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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시크릿가든

'시크릿 가든' 현빈, 스스로에게 상처로 남은 독설


라임을 향한 주원의 독설, 스스로에게도 상처로 남아

오스카는, 바에서 노래하는 썬이라는 사내를 우연히 보게되고, 그의 신비한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가수와 가수는 통하는게 있는가봅니다. 그 후 후배양성에 돌입한다는 자신의 언론플레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오스카는 그를 떠올리지요. 하지만 썬은 월드스타 오스카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합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대스타인 오스카의 제안에 전혀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힘은 무얼까요? 설령 오스카의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이러한 유혹을 떨치기는 쉽지 않습니다. 바로 인기를 쫓는 연예인에 미련을 두지 않는 자신만의 음악적 신념때문일겁니다. 그렇다면 오스카는, 그가 제주도에 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즉각 태국에서 제주로 날라갈정도로 왜 집착하는 걸까요. 늘 익숙한 스타로서의 후광이 통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신선함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기에 썬의 모욕적인 태도앞에서도 자존심을 죽이고 라이브로 노래를 들려주기까지 했지요. 그것도 두번씩이나..
이렇듯 신념이 강해 일말의 흔들림이 없는 자에 대한 강력한 끌림 현상은 자신의 자존심마저 극복해버립니다. 그런데 이러한 끌림이 김주원과 길라임에게도 적용되고 있을까요
그건 좀 애매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남과 여'라는 강력한 변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자가부정과 극복을 반복하는 주원

자신이 사는 세상과는 너무나 다른 여자, 자신의 입으로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일뿐이라며 큰소리치며 라임에게 친절을 베풀었지만, 주원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누군가가 끊임없이 생각나는 곤혹스러운 경험말입니다. 조금씩 조금씩 가지게 되었던 관심이 걷잡을 수 없게 커지고 주원은 만나왔던 사람과는 너무도 다른 여자인 길라임에게 빠지는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는 것이 너무 벅찹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져보지 않은 이성적인 김주원은 그리고 스스로 너무나 잘났다고 여기는 김주원은 지금의 상황이 달갑지도 않으며, 이는 길라임의 대한 히스테릭한 분노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그는 충분히 오만할 수 있는 잘난 남자니까요. 평소의 까도남 김주원이라면 자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여자에게 미련도 관심도 갖지 않아야 맞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멈추려 독설도 서슴치 않습니다. '기껏해야 백화점에 청소기나 타러오는 여잔데...내가 정말 미쳤었구나.잠시나마 날 들뜨게 한 여자가 이정도밖에 안돼다니...'라며 말이지요. 탈의실이라는 좁은 공간에 단둘이 들어가 라임에게 경멸을 드러낸 후 그녀를 버려둔채 홀로 나와버리지요. 그리곤 폐쇄공포증의 후유증으로 고통스러워 합니다. 하지만 그의 고통은 단지 폐쇄공포증 탓만은 아닐겁니다. 오만한 그조차, 독설은 스스로에게 상처가 됐습니다. 명품매장으로 끌고가 길라임에게 심각한 모욕과 수모를 안겨줬던 자신을 부정하고 싶어집니다. 또 다시 폐쇄공포증을 무릅쓰고 긴 터널속을 달리며 스스로를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갑니다. 독설 때문에 아픈건 길라임뿐만은 아니겠지요. 그리곤 꽃잎점을 봅니다. '내 욕한다.. 안한다..'라며..속절없이 끌려가는 자신의 마음을 끊어내고 싶은데 끊어지질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다가서는 길은 아직도 낯설고 험난해 보입니다.


 혐오와 애정은 결국 관심으로 통하는데

주원이 폐쇄공포 속에서 터널을 질주할때 길라임은 미친듯이 줄넘기를 했습니다.
길라임도 주원에 대한 생각을 끊어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엔 그의 호의를 매몰차게 무시하고 오히려 혐오하기까지 했으나 점차 혼란스러워집니다. 혐오와 애정은 둘다 관심의 결과라는 공통점이 있기는 합니다.
'인종, 종교, 피부색과 성적취향엔 관대해도 빈티나는 건 용서가 안된다'는 오만방자한 백화점 사장인 김주원 앞에서 분노 못지 않게 애매한 반응을 보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정강이를 확 차버리고 잊어 버리면 될텐데 스스로도 알수 없는 모순적인 행동이 이어지지요. 2천원을 받아야겠다는 주원을 굳이 찾아갔었고, 친구 유인나가 패션아이템으로 사용한 목의 스카프를 따라하기도 하고, 졸부들을 혐오했건만 은근히 이쁜 가방을 장만하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결국 모욕적인 전언과 함께 받은 경품용 청소기를 받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오토바이 타고 굳이 돌려주러 시크릿 가든을 찾아가게 되지요. 역시 평소의 그녀답지 않은 행동인데요. 상처난 팔뚝을 들춰보던 주원에게 수줍음을 느꼈을 때부터 라임의 마음에도 주원이 어느새 걸어들어왔나봅니다. 길라인 스스로는 인정하기 싫겠지만 말입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대임을 알면서도 게다가 지독한 독설을 퍼붓는 오만하기 그지 없는 주원에게로 향하는 마음의 발걸음은 멈춰지질 않나봅니다.


언제나 그렇든 사랑은 불청객처럼 찾아오는가 봅니다. 인정사정 보지 않고 거침없이 밀려들때가 있겠지요. 미련없이 내 인연이 아니다 싶게 돌아서면 될일인데 그게 되질 않습니다.

남들이 말리면 더 땡겨지는 게 사람의 마음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주변에서 절대 이뤄질수 없다며 뜯어말리지 않았으면 제풀에 꺾였을지도 모를일입니다.
근데 남들이 말리는 것보다 더 무서운게 스스로 말리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스스로 끊임없이 거부한다는 것 자체가 상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의식한다는 것이겠지요.

'이제 정신차릴라고.. 꽃과 촛불만으로도 당황스러운 여자한테 [넌 왜 내 식탁에 어울리지 않는 여자냐]고 화내고 있는 거니까'
청소기를 돌려주려 찾아온 길라임에게 던진 주원의 이 한마디는 작금의 상황을 불편할정도로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자신이 라임에게 하는 행동이 스스로도 억지임을 인정한 것이지요.
정신없이 빠르게 전개되는데다가 오스카와 윤슬이 적극적으로 두사람 사이에 개입되면서 이들의 관계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역동적인 감정을 감당하느라 시청자들도 고생이 많을 듯 싶습니다. 
김주원이 본 꽃잎점의 점꽤는 '길라임이 욕한다'였습니다. 그런데 주원이 떠난 후 남겨진 꽃에서 꽃잎이 새로 돋아나는데요, 그 꽃잎의 여운을 기대해봅니다.