 할수 있었습니다.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조건 

좀 쌩뚱맞지만, 먼저 사랑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그 무언가와 어떤 의미로 엮여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이 세상에는 수많은 책들이 존재하지만, '나'에게 있어 책들의 의미는 제각각입니다. 서점에 있는 맨질맨질한 새책들은 내게 별 의미가 없겠지만, 우리집 책꽂이에 있는 오래된 책은, '나'에게만큼은 아주 소중할수 있다는 거지요. 비록 제3자가 봤을때는 먼지 묻은 낡은 책에 불과하겠지만 말입니다. 혹은 커피 한잔에도 세상엔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추억이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비평가들이 아무리 음악성을 운운해도, 유독 나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노래는, 내게 있어 특별한 의미가 있는 노래겠지요. 바로 무언가로 엮여있고 거기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다는거지요. 그걸 추억이라 불러도 좋고, 사랑이나 정감이라고 해도 좋을겁니다.


함께 공유해온 시간이 많을수록 느껴지는 감정의 깊이는 더해지겠지요.
텔레파시라는 것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엮여있는 의미라는 맥락으로 볼수 있겠고요. 서로가 추억을 공유했다면 우리는 특별한 감정을 느낄수가 있습니다.
무한도전이 벌써 6년째인데요, 그러고보면 무한도전이 멤버들끼리만 6년을 함께 한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과도 함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시청자로서 그들과 함께 공유해온 부분이 많거든요. 바로 이들의 추억찾기를 흐뭇하게 함께 할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나'와 맺어진 것이 있다면, 그리고 그 맺어짐에 특유의 정감이 있다면,  다시말해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면 이번 미션도 넘치는 재미로 만끽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단조롭고 썰렁하게 느껴지는 분들도 많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이번 미션은 무한도전을 사랑해왔던 애청자들을 위한 팬서비스라고 할수 있겠네요.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이 동행한 추억찾기

카메라가 돌아가든 그렇지 않든 일곱명이서 둥그렇게 둘러앉아 티격태격해가며 두런 두런 얘기 나누는 소소한 즐거움으로 시작한 이번 만남. 근황에 대한 이야기며 서로에 대한 가벼운 농담과 헐뜯음도 그들이 함께한 세월에 대한 증거같습니다.


우선 모든 멤버들을 각기 멀리 떨어트려놓기 위한 1차 미션이 주어지는데요, 각자 서로 다른 방향으로 1시간안에 가장 멀리갈 것을 주문받습니다. 웃기는 거보다 멀리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김태호PD의 단호함에 궁금증이 마구 유발되더군요.
일단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달리기부터 시작하는 긴박감에 저도 모르게 미션에 동참을 하게 됐습니다.
고군분투끝에 최대한 출발점과 멀리 떨어지고자 노력한 멤버들은 1시간경과후, 리얼 미션을 받게 되지요. 바로 지금 각자 일곱방향으로 떨어져 있는 이들이 한 장소에 모여야 한다는 미션이지요. 그것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로 말이지요. 전화나 연락은 허락되지 않고 오직 텔레파시를 통해서만이라는 단서와 함께 말입니다. 결국 가장 추억이 남는 장소를 가리키는 것이겠지요.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장소는 단연 장충체육관이 아닐까 합니다. 최근에 있었던 가장 큰 특집이자, 진행하는 내내 그리고 그 이후까지 큰 감동과 이슈를 낳았던 특집이었으니까요. 멤버들간의 뜨거운 눈물이 줬던 여운이 아직 남아있을 법합니다.
게다가 7명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기 위해서라면 1년전에 합류한 길이와 6개월전 재합류한 하하 이 두사람까지 모두 함께 공유했을만한 장소를 꼽아야 할텐데, 이점에도 부합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멤버들 각자의 생각은 그렇지 않더군요. 각자 자신에게 의미있었던 장소를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만일 각자 생각이 아닌, 필요한 답을 떠올리려 했다면 텔레파시특집은 필요치 않았을 겁니다. 직관에 의해 멤버들과의 공감대를 하나하나 찾아가는 것 그것이 이번 이야기의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미션지를 전해 받았을때 그들의 반응은 '말도 안된다'는 분위기였지요. 하지만, 기억에 남는 장소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고 그 장소에 얽힌 이야기들, 멤버들과의 의미들을 하나하나 되새겨 가면서 그들은 추억에 잠기게 되지요. 결국 7명 모두와 교감은 어렵더라도 '이 사람과는 교감이 될 거야'하며 텔레파시를 보내면서, 설레고 긴장된 마음으로 추억의 장소를 찾아갑니다.
그러면서 함께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들이 걸어 온 길을요.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이 동행한 이들의 여행길에 저도 더불어 추억을 꺼내놓게 되더군요.

 인상적이였던 유재석의 선택

사실 처음에 유반장이 꼽은 장소가 의아했었습니다. 원년멤버는 이제 유재석과 노홍철, 정형돈의 3명 밖에 없는 지금, 첫 녹화장소를 떠올렸다는게 말이지요. 유재석씨는 무한도전의 첫순간을 잊을수가 없었나봅니다. 무한도전을 하면서 무수히 많은 특집을 했고, 시청자들의 사랑도 많이 받아왔는데요, 초창기 그다지 관심받지 못했고 시청률 걱정에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던 당시의 풍경을, 노홍철씨의 추억담을 통해 접하며 왜, 유재석에게 첫 녹화장소 고양 종합운동장이 소중한 추억의 장소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오늘의 그를 있게한 "처음"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예능의 절정에 있는 유재석씨에게 있어 무한도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좋지만, 초심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이에 대한 유재석의 의지를 엿볼수 있었지요. 사실 그는 모든 순간마다 열심과 최선을 다해왔기에 그러한 과정과 성과보다는 처음의 두려움과 긴장이 더 애틋하지 않나 싶습니다.
여담이지만, 런닝맨으로 새로운 예능프로그램을 시작한 유재석씨, 하지만 유재석이라는 이름에 못미치는 시청률로 맘고생을 많이 하고 있을텐데요, 무한도전의 처음은 런닝맨보다 더 어려웠음을,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받지 못했던 어두운 터널의 시기가 있었음을 생각해보았을 때, 더욱 무한도전의 첫순간이 생각이 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각각인 이들의 선택을 보며 각자가 가진 추억의 무게가 참 다르다는 것을 절감했지요.
이들이, 미션 완성을 위한 고려를 더 했는지, 추억과 멤버들간의 교감을 더 중시했는지는, 이들과 추억을 공유하며 함께 지켜봤던 시청자들의 평가에 달려 있을겁니다. 전 직관과 감성에 의존한 멤버가 더 많았다고 평가하는데요. 이부분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이렇게 6년간의 시간을 추억했던 무한도전, 각각의 멤버들이 의미를 부여한 장소를 찾아나서는데요, 시청자들도 함께 추억을 더듬게 되는 잔잔한 향수가 담긴 이야기였습니다.
하하와 정준하를 제외하고는 뿔뿔히 흩어져 있는 각 멤버들이, 추가로 받은 2차미션지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추억여행을 떠날 태세인데요, 이들은 과연 모두 모이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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